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버린 첫 걸음
선댄스 영화제에 혼자 도착한 뒤 맞은 첫 아침이었다. 셔틀버스가 바로 앞에 다닌다는 말에 예약한 숙소는, 영화제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기다린 지 40분이 지나서야 나타난 셔틀버스는 정류장에 느릿느릿 들어와서는 한참을 달렸다. 게다가 목적지까지 거리의 절반도 못 가서 멈춰 섰다. 영화제 장소까지 한 번에 가는 셔틀버스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다! 이런.
회사의 지시이기도 했지만, 내가 스스로 가겠다고 해서 허락받은 출장이기도 했다. 선댄스 영화제 월드 시네마 경쟁부문에 초청된
* 제주 4.3 사건을 다룬 한국영화.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CGV 무비꼴라주상, 시민평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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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한 만남과 선댄스의 친절함
영화제 본부가 있는 매리엇 파크 시티 호텔(Marriott Park City Hotel)에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기침이 상당히 심해져서 말이 계속 끊어졌다. 난감한 첫 만남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오멸 감독이 내게 약국의 위치를 물어봤다. 오기 며칠 전에 비염 수술을 했다며, 비행기에서부터 좋지 않았다고 말했던 오 감독은 나보다도 더 힘들어 보였다. 앞으로의 일정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셋이서 함께 근처 상점을 찾아 이동했다. 익숙한 얼굴의 업계 지인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다들 코를 훌쩍이거나 콜록대고 있었다. 오멸 감독과 나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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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시에 오멸 감독의 모든 일정에 수행통역을 맡아 <지슬>의 상영회 5회를 다 따라다녔다. 첫 상영은 영화제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에 위치한 이집션 극장(Egyptian Theatre)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