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도 훈련이 가능하다

[김하나, 황선우의 '여자 둘이 일하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콘텐츠입니다 ※

- 본 콘텐츠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피하고 싶다면: 나를 지키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새로운 생각, 크고 작은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고 계신 분들
  • 영감, 창의적인 사고는 내가 잘할 수 없는, 나와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김하나, 황선우 님의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

저자 황선우

작가, 인터뷰어, 프리랜서 2년 차. 여러 매거진의 에디터를 거쳐 <W Korea>에서 피처 디렉터로 일했습니다. 김하나와 같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썼으며 카카오페이지 오리지널 인터뷰 시리즈 <멋있으면 다 언니>를 만들었습니다.

저자 김하나

작가, 진행자, 프리랜서 14년 차. 제일기획, TBWA 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으며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3년째 진행하고 있습니다. <말하기를 말하기>, <힘 빼기의 기술> 등의 책을 냈고 황선우와 같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썼습니다.

🎈황선우(이하 황): 오늘은 창의성과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하나 씨는 광고 분야에서 오래 일했잖아요. 카피라이터로도, 브랜드 라이터로도 일했죠. 저 역시 잡지사 에디터로 매달 새로운 매거진 콘텐츠를 위한 기획회의를 하고, 트렌드를 기사로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저희 둘 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 업무에 있어서 아이디어를 많이 발휘해야 했던 직종에 종사한 셈이죠.

 

'어떻게 해야 좋은 기획을 낼 수 있나요?'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오늘은 종종 받아왔던 이런 질문에 답해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김하나(이하 김): 물론 본인의 분야는 크리에이티브와는 무관한 단순반복 업무라고 한정 짓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카피라이터나 잡지사 에디터처럼 뭔가 채택될 만한 안을 내는 게 주 업무인 사람이 아니라도 아이디어는 필요해요.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숫자를 다루는 사무직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늘 해오던 방식과 조금 다르게 시도하는 태도가 나은 결과물을 가져다줍니다.

 

예전에 제주에 있는 어느 카페를 방문했는데, '쫑이 산책 음료'라는 메뉴가 있었어요. 카페 주인이 키우는 '쫑이'라는 백구를 데리고 800미터 떨어진 바다까지 다녀오면 공짜 음료 중 하나를 마실 수 있는 거였죠. 개를 좋아하는 손님은 개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는 기쁨과 공짜 음료를 누리고, 바쁜 주인은 외부 인력의 도움으로 에너지 넘치는 개를 산책시키며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서로 시너지를 얻는 아이디어라 할 수 있어요.

 

🎈황: 업무상 기획안을 써내는 일뿐 아니라 내가 일하는 방식을 조금 개선할 수 있는 생각, 일하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창의성이라는 이야기네요.

 

🌿김: 맞아요. 그리고 아이디어를 많이 요구하는 광고 회사나 잡지사라고 해서 꼭 타고난 '창의성 천재'들만 모여 있지는 않다는 걸 우린 봐왔잖아요. 그 일을 계속해서 하다 보면 매번 굉장한 뭔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쓸모 있는 아이디어들을 생산해낼 수 있게 됩니다. 반복과 훈련에 의해서, 또는 그런 분위기 속에 있기 때문에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황: 반복과 훈련이라니... 창의성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하긴, 하나 씨는 창의성이 감각이 아닌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을 담아서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라는 책을 쓰기도 했죠.

 

🌿김: 저는 창의성에 대한 오해가 퍼져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특히 '영감'이라는 말은 참 아름다운 단어지만, 쓰이는 용례들을 보면 어떤가요? '영감에 사로잡히다', '영감이 번뜩이다' 이런 식으로만 표현되죠.

 

🎈황: 맞아요. 영감이 묘사될 때는 사람을 스쳐 지나가는 번개 같은 무언가로 자주 그려지는 것 같아요.

 

🌿김: 그 밑바탕에는 영감이라는 게 외부 어딘가에 있고, 나를 훅 사로잡았다가 다시 놓고 떠나가 버린다고 보는 관점이 존재해요. 물론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도 분명히 있죠. 문제는 대부분의 직업인들에게는 마냥 신비로운 영감이 내릴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 영감이 잘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어떻게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붙들 수 있을까를 연구할 수밖에 없죠.

 

🎈황: 영감에 잘 접신할 수 있는 상태로 자신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얘기일까요?

 

🌿김: 우선 단어 선택부터 바꿔보면 좋겠어요. 영감이나 창의성 같은 단어는 너무 거대해서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개인의 감각, 천재성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무엇으로 여겨지고요.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더 잘 받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준비의 첫 단계로, 저는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대신 사용하자고 제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