요리 책만 파는 서점이라니!

서점에서 실용서의 자리는 애매하다. 대개는 구색을 갖추는 정도이고 어느 한 분야의 실용서만 갖춘 서점은 상상하기 어렵다. 책이나 책읽기는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취미 활동이라 실용서가 추구하는 '일단 하라'의 세계와 거리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시애틀에 요리 관련 책만을 모아 파는 요리 책 전문 서점이 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달리 보면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다른 생각이 공존하는
진보와 자유의 도시
북미에는 요리 전문 서점이 샌프란시스코의 옴니보어 북스온푸드Omnivore Books on Food와 캐나다 밴쿠버의 바버라조스 북스투쿡스Barbara Jo's Books to Cooks 두 군데가 있었다. 2011년 북 라더가 문을 열면서 모두 세 곳이 된 셈이다. 옴니보어의 경우는 희귀본과 고서 등에 특화되어 있고 바버라조는 요리 시연이나 요리 교실 등 이벤트가 강점이다. 시애틀의 북 라더는 어느 쪽일까? 북 라더의 소유주인 라라 해밀턴Lara Hamilton의 경력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라라 해밀턴은 커리어의 전반을 마이크로소프트 인력개발팀에서 쌓았다. 대학생 인력 모집에서 리더십 계발까지 직원 채용과 교육 전반을 맡았는데, 그 가운데는 책 관련 행사도 있었다. 그러다 '킴리켓북이벤트Kim Ricketts Book Events'와 인연이 되어 책 행사, 특히 요리와 책 관련 이벤트에 집중하게 되었다. 2003년 설립된 킴리켓북이벤트는 책을 통해 사람과 아이디어를 연결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회사다. 처음엔 두 곳 정도의 고객과 일을 시작했지만 규모가 나날이 커졌다.

 

이 회사의 창업주 킴과 라라의 인연은 '21세기적'이었다. 킴이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 요리사를 초청하는 이벤트에 도움을 구하는 트윗을 올렸는데 라라가 그에 화답한 것이다. 토머스 켈러와 데이비드 창 같은 요리사와 함께 일을 하고 난 후, 라라는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라라의 열정을 알아본 킴은 라라에게 자신의 회사에서 요리와 책 이벤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맡아 달라고 했다.

 

라라는 그동안의 커리어를 망설임 없이 내던지고 달려갔다. 요리와 책에 열광하고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라라에게 완벽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9월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뜻밖의 일이 전개되었다. 킴이 다발골수종과 원발성아밀로이드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린 것이다. 킴은 자신의 회사와 요리 전문 서점에 관해 라라와 의논했다. 라라는 킴의 회사를 인수하고 2011년 4월 별세한 킴의 유지에 따라 같은 해 10월에 요리 전문 서점을 열었다.

북 라더가 위치한 곳은 시애틀 지역 히피 문화의 본산지인 프리몬트다. 백 년쯤 된 건물에 깃든 북 라더는 작은 서점이지만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이곳 대표 라라 해밀턴은 지역을 구심으로 하는 ‘클럽 하우스’를 지향한다. 식도락가, 요리사, 독자가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소, 시애틀이라는 지역의 특성과 감각을 반영한 장소로 이 서점을 운영하려 한다.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