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건재한 서점이라니!

수년 전 처음 시애틀에 왔을 때, 처음 가 본 서점은 보더스(Borders)였다. 깔끔하고 중후한 외관과 함께 커피 향이 나를 맞았다. 한국도 대형 서점 한편에 패스트푸드점 등이 있었지만 아예 카페가 서점의 일부로 들어와 있는 것은 처음 본 터라 신기했다. 계산을 마친 책을 안락한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과 느긋이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별로 새롭지 않지만.

 

하지만 보더스는 지금 없다. 반스앤드노블(Barns &Noble)에 이은 두 번째 규모의 서점 체인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도 2011년 2월에 파산했기 때문이다. 서점 이야기를 하자면 파산이나 폐업이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다. 많은 이의 학창 시절 추억 속 장소인 지방의 중·대형 서점도 폐업하거나 파산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하거나 둘 중 하나다. 아이 교과서를 사러 수년 만에 들른 대한 서림도 단독으로 오층 건물을 사용하던 과거와 달리 목 좋은 일층과 이층을 대기업 체인의 빵집으로 내줬다.

 

시애틀에 가 볼 만한 서점이 어디인지 자료를 살피다가 '시애틀미스터리 북숍'을 가장 먼저 가 봐야지 하고 마음먹은 것은 순전히 30년 가까이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느 우연이 모여 필연이 되다

1990년 문을 연 이 서점은 드라마틱하지만 작은 우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서점의 창립자인 빌 팔리(Bill Farley)는 1989년에 시애틀과 정반대 쪽에 있는 필라델피아의 미스터리 전문 서점 후더닛?(Who-dunit?)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에서 열린 사인회 행사에 미스터리 작가 애런 엘킨스가 참석해 행사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애틀에도 미스터리 전문 서점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단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빌은 그 얼마 전 휴가차 아내와 함께 시애틀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여기서 미스터리 전문 서점을 하면 어떨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나눈 참이었다.

 

시애틀에 미스터리 서점이 필요하다는 애런 엘킨스의 말은 방아쇠가 되었다. 빌은 주저 없이 시애틀로 이주를 결정했고 늘 만들고 싶었던 서점을 열었다. 책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분위기에 다양하고 방대한 미스터리 책을 접할 수 있는 서점 시애틀미스터리 북숍이었다. 광적인 미스터리 팬을 위한 곳이라기보다 평범한 미스터리 독자를 위한 공간이 빌이 꿈꾼 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