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나야 알 수 있는 것들

A&R에게 미팅은 일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비즈니스가 대개 그렇듯, 처음에는 유선으로 연락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작곡가나 퍼블리셔와 대면하는 것이 좋습니다. 메일이나 메신저로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특히 A&R의 경우 메신저로는 보안상 보내지 못하는 레퍼런스나 비디오 등을 직접 보여줄 수 있어서 미팅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국내 미팅은 작곡가의 작업실에서 진행됩니다. 저는 작업실에 방문하면 최근 작업한 곡을 들려달라고 부탁하곤 했습니다. 곡이 좋으면 그 자리에서 제게 보내달라고 했죠. 사실 이런 부탁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친해지면 서슴없이 들려주기도 합니다. 더 친해지면 저는 "작업실에 (작업물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가지러 가겠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문제는 해외 작곡가나 퍼블리셔와의 작업입니다. 물론 스카이프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화상 채팅을 하기도 하지만, 미팅 후에 정리된 이메일을 한 번 더 보내야 하는 등 좀 더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저는 SNS에서 작곡가들을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도착해 위치에 'Seoul'이라는 표시가 뜨면, 바로 메신저로 말을 걸어 만나자고 했습니다. 이들 역시 한국에서 미팅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보니, 서울에 온다고 먼저 말하기도 했고요.

 

한 작곡가는 오전 8시에 미팅하자는 이야기를 꺼내 두 시간 일찍 출근해 회사 앞 카페에서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처음 보는 이름의 작곡가가 케이팝 앨범에 참여했기에 페이스북으로 연락했다가, 마침 "자신의 퍼블리셔가 서울에 간다"고 해 단숨에 미팅을 잡았던 적도 있었죠.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이상, 서울에 오는 작곡가나 퍼블리셔는 다 만나야겠다고 계획한 것입니다. 그래야 이들이 저를 알고 함께 작업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반대로 그 나라에 직접 가서
해외 작곡가나 퍼블리셔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을 만나러 외국까지 갈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앨범 제작을 계속해야 하는 일의 특성상 앨범이 나오지 않는 후반기, 주로 10월을 넘겨 해외로 여행 갈 때마다 도착한 도시의 사진을 SNS에 올리면 그곳에 있는 업무상 지인들로부터 많은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휴가를 떠나서도 작곡가와 퍼블리셔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마치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