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우승 상금으로 서점을 만들다

서점의 주인인 톰의 이력은 특이하다. 오랫동안 아마존 편집부에서 일했는데, 유명 텔레비전 퀴즈쇼인 에 출연해 무려 일곱 차례나 우승하면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그가 쇼에 출연할 때마다 시애틀 사람이 모두 한마음으로 그를 응원했다. 그런 그가 아마존을 그만두고 독립 서점을 열었다는 소식은 지역에서도 큰 뉴스로 다뤄졌다.

 

크리스마스 직전, 사전 취재차 들렀다가 책 선물을 포장해 주시는 할머니께 서점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쭸더니 다짜고짜 톰과 사진을 찍겠냐고 하시는 것으로 미루어 톰이 그런 요청을 자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길 건너에서 바라본 피니 북스. 화려하지도 감각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외관이다. 톰이 인수하기 전에도 서점이었기 때문에 동네 사람에게는 익숙한 장소다. 퀸앤 북컴퍼니도 그렇고, 에이다스테크니컬 북스도 그렇고, 주인이 바뀌더라도 서점이었던 자리가 계속 서점인 것은 중요하다. ⓒ이현주

아마존 편집부 직원의 독립 서점 창업. 의미를 부여하자고 들면 이 짧은 명사형 문장 하나만으로도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접어 두자. 톰이나 피니 북스가 보여준 소박한 진심을 전하는 데 이 내용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대하는 분위기 그리고 그런 지역 안에 자기 존재만큼 파고들어 사부작사부작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피니 북스는 모든 경우에 수줍지만 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신이 나서 말이 많아지는 톰과 한 몸처럼 닮았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첫 질문은 서점 이름의 유래였다. 이름을 불러 줘야 의미가 된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이름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니까. 더구나 자신이 운영하려고 마음먹은 가게, 게다가 서점이니 자신의 지향과 이상과 하여간 온갖 의미를 담았으려니 예상한 질문이었지만 답은 싱거웠다. '피니'는 그냥 동네 이름이란다. 그러니까 '피니 북스'는 그냥 '가리봉동 서점'이나 '미아리 책방' 뭐 그런 정도의 의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