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직업, A&R

박준우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Artist and Repertoire, 이하 A&R). 말 그대로 한 아티스트가 발매해야 하는 음반의 기획 과정을 통괄하는 직업입니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음악가(musician) 발굴*까지를 A&R의 업무로 포함하지요.

* 국내 대형 기획사에서는 신인개발팀이 담당한다.

즉, 직접 곡이나 가사를 쓰지 않아도
음악으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직업이기도 하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가족들에게 A&R이라는 단어를 외우게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좀 더 뒤에 두더라도 말이죠.


국내에 A&R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는 대표나 매니저가 A&R 일을 동시에 했습니다. 개념이 늦게 들어온 것이지,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없던 것은 아니지요. 만약 그렇다면 1990년대부터 시작된 케이팝(K-POP) 아이돌의 역사는 쓰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A&R이란 무엇일까요?

배수정 제가 하는 A&R은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앨범 기획을 하는 A&R이 있습니다. 이 직무는 아티스트에 맞춰 어떠한 컨셉이 좋을지 논의합니다. 그리고 프로듀서와 작곡가에게 컨셉을 설명하고 아티스트를 위한 곡을 수급하기 시작하죠. 곡이 모두 확정되면 녹음과 믹스, 마스터링을 진행하며 이후 앨범 자켓이나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프로덕션을 진행합니다.

 

다음으로 곡을 피칭(pitching)*하는 퍼블리셔(publisher)**로서의 A&R이 있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프로듀서 혹은 작곡가가 본인들의 카탈로그를 보내오면 그 안에서 데모를 선별하여 각 아티스트에 맞게 레이블에 소개하고 전달합니다.

* 기획사에게 전달하고 소개하는 일

** 작곡가, 작사가를 관리하여 곡의 제작을 돕고 레이블에 곡을 공급하는 포지션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직업, A&R

박준우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Artist and Repertoire, 이하 A&R). 말 그대로 한 아티스트가 발매해야 하는 음반의 기획 과정을 통괄하는 직업입니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음악가(musician) 발굴*까지를 A&R의 업무로 포함하지요.

* 국내 대형 기획사에서는 신인개발팀이 담당한다.

즉, 직접 곡이나 가사를 쓰지 않아도
음악으로 먹고사는 직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직업이기도 하죠.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가족들에게 A&R이라는 단어를 외우게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좀 더 뒤에 두더라도 말이죠.


국내에 A&R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는 대표나 매니저가 A&R 일을 동시에 했습니다. 개념이 늦게 들어온 것이지,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없던 것은 아니지요. 만약 그렇다면 1990년대부터 시작된 케이팝(K-POP) 아이돌의 역사는 쓰이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A&R이란 무엇일까요?

배수정 제가 하는 A&R은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앨범 기획을 하는 A&R이 있습니다. 이 직무는 아티스트에 맞춰 어떠한 컨셉이 좋을지 논의합니다. 그리고 프로듀서와 작곡가에게 컨셉을 설명하고 아티스트를 위한 곡을 수급하기 시작하죠. 곡이 모두 확정되면 녹음과 믹스, 마스터링을 진행하며 이후 앨범 자켓이나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프로덕션을 진행합니다.

 

다음으로 곡을 피칭(pitching)*하는 퍼블리셔(publisher)**로서의 A&R이 있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프로듀서 혹은 작곡가가 본인들의 카탈로그를 보내오면 그 안에서 데모를 선별하여 각 아티스트에 맞게 레이블에 소개하고 전달합니다.

* 기획사에게 전달하고 소개하는 일

** 작곡가, 작사가를 관리하여 곡의 제작을 돕고 레이블에 곡을 공급하는 포지션

 

한편 저는 레이블 A&R*로 일을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곡을 직접 만드는 일도 하는데요. 프로듀서가 트랙을 보내오면 국내외 싱어송라이터에게 탑라인(topline)**을 받아 새로운 곡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곡을 레이블에게 피칭하죠.

* 레이블 직원으로,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제작을 맡는 사람

** 인스트루멘탈 혹은 MR이라 불리는 반주가 아닌, 보컬이 부르는 음

 

이렇게 곡을 만들기 전에, 먼저 프로듀서와 싱어송라이터에게 피칭할 타깃 아티스트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제가 먼저 시장의 트렌드를 알아보고 어울릴 만한 케이팝 아티스트를 생각해 역으로 컨셉이나 레퍼런스를 제안하여 곡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배수정 저자, 박준우 저자가 참여한 앨범들 ⓒ박준우

얼마 전부터 언론과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A&R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주로 3대 대형 기획사의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그중 한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A&R이라는 포지션을 얻은 후의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합니다. 만나고 싶던 작곡가에게 명함을 주며 곡을 달라고 이야기했을 때, 처음으로 작곡가에게 받은 곡을 회사에서 승인했을 때, 그리고 보컬과 세션 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거친 앨범 수록곡을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모니터링할 때의 기분을 어떻게 잊을까요.

 

특히 앨범 제작의 최종 단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스터링을 12시간 넘게 한 끝에 마스터링 CD를 받았을 때, 그리고 2박 3일 밤을 새워 찍은 뮤직비디오의 최종 편집본을 보았을 때의 감동은 말할 수 없지요. 각각의 과정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어지는 챕터에서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중독된 것인지 A&R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션케이브(OCEANCAVE)라는 독립 A&R 회사를 차려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알샤인이라는 알앤비 아티스트의 A&R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HYO(소녀시대 효연)의 'Sober', AOA의 '빙글뱅글', 프리스틴 V의 '네 멋대로(Get It)'를 제작하고 참여했습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박준우 포스트 프로덕션 담당, 아티스트 브랜딩, 자문 위원… 이런 복잡한 말들이 다 뭘까요? 직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사람이 해야 하는 역할을 압축해서 이야기하는 단어들입니다. 포스트 프로덕션 전담은 영화 시장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음악 시장에도 이런 직무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최근 바이럴 마케팅 대행, 언론 홍보 대행 및 매니지먼트 대행 회사가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저는 혼자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음악가나 앨범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을 훨씬 많이 했다는 거죠.

 

음악가나 앨범이 어떤 매체에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 어떤 이미지로 보였으면 좋겠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기획하고 실행했습니다. 음악가나 작품이 유명해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단순히 많이 알려진다고 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Jade Masri/Unsplash

제 본업은 음악에 관한 글을 쓰는 것입니다. 방송작가부터 기자, 칼럼니스트까지 글로 쓰는 직업은 다 거쳐봤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게 평론가라는 직함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저는 산업 현장 한가운데에 있기도 합니다. 그동안 음악 관련 일을 끊임없이 해왔기에 레이블과 일하는 건 이제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것이 음악을 이야기하는 다른 전문가들과 저의 차이점입니다.

 

2017년 10월 뉴이스트 W가 발표했던 첫 앨범 <W, HERE>를 비롯해 앨범이나 타이틀곡을 결정하고 선보이는 데 있어 자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마치 상담해주듯 인디* 음악가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여러 음악 시장에 몸을 담는 과정에서, A&R들에게도 저는 카운슬러였습니다.

* 소속사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적은 자본과 인원으로 구성된 경우를 일컫는 말

 

음악 시장을 지켜보고, 또 일하면서 얻은 것은 단순히 이곳이 힘들다는 이야기뿐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 음악 시장이 돌아가는 전체적인 과정부터 디테일까지 때로는 멀리, 때로는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죠.

일과 취향 사이에서의 틈

배수정 A&R의 가장 좋은 점은 '24시간 내내 음악을 듣는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제겐 꿈의 직업이나 다름없었죠. 사무실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새로운 레퍼런스를 찾기 위해 밤새 자료를 헤매고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듣기에는 너무 좋은 레퍼런스나 데모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찬성표를 많이 얻지 못할 때나, 저의 취향과 아티스트의 취향 사이에서 좌절하여 방황하던 때도 있었죠. 제 취향이 마이너하다고 느껴질 때 주류(mainstream)의 취향을 받아들이는 건 직업적 의무였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Thomas Litangen/Unsplash

이제는 그 사이에서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죠. 아티스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해당 아티스트의 연차에서 어느 정도의 분위기가 필요한지 등을 현장 경험을 통해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또한 해외의 퍼블리싱 회사와 퍼블리셔들을 '구글링'하며 찾아냈습니다. 직접 만날 수 없는 대신 하루에 많은 메일을 쏟아냈고, 그렇게 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점점, 제가 제시했던 컨셉을 반영한 곡들이 앨범에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는 꿈의 직업,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직업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A&R은 꿈의 직업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로지 음악만을 생각하면 되니까요. 소설이나 영화, 미술, 디자인 등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모든 것은 A&R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좋은 컨셉이나 기획을 만들어주는 원천이니까요.

 

A&R이라는 직업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멋져 보이는 이야기부터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환상 때문입니다. 마감일이 다가오는데 곡을 못 찾았을 때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합니다. 곡을 못 가져오는 나 때문에 앨범 제작이 밀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듭니다. 모든 부서는 곡 확정만을 기다리며 A&R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봅니다. 음악으로 인해 고통스러워지는 순간이죠.

 

대표적인 예로 제가 그랬습니다. 제가 담당한 앨범이나 곡이 잘 되지 않았을 경우, 스스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상사를 포함하여 팀 내에서 그 누구도 저를 비난하거나 잘못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제 상사는 오히려 '네가 만든 잘못이 아닌데 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앨범 제작 때마다 이겨내야 하는 자리가 A&R입니다.

 

최근 케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누군가는 이것이 음반 시장의 판이 달라져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기술과 SNS의 발달, 유튜브 리액션 채널*의 등장과 음악 관련 콘텐츠 등을 이야기하죠.

* 각종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물 채널. 'K-POP reaction video'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다.

 

* 프리스틴 V의 'GET IT'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 ©BRISxLIFE


저는 케이팝의 성공을 A&R의 직업적 사명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케이팝 앨범이 세계 아이튠즈 차트를 석권하고,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곡의 뛰어난 퀄리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서, 그리고 그 뒤에서 영혼을 팔면서 앨범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요.

두 사람이 말하는 기획과 제작, 그리고 달콤 쌉쌀한 현실

박준우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에서 저희는 어떻게 일했는지,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주목받는 케이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안에서 A&R은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되는지 말입니다.

 

A&R이란 직업을 동경하여 저희에게 물어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 직업은 무엇을 전공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특정 기술을 가르쳐주는 곳도 없는 망망대해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 리포트를 통해 저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케이팝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드릴까 합니다.*

* 리포트를 보면서 관련 용어 설명이 필요할 때는 부록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