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본 호텔
[콘텐츠 발행일: 2019.09.19]
호텔은 서비스 디자이너인 제가 공간을 이해하는 가장 밀도 높은 방법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알아보는 이가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고 싶은 와중에도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듭니다. 독립적이고 싶으면서 연결되고 교류하고 싶은 마음, 한 가지만 깊이 있게 몰두하고 싶으면서 시대의 유행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새로운 공간에서도 어김없이 공존합니다.
호텔을 찾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지고 공간을 찾습니다. 복합적이면서 때로는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물리적으로 혼재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두 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획·디자인은 물론이고 운영 역량까지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브랜드가 주는 일관된 경험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려면 호텔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상황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무지 호텔을 두 차례 찾고 UDS 카지와라 회장을 만난 다음에 UDS가 만든 다른 호텔이 궁금해졌습니다. 무인양품이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곧 컨셉인 호텔 대신, UDS가 공백을 채워나간 공간에서 의·식·주를 경험해보면 그들의 방식이 가진 강점을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알아보니 비교적 최근에 선보였고 지역의 색깔이 녹아있는 호텔이 있었습니다. 긴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하마초 호텔입니다.
도쿄 니혼바시 지역에 위치한 하마초 호텔에 대한 투숙객의 반응은 충분히 만족스러워 보였습니다. 호텔스닷컴에는 총 174개의 후기가 등록되어 있었는데 평점은 9.6점으로 인천 네스트 호텔(8.6점), 도쿄 트렁크 호텔(9.3점)보다 높았습니다. 지난 2월 오픈한 후 약 5개월간 영업했을 뿐이지만 UDS가 만들고 운영하는 또 다른 호텔에 대한 설렘이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