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게 불가능한 서점의 주인이 되다

요즘 들어 시가 제법 읽힌다고들 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쓸 재치 있는 짧은 글에 시만 한 재료가 없어서라는데 논픽션이나 소설에 버금가는 베스트셀러 시집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시 다루기는 까다롭다. '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선입견도 문제고 서사가 중심이 되는 소설이나 좀 더 일상적인 문장을 쓰는 비소설에 비해 언어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취향도 탄다. 아무리 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거라고 우겨도 시집을 보통 사람에게 소개하려면 어느 수준 이상의 역량이 필요하다. 시 전문 서점을 표방하는 서점이 이 넓은 미국 땅에 단 세 곳밖에 없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물론 안 팔려서일 수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애틀에 있다. 오픈 북스는 무려 29년이나 된 서점이다. 사전 조사차 들렀을 때 주인이 서점 역사에 비해 너무 젊어서 당황했는데 인터뷰 때 물으니 그이는 원래 주인에게서 최근에 서점을 인수한 빌리 스위프트(Billie Swift)였다. 2016년 8월에 공식적으로 새 주인이 되었으니 불과 몇 달 전이라고 했다.

 

"저는 이곳 단골손님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전 주인이었던 존이 제게 전자우편을 보냈어요. 은퇴하려고 서점을 내놨다고요. 만약 적당한 사람이 없으면 서점 문을 닫을 거라고요." 전자우편을 보자마자 빌리는 삶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맞닥뜨렸음을 알았다. "처음엔 그냥 당황했어요. 그리고 바로 슬픔을 느꼈죠."

 

시애틀에서 태어났지만 뉴욕에서 살다가 2006년에 시애틀로 돌아온 빌리는 당시 퍼시픽루터리안대학의 레이니어 창의적 글쓰기 과정(Rainier Creative Writing Course)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런 빌리에게 오픈 북스는 특별했다. 처음엔 그냥 크리스마스 쇼핑이나 할까 하고 들렀다. 도서관을 운영했던 할아버지 덕에 가족 모두 휴가때마다 헌책방과 이름난 서점을 찾아다녔기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