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용 금지 서점?

시애틀 인근은 미국에서 최저 시급이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애틀 도심을 기준으로 2015년 4월, 그 전까지 9달러 47센트였던 시급이 11달러로 올랐고 아홉 달 뒤인 2016년 1월에는 13달러가 되었는데, 2017년 1월에는 15달러까지 인상되었다. 여러 경제학자가 시애틀을 모델로 최저 시급의 급등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정도다.

 

시급만 높은 게 아니라 일자리 사정도 좋은 편이다. 시애틀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주는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 익스피디아 같은 국제적인 기업의 본산이기도 한데 최근에는 아마존이 본사를 이곳으로 옮겨 어마어마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2017년 1분기 아마존이 고용한 인원만 해도 8만 명으로, 2017년부터 일 년 반 동안 정규직 일자리 10만 개를 마련하겠다는 야심 찬 발표도 했다.

 

시급이 높고 일자리가 많으니 미국의 다른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인력을 끌어들인다. 가까운 남미를 비롯해서 인도, 중국,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T 인재도 몰려든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가 늘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도로 사정이 나빠지고 그와 함께 인심이 험해지고 덩달아 범죄율도 오르고 있다. 뉴욕 같은 도시에 비하면 목가적이기까지 했던 시애틀의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은 다들 아쉬워하지만 일자리와 인구가 늘면서 기회가 많아지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애틀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피터밀러 북스의 주인장 피터 밀러Peter Miller는 그렇게 변해 가는 시애틀과 세상이 못마땅한 사람이다. 이 지역 독립 서점을 취재하고 있다고 하자 멋진 일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이내 요즘 사람을 타박했다. 

 

"서재에 갖고 있는 책이 아니라 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아예 관계 자체가 없죠. 뭐,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그런 사람들을 보고 싶진 않아요."

 

그러더니 며칠 전에 서점에 들어와 휴대폰부터 꺼내 책 가격을 비교하던 손님을 흉봤다. 휴대폰을 쓰지 말라고 했더니 쓰든 말든 그건 자기 마음이라고 하기에 "물론 그렇죠. 하지만 여기서 나가 달라고 말하는 건 내 권리라고 해 줬죠"라고 했다나.

이전하기 전의 서점 외관. 빨간 네모에 자신의 이름만 새겨 넣은 것처럼 이 서점은 피터 밀러에 의한 서점이다. ⓒ이현주

서점 안쪽에서 입구 쪽을  바라본 모습. 노출 콘크리트 벽면과 숫자만 커다랗게 쓰여 있는 달력이 잘 어울리고, 세로로 긴 창으로 보이는 가로수가 마치 액자에 담긴 그림  같다. 진열대의 간격이 일정하고 끝이 자로 잰 듯 딱 맞는다. 내게 아름답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이곳에 두고 싶지 않다는 피터 밀러의 단호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현주

영국 신사처럼 양복을 입고 늘 우산을 들고 다닐 것 같은 그가 어쩌다 시애틀에서 서점을 열게 되었을까?

 

"1970년에 처음 워싱턴주 월링포드로 왔어요. 무척 조용하고 가난한 동네였죠. 그즈음 보잉이 어려웠을 때라 많은 사람이 실직했어요. 경제적 빈곤과는 다른, 희망이 없는 빈곤이었어요. 그곳에서 사회 운동의 하나로 서점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