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실내로 모여드는 이유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일상화된 초미세먼지, 황사, 스모그, 폭염'일 텐데요. 이에 따라 사람들은 초미세먼지 농도나 실외 온도가 높은 날은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201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생활시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일 평균 실내 거주 시간은 약 15시간입니다. 하루의 약 60% 이상을 실내에서 보낸 셈인데요. 최근에는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보다도 더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 관련 자료: 생활시간조사(통계청, 2014) / 실내공기 질 관리 기본 계획(2015~2019)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동선은 점점 제한됩니다. 외부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교통이 편리하고, 한 장소에서 다양한 물건을 소비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복합쇼핑몰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도 소비자들은 외부 노출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공간, 집과 직장 등 주요 생활 공간과의 접근성이 높은 공간,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될 것입니다.

* 관련 기사: 너무 더워서 바다 덜 가고, 쇼핑몰 더 갔다 (아시아경제 2018.08)

 

위와 같은 상황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앞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어떤 것이 새로운 세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중요한 키워드로 시간, 자연, 문화 인프라, 접근성, 경험적 소비를 꼽겠습니다.

첫 번째 키워드: 시간

쇼핑과 음식을 먹는 일 외에 또 어떤 방식으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이전에는 '그 공간에 어떤 제품이 있는가'가 사람들을 유인하는 요소였다면, 이제는 '그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수익 구조도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데요. 이전에는 제품의 판매량으로 매출이 판가름 났다면, 앞으로는 시간제 혹은 제품 판매와 시간제가 융합된 복합적인 방식으로 바뀔 확률이 높습니다.

 

* [핫플 Race] 스타필드 고양 스포츠몬스터 생생 체험기 ©블링팩토리

 

연간 많은 매출을 올리는 스타필드 하남을 살펴보겠습니다. 스타필드 내부에는 스포츠몬스터, 일렉트로마트, 아쿠아필드 등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테넌트(tenant)*들이 입점해있습니다.

* 건물의 일부를 빌리는 사람, 혹은 기업

 

스포츠몬스터는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 클라이밍, 농구장 등 다양한 액티비티 시설을 이용하며 몸을 움직여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했습니다. 아쿠아필드는 찜질방과 워터파크 시설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죠. 일렉트로마트에서는 다양한 전자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하고 새로운 테넌트들 덕에 스타필드 하남도 지금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 관련 기사: 하루평균 7만명..스타필드 하남의 위력 (매일경제, 2017.9.7)

 

이처럼 시장 경쟁의 기준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벤치마킹 대상과 시장조사 지역도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전에는 공간의 벤치마킹 대상 및 시장조사 지역이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 한정했다면, 이제는 초미세먼지, 스모그, 잦은 우기 등의 환경적인 요소로 실내 생활이 더욱 발달한 중국, 베트남 등을 반드시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챕터 5에서는 제가 복합쇼핑몰을 체험하면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했던 상하이의 복합쇼핑몰 조이 시티(Joy City)의 운영 방식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또한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경험하는 시간'을 한정판으로 만들어 진행하려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덧붙이고자 합니다.

두 번째 키워드: 자연

외부 환경과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심 속에서 쾌적하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자연 공간을 찾거나, 러닝라이딩 등의 활동을 즐기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테일 분야에서는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정도로 그치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최근 나이키나 언더아머의 경우, 매장에서 클래스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 외에도 공간을 다르게 활용하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브랜드 매장의 경우 제품 판매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겠지요. 비용 대비 얼마 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끊임없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니 마케팅 및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비율이 계속 늘고 있으니 그만큼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된 제품의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즉,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방식으로 제품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소비자가 방문하는 공간 자체를 쾌적하고 신선하게 인테리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연남동 벌스 가든(Ver's Garden) 등의 플라워플랜트 카페, 제주 비오토피아의 수풍석(水風石)박물관, 일본의 네즈 미술관처럼 자연을 담아내려고 시도하는 공간들이 많이 보입니다.

네즈 미술관 ©정창윤

혹은 아쿠아필드 하남, 부산의 아난티 코브, 전주 아원고택과 같이 공간이 위치한 자연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제안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공간 형태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진 공간, 전북 완주 아원고택 ©KBS VIEW

 

그러나 리테일 공간 측면에서 살펴보면 아직은 많은 공간이 '유기농', '수제' 등의 단어를 텍스트나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정도입니다.

 

챕터 7에서는 소비자가 유기농 식자재를 직접 체험하고, 더 나아가 공간 자체에서 건강해지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한 상하이의 치민(Qimin) 식당을 살펴보겠습니다.

세 번째 키워드: 문화 인프라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은 도심에서 개발이 덜 된 곳, 그리고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 더욱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장소에 하나의 브랜드만 들어간 상태에서 상권을 만들어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일 인지도가 있으면서도 운영 부담감은 다소 적은 소규모 리테일들이 하나의 인프라 형태로 입지한다면 어떨까요? 확률적인 면에서 본다면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고 성공 확률은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입니다.

 

소규모 리테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임대료를 공동으로 분담할 수 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리테일 하나하나 계약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인프라 전체를 임대할 수 있기에 관리가 편하겠지요. 이 리테일 인프라가 활성화되면 지역 상권이 살아날 테니 함께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더 커질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 또한 굳이 도심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필요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공간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으니 만족하게 되겠지요.

 

물론 이런 형태의 운영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테일 그룹의 형태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챕터 6에서는 상하이의 더 믹스 플레이스(The Mix Place)와 일본의 츠타야, 무지 등의 사례를 통해 인프라의 구축 방식과 운영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네 번째 키워드: 접근성

'어디를 중심으로 한 접근'인지도 매우 중요합니다. 기존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과의 접근성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적인 요인, 불필요한 동선과 시간을 줄여주는 복합쇼핑몰이 점차 주목받고 있습니다.

 

집에서 나온 소비자들의 이동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여줄 수 있다면, 주거 지역을 벗어나지 않아도 충분히 인프라를 소비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공간을 방문하는 횟수는 더 많아질 것이고 소비 역시 더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교, 도서관, 체육관, 슈퍼마켓과 같은 생활권 인프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최근 오피스를 비롯한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에서 1~2층 혹은 지하층에 리테일몰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리테일, 교육 및 문화시설 등이 함께 패키지로 구성된 '주거형 복합쇼핑몰'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챕터 8에서는 기존 공간을 활용해 '주거형 복합 리테일 공간'을 구축한 런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런던 바비칸 센터 1층 내부 ©정창윤

다섯 번째 키워드: 경험적 소비

다섯 번째 키워드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많은 한국의 리테일 상황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듯, 리테일 공간 역시 소비자의 경험적 소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간을 새롭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기대치가 생기면, 소비자들은 그 공간을 더 많이 방문할 테니까요. 이렇게 운영되는 공간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브랜드의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챕터 9에서는 지점별로 다른 인테리어, 공간 구성, 운영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여행객들의 기대치를 충족한 플라워숍 더 비스트(The Beast)를 살펴보겠습니다. 또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고유한 색깔을 공간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브랜드 이솝(Aesop)도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키워드와 사례가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예시들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리테일 공간이 어떤 의도에서 운영되었는지 살펴본다면, 소비자들의 필요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