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의 여왕, 해외 곡을 받다

페북의 여왕. 제가 A&R로 일하며 해외 곡을 받기 위해 페이스북으로 해외 작곡가 및 퍼블리셔와 연락을 주고받다 생긴 별명입니다.

 

처음에는 검색이나 소개를 받아 이메일 주소를 얻어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아무리 이메일이 빠르다고 해도 시차 때문에 실시간으로 이야기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메신저를 이용할 만한 가벼운 문장을 주고받기에도 체감상 시간이 더 걸리는 듯했고요. 또 해외에 자주 나가기 어려운 물리적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히기에도 페이스북은 유용했습니다.

 

저는 나름의 방법으로 찾은 작곡가와 퍼블리셔를 모조리 페이스북 친구로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급한 일들을 메신저에서 처리했습니다. 바로 "Hello, This is Soo jeong"이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됐으니까요. 외국인들은 이메일도 자주 확인하지만 페이스북 메신저를 카카오톡 같은 데일리 메신저로 쓰는지라, 퇴근 후에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메일을 제때 확인하지 않으면 확인해달라고 재촉할 수도 있었죠.

 

덕분에 제 페이스북 친구의 대부분은 해외 작곡가와 퍼블리셔들입니다. 심지어 한 번 친구를 신청하면 알 수 있는 친구로 새로운 작곡가가 창에 뜨니, 친구 신청을 한 후 바로 곡을 달라고 메신저로 이야기할 수도 있었죠. 덕분에 저는 퇴근하는 퍼블리셔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해외 작곡가와 24시간 내내 메신저를 통해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침대 위에서 페이스북 메신저와 카카오톡, 이메일을 동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페북의 여왕'은 이런 제 모습을 보고 한 국내 퍼블리셔가 붙여준 별명입니다. 거의 모든 작곡가가 제 페이스북에 연결돼 있다면서 말이죠.

©Tim Bennett/Unsplash

페이스북 메신저를 가장 유용하게 사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받은 곡 하나를 급하게 사야 했는데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던 연말이라 연휴가 끼어 있어 이메일로는 확인이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독일 페이스북에서 퍼블리셔를 찾아 메신저로 말을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