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코리안 빈티지(Korean Vintage)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가진 프릳츠는 우리 일상에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아마 커피의 맛보다 커피를 표현한 문구와 디자인이 더 이슈가 된 브랜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보이는 고민보다 브랜드의 본질, 즉 코어(core)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만의 색깔'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든 프릳츠의 힘입니다.

 

프릳츠를 떠올리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왜 물개일까? 프릳츠의 뜻은 무엇일까? 코리안 빈티지는 어디서 온 것일까?" 등 다양하죠. 전략과 기획을 떠나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사장 나와!"라고 외치며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처음에는 한글 폰트로만 로고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실패했죠. 디자이너가 너무 심심하다고, 뭐라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주장했어요.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그럼 아무거나 넣어라, 물개라도 상관없다' 했더니 디자이너가 그다음 날 정말 물개를 그려서 넣어왔습니다. '우연에 기반한 즐거움'이죠.
 

- 책 <창업가의 브랜딩> 중에서

좋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2년 전 <창업가의 브랜딩>을 통해 들려준 프릳츠의 문화는 어떻게 지켜졌을까요? 그리고 어떤 것이 변했을까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프릳츠'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프릳츠, 왜 물개인가요?

안녕하세요. 프릳츠 대표, 김병기입니다. 혹시 프릳츠를 모르는 분 계신가요?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프린츠'로 알고 계시거든요. (웃음) 아시는 분도, 또 모르시는 분도 있는데, 프릳츠는 이제 5년을 막 넘긴 커피 브랜드입니다. 성장 과정이라고 하기엔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프릳츠가 걸어온 길을 여러분과 공유해 보겠습니다.

커피를 든 물개가 인상적인 프릳츠의 로고 ⓒ프릳츠프릳츠는 2014년, 6명의 창업자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입니다. 당시에 친구들이 "카페 오픈한다면서 무슨 법인을 설립하냐"고, "오버하지 말라"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첫 프릳츠 매장을 열고, 2014년 6월에 바리스타 한국 대표(박근하 대표)로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015년부터는 중미, 인도의 커피 농장과 다이렉트 트레이드(direct trade)*를 지속하며 로스터리를 계속 확장·이전했습니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1호점인 마포 도화점, 아라리오 뮤지엄 1층에 있는 2호점 원서점, 그리고 3호점 양재점까지 총 세 개입니다.

* 훌륭한 식재료 구입을 위해 커피 산지의 농장과 직거래하는 방식. 산지 농부 역시 함께 일하는 동료로 생각하는 프릳츠는 2019년 말까지 다이렉트 트레이드 지역을 아프리카로 확대할 예정이다.

 

프릳츠의 오프라인 카페 ⓒ프릳츠

얼마 전이었어요. 광고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F&B 트렌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 중인데, 브랜딩 사례로 프릳츠를 조사해야 한다면서 "작게 카페 한다더니, 너 대체 뭐 하고 다니냐"고 묻더군요. 그리곤 이름은 왜 프릳츠인지, 로고는 왜 물개인지 다양한 전문용어를 들며 브랜딩 의도를 물었습니다.

 

"정말 의도가 없었다"고 답했더니 친구가 "너 얻어걸렸구나" 하더군요.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동시에 저는 친구가 프릳츠를 궁금해하는 그 순간,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궁금하게 만드는 것, 그게 브랜딩 아닐까요?

 

만약 궁금한 마음에 한 번이라도 프릳츠를 방문한다면, 설득할 자신은 있었습니다. 커피와 빵이라는 코어 콘텐츠는 자신 있었거든요. 다시 친구에게 "이름이나 로고를 보고 궁금해서 찾아오기만 한다면, 콘텐츠는 정말 자신 있었다"고 말했더니, 짜증을 내더라고요. 프레젠테이션해야 하니 자세히 말해달라면서요. (웃음)

내부 브랜딩: 브랜드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들

요즘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브랜딩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브랜딩하셨죠?

근데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전략적인 브랜딩 과정을 거쳐 프릳츠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는데, 부끄럽게도 저 역시 프릳츠를 시작하고 나서야 '브랜딩'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어요.

 

대체 브랜딩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창업가의 브랜딩>을 읽었고, 책을 읽은 후에야 알았습니다. 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부와 외부로 나눠서 브랜드를 구성해왔다는 사실을요.

 

특히 내부 브랜딩은 아주 큰 에너지를 쏟은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내부 브랜딩이었다고 생각할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프릳츠가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는 데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내부 브랜딩은 구성원들이 'why'에 공감하는 과정입니다. 구성원들이 '왜 하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거죠. 우리가 왜 회사를 운영하고, 그 안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끊임없이 공유하는 게 내부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 관련 기사: 스타트업의 내부 브랜딩, 왜 해야 할까 (THE PR, 2018.6.7)

 

프릳츠에 입사한 후 진행되는 첫 내부교육에서도 '왜'를 묻습니다. 저는 '왜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으면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믿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구조와 운영 방향에 동의하는지 묻습니다. 부지런히 '왜'라고 묻는 일이 내부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릳츠라는 회사를 설명하는 중요한 내부 브랜딩 방식 중 하나는 언어 디자인입니다. 저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많은 사람이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죠. 채용 면접에서 퇴사 이유를 물으면 대개 "소통이 되지 않아서"라고 말합니다. 소통이라는 단어 때문에 소통이 안 되는 건 아닐까요? 내부 브랜딩을 위해 이 부분을 꼭 바로잡고 싶었어요.

 

저는 '소통'이 '용'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알고는 있으나 실제로 본 적 없는 용처럼, 소통 역시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거든요. 각자에게 소통의 의미는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프릳츠에서는 소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요. 모두 다르게 해석하는 '소통' 대신 '약속'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소통하는 대신 약속하는 거죠.

 

미리 약속하지 않으면 서로 같은 내용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을 표현하는 방식을 볼까요? '아주 따뜻해서 어머니 대지를 방불케 하는 와인'이라거나 '검고 풍부한 곳에 울려 퍼지는 힘찬 목소리 같은 와인' 이라고 하죠. 이런 와인을 실제로 드셔보신 분 있나요? (웃음)

 

커피 향미를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 생두 심사에서 초보 심사위원들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함박눈이 내리는 설원에서 즐기는 따뜻함'이라고 표현합니다. 눈을 볼 수 없는 지역에서 온 심사위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초콜릿이나 오렌지를 생각하면 대부분 비슷한 맛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커피 향미를 표현할 때도 화려한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모두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이게 내부 언어 디자인이죠. 내부 구성원들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네~, 네!, 넵, 넹, 넴, 네네, ㅇㅇ

여러분, 이 대답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시나요? 과연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 대답일까요? 모두 같은 의미의 대답이지만, 우리는 각 대답에 차이가 있다고 받아들입니다. 사람마다 언어 감수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프릳츠에서도 이 차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알았다'는 의미를 표현할 때는 이중 어떤 것을 써도 오해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언어 디자인과 더불어 구조 디자인도 내부 브랜딩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S사의 인스턴트 커피는 나쁘고, 우리가 만드는 스페셜티 커피는 좋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D사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만드는 제 친구는 그 커피로 두 딸을 키우고 가정을 꾸립니다.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많이 생각합니다.

 

장점과 단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회사도, 완벽한 구조도 없어요.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고, 그 두 면을 고스란히 껴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릳츠의 구조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프릳츠의 장점은 인사권이 특별한 사람에게 없는, 직급이 없고 직책만 있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오는 단점도 물론 있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릳츠는 이런 구조를 바탕으로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운영합니다. 차가 없는 구성원과 함께 이용하는 '프카', 구성원의 금융소득을 돕는 '빈스톡' 외에도 유급병가, 가족수당, 체력단련비 등 다양합니다.

  • 프카: 차가 없는 구성원들, 함께 타요
  • 빈스톡: 회사가 돕는 구성원의 금융소득
  • 유급병가: 아프면 회사가 쉴 수 있게 도울게요
  • 가족수당: 가족이 있는 구성원, 힘내요
  • 비타민박스: 혼자사는 구성원들. 비타민 챙겨 먹어야 해요
  • 칭찬해: 다른 구성원에게 관심과 응원을 표현해요
  • 체력단련비: 건강해야 오래 할 수 있어요. 체력단련은 의무
  • 어필비: 우리는 무대 위에 선 사람들. 무대의상 입어요

프릳츠만의 구조와 제도, 일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약속하는 과정이 모두 내부 브랜딩입니다. 사실 내부 브랜딩은 수단이고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안정된 기술자의 삶, 그리고 동기부여가 잘 된 사람들의 공동체'가 그 목적이죠.

 

사업을 해보니, 요식업자가 본인의 기술로 삶을 영위하는 게 참 어려워요. 커피 기술이나 제빵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본인의 기술로 안정된 삶을 꾸려나가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프릳츠의 큰 꿈이고, 이것이 내부 브랜딩을 열심히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