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호텔의 공통점과 차이점

저는 이번 여정에 꼭 필요한 짐만 챙겼습니다. 짧은 여정이기도 했거니와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호텔 저층부에 위치한 무인양품 매장에서 구매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몸무게를 이용해 넘치는 물건으로 빽빽한 캐리어를 닫는 것은 무지 호텔의 지향점('이것으로도 충분한')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타일렀습니다.

 

제가 무인양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곧 제가 무인양품다운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무인양품이 만든 무지 호텔 선전과 긴자에 각각 1주일 동안 머물면서, 저는 묵어야만 느낄 수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졌습니다.

객실에 들어설 때면 센서가 동작을 인식해 두 겹의 커튼이 시간차를 두고 열리면서 기다란 객실로 햇볕이 들어선다. 무지 호텔 선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투숙객을 환영하는 느낌이 일관성 있게 전해진다. ©이승준무지 호텔 선전과 긴자의 차이는 공간에 있습니다. 모든 객실에 창을 비치하기 위해 UDS는 무지 호텔 긴자 객실을 좁고 길게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5성급 호텔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선전의 건물과 오피스로 활용할 계획이던 건물을 호텔로 디자인한 긴자는 출발점부터 달랐기 때문입니다. 무지 호텔 긴자는 좁고 긴 객실 공간을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책상, 세면대, 옷장까지 이어지는 긴 테이블 구조를 디자인에 활용했습니다.

 

공간의 폭은 좁았지만, 2.8m의 높은 층고와 동선을 고려한 가구의 배치 덕분에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더 넓고 비싼 객실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면적으로만 구성된 객실을 더 많이 운영하는 것이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무지 호텔을 만든 목적 자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방식을 경험하게끔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두 개의 무지 호텔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철저하게 지역에 기반해 선정한 소재입니다. 무지 호텔 선전은 폐목선을 해체해서 얻은 목재로, 무지 호텔 긴자는 도쿄에서 운행하던 노상 전차 선로를 해체할 때 나온 포석으로 로비 벽면을 꾸몄습니다. 객실에는 모든 사람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자연의 소재들, 흙과 돌 그리고 나무를 사용했습니다.

 

로비의 위치도 무지 호텔의 공통점입니다. 무지 호텔 선전과 긴자는 건물 1층에 로비를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선전은 도심에 자리 잡은 고층 빌딩인 어퍼 힐즈(Upper Hills) 2층에, 긴자는 무지 긴자(MUJI Ginza) 월드 플래그십 스토어 6층에 프런트를 두었죠. 무인양품에서 판매하는 친숙한 제품이나 무인양품이 운영하는 식당 무지 다이너(MUJI Diner)처럼 무인양품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단서를 자연스럽게 둘러보고 객실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