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기획도 '기획'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 전에 목표와 할 일을 정해야 합니다. 전반적인 컨셉을 기획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스케줄을 정하는 과정은 앨범을 제작하고 한 번의 활동을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하죠.
특히 케이팝 산업에서
작품 전 아이디에이션은 필수입니다
초기 기획과 컨셉 제작 자체만으로도 구매력은 물론 팬덤의 긍정적 반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에이션 단계의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반에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 안무 같은 프로덕션 간 싱크도 중요한데요. 싱크를 맞출 대상을 만들어 놓는다는 점에서 아이디에이션 작업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동시에 스케줄에 맞게 세세한 계획을 짜고, 사전에 예산을 확인하는 등 활동을 만들기 위한 사전 컨디션을 파악해야 합니다. 처음 세웠던 방향이 여러 사정 때문에 조금씩 수정될 수는 있지만 애초 이걸 왜,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잘 파악하고 기록을 남겨 두어야 제작 과정 중 헷갈릴 때 좋은 지표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한가요?
한 번의 활동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리: 박준우)
이렇듯, 한 번의 활동 안에 앨범 제작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한 장의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가 아닌, '한 번의 활동이 만들어지기까지'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때 어떤 느낌으로, 언제 앨범을 발표할지 결정됐다면 곡을 모아야 합니다. 곡을 모으는 자세한 과정은 차차 살펴보고, 전체적인 제작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합니다.제작 과정의 핵심, 앨범 만들기
앨범 제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정해진 발매일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완성해야 하고, 그래서 시간에 쫓기죠. 완성한다고 해도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아가 다시 한번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R이 물리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부분이 바로 앨범 제작 과정입니다.
1. 녹음
음반 기획도 '기획'이다
어떤 일이든 시작 전에 목표와 할 일을 정해야 합니다. 전반적인 컨셉을 기획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스케줄을 정하는 과정은 앨범을 제작하고 한 번의 활동을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하죠.
특히 케이팝 산업에서
작품 전 아이디에이션은 필수입니다
초기 기획과 컨셉 제작 자체만으로도 구매력은 물론 팬덤의 긍정적 반응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디에이션 단계의 결과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반에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 안무 같은 프로덕션 간 싱크도 중요한데요. 싱크를 맞출 대상을 만들어 놓는다는 점에서 아이디에이션 작업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동시에 스케줄에 맞게 세세한 계획을 짜고, 사전에 예산을 확인하는 등 활동을 만들기 위한 사전 컨디션을 파악해야 합니다. 처음 세웠던 방향이 여러 사정 때문에 조금씩 수정될 수는 있지만 애초 이걸 왜,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 잘 파악하고 기록을 남겨 두어야 제작 과정 중 헷갈릴 때 좋은 지표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회사에서 프로젝트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한가요?
한 번의 활동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리: 박준우)
이렇듯, 한 번의 활동 안에 앨범 제작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한 장의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가 아닌, '한 번의 활동이 만들어지기까지'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때 어떤 느낌으로, 언제 앨범을 발표할지 결정됐다면 곡을 모아야 합니다. 곡을 모으는 자세한 과정은 차차 살펴보고, 전체적인 제작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고 합니다.제작 과정의 핵심, 앨범 만들기
앨범 제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정해진 발매일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완성해야 하고, 그래서 시간에 쫓기죠. 완성한다고 해도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돌아가 다시 한번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R이 물리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부분이 바로 앨범 제작 과정입니다.
1. 녹음
제가 했던 A&R의 업무 중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부분입니다. 곡이 정해지면 아티스트, 곡 녹음을 봐줄 작곡가, 녹음실 등의 스케줄을 맞춰 보컬 녹음 날짜를 잡죠. 그리고 녹음을 시작합니다. 녹음은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항상 아티스트 매니저가 끝나는 시간을 물어보면 저도 알 수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정말 몰랐거든요.
아티스트의 컨디션이 좋으면 금방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12시간이 넘는 녹음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저는 3일에 걸쳐 20시간을 넘겨봤습니다.) 녹음 시간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만족스럽게 끝내지 못하면 추가 녹음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한 번에 끝내는 쪽을 선호했습니다.
보컬 녹음이 무사히 끝나면 코러스나 악기 등 세션 녹음이 이뤄집니다. 세션 녹음의 대부분은 경력이 있는 세션들과 진행하는 편이기에 보컬 녹음보다는 수월합니다. 하지만 스트링* 녹음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 편곡을 할 수 있고 오케스트라의 녹음을 볼 수 있는 다른 작곡가를 또 모시기도 하죠.
* 오케스트라 형식의 현악기
저는 브라스 밴드 녹음을 가장 좋아했는데요. 제가 브라스 악기들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부스 밖에서도 혼자서 춤을 추면서 신나게 녹음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컬과 세션 등 모든 녹음을 끝내면 믹스와 마스터링이라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 믹스
믹스는 보컬을 포함해 곡에 사용된 모든 악기의 균형을 맞추는 일입니다. 녹음 직후 보컬과 모든 악기는 같은 음량이라 그냥 듣기엔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믹스 엔지니어와 작곡가, A&R이 함께 작업해야 하죠.
이때 많이 사용되는 말은 앞에 두느냐, 뒤로 빼느냐 등 '앞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음악을 들을 때 악기 소리는 작고 보컬 소리는 크게 들리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이렇게 보컬 소리를 크게 할 때 통상적으로 보컬을 '앞에 둔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은 곡에 따라 달라지죠. 심지어 한 곡에서 어떤 부분은 악기 소리를 크게 하고 보컬 소리를 작게 하기도 합니다. 필요에 따라선 이 '믹스' 과정에서 보컬에 이펙터를 입혀 신기한 소리를 만드는 일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A&R과 작곡가, 믹스 엔지니어의
곡 해석 능력입니다
곡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운드를 만들지가 결정되기 때문이죠. 각자 다른 스타일로 곡을 생각한다면 원하는 믹스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에, 작곡가와 믹스 엔지니어가 충분히 의견 교환을 한 다음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믹스가 최종적으로 끝나면 제작 과정의 마지막이라고 불리는 '마스터링'에 들어갑니다.
3. 마스터링
마스터링은 믹스를 통해 균형을 잡은 악기들을 한 번 더 정돈, 즉 '보정'하는 과정입니다. 믹스 과정에 악기 소리를 배치했으니 마스터링에서는 거친 사운드를 좀 더 가지런하게 만드는 거죠.
마스터링은 마무리 단계라, 보통 한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두고 하루나 이틀에 걸쳐 진행합니다. 녹음이나 믹스 만큼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앞에서 '보통'이라는 말을 붙였듯이, 한 곡에 하루를 넘길 수도 있습니다. 저도 타이틀곡의 마스터링에만 24시간을 넘기고 3번 넘는 수정도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고요.
마스터링 역시 마스터링 엔지니어와 작곡가와의 상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작곡가가 스튜디오에 와서 A&R과 같이 모니터링합니다. 믹스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소통은 작곡가와 엔지니어가 하지만, 앨범 컨셉은 A&R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A&R의 의견도 필요한 것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마스터링 할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제작 과정의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스튜디오에 앉아 완성된 곡을 처음으로 듣는 사람이 저였으니까요. 특히 엔지니어의 조정에 따라 사운드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것은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곡이 여러 번 변하면서 최종 완성됐을 때, 성능 좋은 스피커로 바로 모니터링하면서 제작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이렇듯 앨범은 곡이 정해졌다고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각적 요소를 위한 제작 과정
A&R은 앨범에 할애하는 시간이 다른 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긴 합니다만, 전체적인 앨범의 그림을 봐야 하기 때문에 자켓이나 뮤직비디오 등 시각적인 제작 과정에도 개입해야 합니다. 제가 영화를 덕후처럼 많이 봐둔 것은 이런 부분에서 도움이 됐죠.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과 키워드가 잡히면 이에 맞는 포토그래퍼와 뮤직비디오 감독, 앨범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 등을 찾기 시작합니다. 보통 오랫동안 함께했던 스태프들이 있으면 컨셉을 전달하고 그에 맞는 시안을 보며 같이 만들기도 하지만, 변화를 위해 스태프를 교체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여기서 스태프란 스타일리스트를 포함해 헤어,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죠. 포토그래퍼와 뮤직비디오 감독은 포트폴리오를 보고 결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새로운 사람들을 찾아 만들기도 합니다.
1. 앨범 자켓 촬영
흔히들 새 앨범이 발매될 때, 티저 이미지라는 이름으로 아티스트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공개됩니다. 이런 사진들은 단순히 멋있게, 예쁘게 찍은 것이 아니라 전부 컨셉에 맞춰서 촬영된 사진들이죠.
이 촬영을 위해, 촬영 한 달 전부터 포토그래퍼와 A&R이 함께 회의합니다. 곡을 전달하고 필요한 사항들을 체크하며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할지, 아니면 야외에서 촬영할지, 야외 촬영이라면 낮 시간이 좋을지 혹은 밤 시간이 좋을지, 그도 아니면 뮤직비디오 촬영과 같이 진행할지 등을 말이죠.
그리고 모든 사항이 결정되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합니다. 야외 촬영이라면 헤어, 메이크업, 의상 준비를 위해 분장 차량을 준비하기도 하고, 필요한 소품들을 구해오기도 합니다. 촬영이 시작되면 모니터링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어떤 사진이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하죠. 제작 시간상 재촬영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꼼꼼히 체크해야만 합니다.
2. 앨범 디자인 및 보정
촬영이 끝나면 원본을 받아 보정을 시작합니다. 이 보정은 단순히 아티스트를 예쁘게 보여주려는 보정이 아니라 컨셉에 맞게 사진을 디자인하는 작업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때 앨범 패키징 디자이너가 참여해 어떻게 앨범을 만들지 논의를 시작합니다.
팬들의 눈에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바로 '패키징'인데요. 패키징은 앨범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도록, 컨셉에 맞게 디자인합니다. 예를 들어 앨범을 화장품이 들어간 파우치처럼 디자인할 것인지 혹은 외관은 심플하게 만들고 내지에 들어가는 사진들은 각자 다르게 여러 버전으로 만들 것인지 등을 의논하죠.
사실 앨범의 외관부터 시작해 사진과 내지의 크레딧, 가사 배치, 씨디 디자인 그리고 폰트까지 모든 부분을 디자이너와 의논해야 합니다. 케이팝 앨범에 거의 들어 있는 포토카드까지 말이죠. 이때 A&R은 디자이너가 보내온 인쇄 샘플본을 보고 가사와 크레딧을 다시 한번 체크하여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해 고치기도 합니다. 이후 외관의 샘플을 보고 최종 확인해서 인쇄를 시작합니다.
* 해외 케이팝 팬들은 케이팝 앨범 패키징에 열광한다. BTS의 앨범을 언박싱하는 영상 ©JoseOchoaTV
3. 뮤직비디오 촬영 및 편집
뮤직비디오 촬영과 편집은 A&R이 녹음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작업입니다. 해외 작곡가들과 이야기해보면 케이팝 뮤직비디오의 높은 퀄리티에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3박 4일의 시간도 보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뮤직비디오는 준비 단계부터 많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야외 촬영이라면 장소 헌팅부터 시간까지, 세트장 촬영이라면 세트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CG를 쓸지, 카메라 워킹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사항을 고려하거든요.
그리고 뮤직비디오 촬영 이외에도 티저 등 다른 촬영으로 인한 편집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뮤직비디오 이외에도 '퍼포먼스 비디오(Performance Video)'라는 이름의 안무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신경 써야 하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인 만큼 아티스트와 스태프를 위한 환경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잠을 자야 하는 경우도 있죠. 저는 차나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지만, 촬영 장소 가까이에서 자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뮤직비디오도 자켓 촬영처럼, 재촬영이란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실시간으로 장면들을 체크해야 합니다.
촬영이 다 끝난 이후에는 편집 과정을 살펴야 하는데요. 이때 안무와 스토리 컷, 색 보정 등을 생각해 편집 비중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을 티저로 내보낼지 생각해야 하고요. 편집이 끝난 가편집본을 보고 다시 한번 수정할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이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완성된 편집본을 만들어냅니다. 뮤직비디오 촬영은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든 작업이었지만, 편집본을 보는 순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가 맡은 아티스트가 제일 멋져 보이고 예뻐 보였거든요.
* NCT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SM Entertainment
제작이 끝나도 할 일은 많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활동을 위해 안무도 짜야 하고 연습 영상도 찍어야 하죠.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무대 의상도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쇼케이스 준비에 돌입합니다. 장소 대관과 무대 세팅은 물론, 진행할 사회자도 섭외해야 하고, 기자들에게 전할 프레스 키트*도 마련하고 보도자료도 써야 합니다. 활동 스케줄도 잡아야 하죠. (요즘은 음악방송 이상으로 예능 프로그램도 잡아야 하고요.) 이렇게 준비하고 나서 쇼케이스를 무사히 마치고 방송 활동을 시작해야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홍보를 위해 소개글, 보도자료, 아티스트 정보, 오디오 파일 혹은 링크, 이미지 등이 담긴 꾸러미
활동을 시작한 후에도 팬사인회와 미니 팬미팅, 심지어 출퇴근길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A&R은 관여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회사마다 조금씩 그 범위가 다릅니다.)
그렇기에 한 장의 앨범이 아닌
한 번의 활동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결국 앨범 한 장을 발표하면서 해야 하는 준비가 앨범 자체를 제작하는 것만큼 많은 품이 듭니다. 그중 A&R이 관여하고 신경 쓰는 부분도 앨범이라는 범주보다 더 넓은 영역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