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할까, 말까?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7년 7월에 발간된 <창업가의 일>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는 자신만의 창업을 꿈꾼다. 정말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불편한 것을 더 편하게 만들고 싶을 때, 또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이 있을 때 당장이라도 창업을 해서 그 일에 몰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창업을 실행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지금 다니던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당장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살지, 부모님이나 애인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할지, 여러 가지 걱정들에 가로막혀 결국 머릿속 생각으로만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고는 나중에 신문이나 광고에서 비슷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을 보았을 때, '아! 저거 내가 먼저 생각한 건데!'라며 아쉬운 소리만 한다. 나는 왜 창업을 하기 힘들까?
내가 창업하면 성공할까?

다행히도 내가 창업가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그렇다'이면 1점, '아니다'이면 0점이다.

 

창업가 자질평가Entrepreneurship Quantification

  • 나는 사업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
  • 나는 월급을 못 받아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내가 그동안 모은 저축을 모두 사업자금으로 쓸 용의가 있다.
  • 나는 늘 하던 일보다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즐겁다.
  • 나는 계획하는 것보다 실행하는 게 좋다.
  • 나와 함께 창업할 친구나 동료가 한 명 이상 있다.
  • 나는 학교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그리 좌절하지 않는다.
  • 나는 남들에게 무시당해도 별로 실망하지 않는다.
  • 나는 다른 사람들을 잘 관찰하고 의미를 찾는 편이다.
  • 나는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편이다.

자, 위 항목들에 답변했다면 점수를 합산해서 다음 결과를 보자.

 

9점 이상 : 지금 당장 창업하세요! 당신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당장의 안정적인 삶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다. 리스크를 즐기며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조언을 귀담아 들으며, 현재 가진 자원만으로도 바로 창업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다. 아이디어와 팀이 있다면 지금 당장 창업하기를 바란다.

 

5~8점 : 창업동아리, 사내벤처, 또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먼저 경험해보고 시작해도 늦지 않을 듯

창업에 관심이 많고, 이미 많은 것을 공부한 사람이다. 다만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맹신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고, 주변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통해 좀 더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리스크가 불안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다 짊어지고 어렵게 가기보다는 주변의 뛰어난 창업가와 함께하거나 사내벤처나 스타트업의 초기 직원으로 시작해보길 권한다.

 

5점 미만 : 창업은 다음 생에. 아쉽지만 스스로 창업하는 것보다는 회사에 취직하거나, 학교에 가거나 혹은 공무원이 더 적성에 맞겠다. 스타트업은 다음 생에 하는 걸로.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창업가정신은 당신이 무슨 일을 하건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있고, 굉장히 중요하다. 대기업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다음 세대를 가르치거나 나라의 일을 하는 것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다만, 과거를 답습하거나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항상 '창업가정신'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지금 하는 일을 10배 더 개선한다면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의사, 교수, 운동선수, 공무원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창업가정신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낸 사람들이 많다.

창업을 준비하자

창업가들은 연습할 환경도 시간도 없다. 창업에 연습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직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다. 교사, 회계사, 변호사, 의사, 운동선수 모두 10년 넘는 시간 동안 학교에서 공부하고, 실습하고 또 연습하는 시간을 가진다. 배우는 동안에는 실수를 많이 해도 되고, 조금 뒤처져도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다. 다양한 경쟁을 통해 서로의 실력을 비교해보면서 내가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 측정할 수도 있다.

 

창업가들은 어떻게 준비하는가?

스타트업을 창업해본 경험이 없다면 우선 필요한 경험을 잘게 쪼개서 해볼 수는 있다. 학생이라면 먼저 창업이나 경영 관련 동아리나 클럽, 학회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창업동아리에서는 작은 창업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당장 안 좋은 학점을 받고, 조금의 금전적 손실을 보더라도 너무 크게 실망하지 말기를. 그때는 정말 큰 시련 같지만, 지나고 보면 인생에는 훨씬 더 큰 시련들이 많이 온다. 학생 때 창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창업을 함으로써 남들이 갖지 못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 전문분야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쌓는 것이 큰 이익이다. 다만, 창업을 멋으로 여기면 안 된다.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마케팅이나 디자인팀, 개발팀 등 다른 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성공적인 제품을 출시하거나 운영 경험을 쌓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서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하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인사부서가 인재 채용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채용과정은 어떻고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동료와 대화하면서 이해해두면 좋다. 홍보팀에서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경영진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나라면 어떻게 수습했을지 생각해보면서 나만의 학습을 할 수 있다. 특히 채용과 해고는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적으므로 만약 이런 경험이 있는 창업가라면 복 받은 것이다.

ⓒAnnie Spratt지금 당장 창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다른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하는 것도 좋다. 2001년, 나는 휴대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 초기 직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열 몇 번째 직원이었고, 회사 내 유일한 한국 사람이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네트워크 장비의 펌웨어(firmware)를 항상 최신으로 유지시키는 업데이트 기술이었는데, 신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셋톱박스, 게임콘솔 등 여러 시장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님과 경영진은 우리가 가진 기술을 휴대폰 시장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개발진과 진지한 토론을 했다. 당시는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도 없던 시절이었고, 무선통신망도 아직 2G여서 우리 기술이 원활하게 작동하기에는 느리고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때 나는 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고 시장규모도 큰 셋톱박스와 게임콘솔 시장을 포기하고 아직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휴대폰 시장에 왜 회사의 모든 개발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회사는 HP에 무려 1억 6000만 달러라는 높은 가치에 매각되면서 성공적으로 엑시트(exit)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100명이 훨씬 넘는 규모로 성장했고 나는 어린 나이에도 자연스럽게 회사 내에서 개발과 영업 등 꽤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며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때는 작은 것 하나라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계산해야 했지만, 그런 경험들 덕분에 나중에 창업했을 때 상대적으로 쉽게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흔히 갓 대학교에 들어간 스냅백 모자와 후드 차림의 어린 학생들이 모여서 이해하지 못할 제품을 개발하는 장면을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창업가들의 많은 수가 30대 이상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30세에, 엘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SpaceX)를 31세에 창업했다. 링크드인(LinkedIn)을 창업한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창업 당시 35세였다. 2016년 조사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스타트업 창업가 평균 연령은 36세였다. (30대 창업가가 50%, 20대가 18%였다.)

* 관련 자료: <한국스타트업 생태계 백서>,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 발표, 2016

대다수는 창업하기 전
평균 5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업무 경험을 쌓은 이들이었다
흔히 창업가는 어느 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뒤 벼락성공을 한 영웅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매 순간의 경험들을 배움의 기회로 삼아 머릿속에서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주의 깊은 연습을 한 사람들이다. 이런 연습 기회가 많았거나 경험이 독특했던 사람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아니, 창업을 하지 말자   

스타트업을 하면 안 되는 이유도 있다.

 

첫째, 일확천금을 꿈꾸며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 미안하지만 돈을 버는 다른 빠른 길을 찾아보길 권한다. 스타트업은 성공하면 큰돈과 명예가 따라오긴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지 그 자체를 스타트업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으면 위험하다.

 

지금보다 더 궁핍한 생활을 견뎌야 하는 '죽음의 계곡'에 다다를 테고, 당신뿐 아니라 팀원들도 그 고통을 나눠야 할지 모르며, 실패하면 지금보다 더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성공하더라도 자기가 가진 돈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행복에 무감각해질지도 모르며, 갑자기 생긴 돈 때문에 공동창업자나 팀원들과 사이가 나빠질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다.) 돈은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둘째, 직장 상사가 너무 괴롭혀서 당장이라도 회사를 때려치우는 경우. 미안하다. 창업하면 더 많은 괴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셋째, 멋져 보여서.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뉴스에 나오는 엘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처럼 멋진 모습을 꿈꾼다면 스타트업은 당신의 길이 아니다. 누구나 창업하면 '대표님' 칭호를 듣고 잠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하지만 그 외 99% 시간에는 아마 다른 사람들의 무시와 더불어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고객과 거래처는 언제나 갑이고, 은행에서는 신용도가 낮다며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한다. 사람들은 들어본 적 없는 내 스타트업에는 관심도 없을 테고, 심지어 사기꾼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란, 성공하기 전에는 아무도 나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직업이다.

Curator's comment: 창업가의 메모

창업이 유행입니다. 40대 이후면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누구나 한 번쯤 창업을, 새로운 일을 해볼까 생각해 보고,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역시 창업은 꽤나 매력적인 대안입니다. 사실 '창업' 그냥 시작하면 됩니다. 따지고 보면 창업하기 그 자체는 생각처럼 어렵지 않습니다. 지르면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창업하기가, 창업해서 계속 유지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숫자를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창업이 얼마나 성공 확률 낮은 도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고민합니다. 내가 창업해도 될까? 나는 창업에 적합한 사람일까?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나는 절대 창업할 수 없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자기의 일을, 자기의 사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창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창업가 정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과 함께 테스트를 한 번 해보세요. 점수로 창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지만 적어도 의미 있는 기준을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