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였던 반스 앤 노블, 왜 이렇게 맥을 못 추는 걸까?
무작정 크고, 넓고, 많은 것의
시대는 지났다
10년 전 제가 미국에 있을 때, 보더스(Borders)와 반스 앤 노블(Barnes & Noble)은 미국 대형서점의 양대산맥이었습니다. 당시 보더스는 약간 휑한 느낌이었고, 반면 반스 앤 노블은 그야말로 독서가들의 천국으로 보였습니다. 널찍한 반스 앤 노블 내부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요리책을 펼쳐보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여름 미국을 다시 찾으니, 보더스는 망한 지 오래고 반스 앤 노블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반스 앤 노블이 처한 상황은 숫자로 명확히 보입니다. 2007년 9월 35달러대였던 주가가 2017년 9월 7달러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2013년 675개에 달했던 지점도 지속적으로 문을 닫아 2017년 9월 기준 633개로 줄었고, 2013년 68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였던 매출은 2016년 말 기준 41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로 급감했습니다.*
* 출처: Annual Financials for Barnes & Noble Inc. (MarketWatch)
맨해튼에서 가장 큰 반스 앤 노블 유니언 스퀘어 지점을 방문했을 때, 예전 같은 활기와 재미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침체된 분위기가 매장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매장을 가득 채운 책이 지적 정보를 담은 특별한 물건이라기보다, 대량으로 팔리기를 원하는 상품처럼 보였습니다. 마치 월마트처럼 말이죠.
반스 앤 노블의 고전에는 전자책의 성장, 임대료 상승, 재고 비용 증가 등 여러 가지 외부 환경적인 요인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편에서 반스 앤 노블 유니언 스퀘어 지점에서 직접 보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반스 앤 노블이 예전만큼 잘 안 되는 이유를 추측해보았습니다.
독자의 취향에는 관심 없는 밋밋한 큐레이션
반스 앤 노블에는 내세울만한 큐레이션이 없습니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을 뿐입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베스트셀러 코너의 책들은 두 개의 책장에 나뉘어 개연성 없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비문학(non-fiction)과 페이퍼백(paperback)으로 나눈 분류 방식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진열된 책을 살펴보면 세부 장르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타깃 독자층도 딱히 겹치지 않습니다. 단순히 인기 있는 책들을 모아놓았다는 인상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