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1%의 가능성을 열다

자비 출판으로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은 0.001% 정도일 것입니다. 기본 50부에서 시작하는 책이 화제를 만들고 증쇄를 거듭해 만 단위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다는 건 가뭄에 콩날 정도로 희소한 일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희소함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자비 출판으로 선전한 예를 다섯 가지 모았습니다.

저자가 있고,
책이 있고,
유통이 있고,
독자가 있기에,
그리고 이 모두는
살아 있는 것이기에
기적이 가끔 일어나곤 합니다

1. 「B형 자기 설명서」, 자메이 자메이

가전제품 설명서를 닮은 모양새, 항목별로 체크할 수 있게 구성한 단순한 내용. 별 게 없습니다. B형의 특성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을 뿐 어디까지나 철 지난 혈액형 관련 서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2008년 4월 오리콘 책 부문 랭킹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 주에 5만 부 가깝게 팔리며 히트를 기록했고 하반기에도 그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2008년 전체 랭킹에선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죽음의 성물」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판매 부수는 무려 134만 8,667부.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즈노 케이야(水野敬也)의 「꿈을 이룬 코끼리(夢をかなえるゾウ)」(133만 1,779부)도 누른 수치입니다.*

* 관련 기사: '2008 연간 책 랭킹 특집' (Oricon News, 2008.12.15)

 

놀라운 사건입니다. 그런데 더욱더 놀라운 건 이 책이 자비 출판이며, 자비 출판이 상업 출판을 이긴 예라는 것입니다. 대단한 운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