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도너츠에서 만나요」, 이토 콘다

체인점은 어느새 우리의 삶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되고 말았습니다. 체인점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완성하는, 부정할 수 없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버거킹, 미스터 도너츠 등에 우리는 자주 발걸음을 합니다. 때로는 한 끼를 때우러, 가끔은 요기를 하러, 또는 누군가와의 약속 장소로 우리는 체인점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체인점들은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굴러가고,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 일이 처리되며, 매뉴얼에 따라 모든 게 이뤄지는 이 세계는 우리의 일상을 2차원적인 것으로 만드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체인점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단편이 될 순 있어도 우리의 삶을 채우는 하나의 결이 되지는 못합니다. '패스트'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삶을 돌아볼 여유 따위는 단연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도,
지난하고 지루하게
굴러가는 세상에서도
삶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문을 하고 받는 행위 속에서 소통의 조각을 발견하고, 커피를 음미하며 독서를 하는 남자에게서 고독의 모놀로그를 길러내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이토 콘다(伊藤紺)는 '미스터 도너츠에서 만나요'라고 말합니다. 일상의 한 조각을 제안합니다. 다만, 이토는 미스터 도너츠를 단지 하나의 가게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도너츠와 도너츠 사이의 생각을 모색합니다. 그것이 삶의 결, 숨쉬는 일상이라면서 말입니다.

「미스터 도너츠에서 만나요(ミスタードーナツで会いましょう)」 / 사진: 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