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현실: 지하철 3호선에서 시작하는 판타지

 

*본 콘텐츠는 2021년 10월에 발간된 <2022 트렌드 노트: 라이프스타일의 시대에서 신념의 시대로>의 본문 내용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1.11.17]


2021년 2월 23일 모 잡지사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비즈니스가 되는 소통에 대해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클럽하우스와 제페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클럽하우스는 싫어하고, 제페토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4월 6일 판교에 있는 어떤 회사에서 강의를 했다. 신나게 강의를 마치고, 마지막 질문. 

메타버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메타버스가 뭔가요?

리얼리티 드라마보다 더 리얼한 하이퍼리얼리즘이 뜨고, 극도로 연출된 무대를 만들기 위한 무대 뒤의 비하인드가 뜬다. 보여지는 무대 위의 모습이 있기까지 무대 뒤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멋있게 연출된 장면뿐 아니라 그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과정에 감동한다.

 

인스타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Z세대는 인스타그램 피드의 완벽한 연출사진보다 가볍고 솔직하게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집중한다. 앞으로 꾸미지 않고 현실적인 모먼트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뜰 것이다.

 

극강의 현실성과 극강의 가상성이 동시에 뜨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은 동시에 같은 사람에게 수용된다. 이 둘은 양극단에 존재하는 것 같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참여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현실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 현실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콘텐츠에 공감하는 또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티성을 획득한다. 공감과 커뮤니티성, 바로 이것이 하이퍼리얼리즘과 메타버스의 공통점이다.

과거의 메타버스는 고글 같은 것을 쓰고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것들이었다. 즉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최근에 선보이는 메타버스는 현실적인 가상의 공간에 내가 아바타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이 커뮤니티의 중요한 점은 모두가 동등한 위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왜 클럽하우스는 몇 달을 못 가고, 제페토는 계속 갈까? 제페토의 참여자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그런 사람을 구경하고 싶은 나머지로 나뉜다.

 

접속 시 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와, 이미 다른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를 기웃거리는 것 중에서 무엇이 사람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까? 미제너레이션*이라는 지금 세대의 특성을 들먹이지 않아도 어떤 세계가 환영받을지는 정해져 있다.

* Me-generation,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현세대를 뜻하는 말.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기 자신 또는 관련 집단의 이익 외에는 무관심하고 자신의 욕구 충족만을 바라는 현대의 젊은 층을 말한다.

 

메타버스는 예전에도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과거의 가상현실은 잘 안 통했는데, 2021년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붐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술의 발전이 있겠다. 덕분에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 가상의 경험이 일반화되었다. 기존의 메타버스가 게임이나 SNS와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에 국한되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우리 삶에 전방위로 침투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어디를 가지 못한다는 것도 한몫했다. 일상을 잠시 벗어났다가 돌아오고 싶은 욕구를 가상현실이 채워주었다.

 

앞서 말했듯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서비스의 관점 변화도 크다. 과거의 메타버스는 기술이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은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로 보았다. 지금의 메타버스는 가상판을 만들어놓고 그 안을 개인들이 채우도록 한다. 그래서 인간은 메타버스라는 세계에 나의 창작물을 만들어갈 여지를 얻었다. 창작이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기술과 만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