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새로운 소비세대의 특징

해외의 공간을 살펴보기 전 먼저 중국 내 중요한 소비 세력으로 자리 잡은 '바링허우(1980년대생)', '주링허우(1990년대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 바링허우는 중국에서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후인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키며, 주링허우는 중국이 개혁, 개방으로 경제적 부를 이룬 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 관련 기사: [삼성경제연구소] 어른 된 '소황제' 알아야 중국인 지갑 열 수 있다 (신동아, 2013.8.20)

 

중국은 한 때 인구를 제한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1가족 1자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2016년 이후 '1가족 2자녀' 정책으로 변경). 즉 바링허우와 주링허우는 대부분 외동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로 구성된 가족들의 관심 속에서 유복하게 자랐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은 전 세계를 여행하고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등 기존 세대와 달리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바링허우와 주링허우는 밤낮없이 일해 온 가족들을 어릴 때부터 지켜보며 자랐습니다. 그들은 부모세대처럼 밤낮없이 힘들게 일하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습니다. 그렇게 자라온 새로운 세대는 명품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보다는 건강하게 몸을 가꾸는 소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삶 속에서 소확행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 관련 글: 챕터 5 중 '소비자의 예술욕까지 채워주는 공간, 조이시티'

 

둘째, 환경을 생각하는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합니다. 에너지 절약을 통해 일상에서부터 대기오염과 생태 악화를 줄이는 저탄소 생활을 지향합니다. 건강한 식재료와 식단을 즐길 수 있는 '유기농 브런치 문화', 요가, 러닝 등 건강을 위한 운동을 스타일리시하게 즐기려고 합니다.

 

셋째, 건강한 문화를 공유하는 것을 즐깁니다. 형제자매 없이 외동으로 자란 이들은 모바일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일에 익숙합니다. 웨이보(weibo) 등 SNS를 통해 밥 먹는 모습, 기타 치는 모습 등 일상과 취미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새로운 세대들이 중국 내 소비의 주축이 되면서, 중국 시장 또한 '삶의 질을 높이는 콘텐츠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번 챕터에서는 중국의 새로운 세대들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참고해 공간을 기획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상하이의 훠궈 식당 '치민(Qimin')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치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버섯을) 직접 잘라 먹는 게 재미있어요.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을 받아요.

시종일관 웃으며 일하는 분위기 덕분에, 저도 함께 크게 웃고 즐길 수 있었어요.

새롭고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만들어주는 크리에이티브한 레스토랑!

상하이의 훠궈 식당 치민을 방문한 고객들이 SNS에 남긴 후기입니다. 음식에 대한 평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 '크리에이티브한' 등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한 찬사가 눈에 띕니다.

 

훠궈(중국식 샤브샤브)를 파는 식당은 많습니다.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는 식당도 많습니다. 그러나 치민처럼 크리에이티브한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상하이의 훠궈 식당, 치민 ⓒ김지선앞서 말한 새로운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고자 많은 식당이 유기농 식재료 및 식단을 구성했습니다. 자연주의 스타일을 표방한 인테리어로 식당을 꾸미기도 했죠. 하지만 치민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는 공간에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관점을 전환한 것이었죠

공간의 분위기, 직원의 서비스 태도, 매장의 청결도 등 각각의 요소가 어우러져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곳은 건강하고 즐겁고 감각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 것입니다.

 

치민은 어떻게 이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식당 입구를 시작으로 치민의 공간을 쭉 훑어보려고 합니다. 치민을 구성한 요소들이 이곳을 방문한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건강한 공간을 눈으로 먼저 확인하기

치민은 상하이 징안쓰(Jing'an Temple, 静安寺)역에 위치한 쇼핑몰 릴몰(Réel Mall)에 입점한 식당입니다. 입구 앞 좌측에 놓인 바구니에는 유기농(organic) 채소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입구로 들어가기 전부터 시선을 끄는 요소를 배치한 것이었죠.

입구 좌측에 놓인 유기농 재료들 ⓒ김지선채소 위에 금액이 적힌 푯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 디스플레이 요소가 아니라, 실제 판매가 이뤄지는 식재료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니 당장 판매할 수 있을 정도의 싱싱한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신뢰감과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고객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몇 발자국 걸어가 입구에 들어서니, 다양한 식재료를 갖춘 판매 코너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까 봤던 식재료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죠.

입구 바로 안쪽에 위치한 치민의 식품 코너 ⓒ김지선이곳에는 실제 식당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면, 채소, 과일, 신선식품, 올리브유 이외에도 간장, 샐러드 등 다양한 유기농 식품이 갖춰져 있었습니다. 압구정 로데오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지하 1층 식품 코너가 연상될 정도로 제대로 된 구색을 갖춘 듯 보였습니다. 일반 슈퍼마켓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구성과 질 좋은 식품을 구경하느라 밥 먹으러 온 사실도 잊은 채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식당 내에 식품 코너를 마련한 건 아주 현명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최소 2개 이상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샤브샤브를 먹으러 올 때뿐 아니라, 유기농 식품들을 구매하고 싶을 때도 이곳을 방문하게 될 테니까요.

 

게다가 치민이 입점한 릴몰에는 유기농 식재료를 판매하는 다른 상점이 없습니다. 즉, 이 공간은 치민의 식품 코너이자 릴몰의 식품 코너로서 쇼핑몰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식당 안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렇듯 식품 코너를 매장 안쪽이 아닌, 입구 쪽에 구성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식재료를 활용하는 식당'이라는 첫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음식에 들어가는 유기농 식재료를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도 보며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으니 식당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갈 것입니다.

 

둘째, 지루했던 대기 시간을 호기심을 충족하는 재미있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쇼핑몰에 입점한 식당에서 대기할 경우, 보통 사람들은 다른 매장에서 쇼핑을 하며 순서를 기다리는데요. 치민은 소비자가 번거롭게 이동할 필요 없이 매장 앞에서 식재료를 구경하고 쇼핑하게끔 공간을 구성한 것입니다.

이처럼 같은 공간이라도
어떻게 구성하고
어디에 배치할지에 따라
전략적 접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에너지를 만끽하기

대기시간이 끝나자 점원이 다가와 자리를 안내했습니다. 입구를 지나 다이닝 공간으로 들어서니 마치 갤러리 공간을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에서는 중국 특유의 전통적인 느낌이 났습니다. 일상복을 마치 빨랫줄처럼 천장에다 매달아 놓은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치민 내부. 줄에 걸린 옷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지선치민에서는 여기 걸린 옷들을 주기적으로 변경해주면서 식당 분위기를 바꾼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인테리어를 본 후, 식재료들을 키워내고 조달하여 음식을 만들어낸 이들의 노고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받는 인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간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남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들려는 치민의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새로 방문한 사람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자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다음에는 이 공간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궁금증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다음으로 식사 분위기를 살펴보았습니다. 천천히 장소를 둘러보니, 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맛있게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여느 식당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치민을 찾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는 모습 ⓒ김지선

하지만 치민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식사 중간 진행되는 대만식 전통 주사위 게임 이벤트가 있습니다. 이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추억 속 게임을 하며 즐거워합니다. 대결에서 져도 맥주를 받고, 이긴다면 다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겠지요. 게임에서 이긴 사람들을 위해 모르는 이들이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기도 합니다.

자연주의나 유기농을 추구한다고 해서
단순히 음식이나 인테리어로만
공간에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왜 유기농 음식을 섭취하려고 하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건강해지기 위해서죠. 건강을 위한 요소가 비단 음식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힘들고 지쳤던 일상 속에서 그저 즐겁게 웃을 수 있는 흥겨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식탁에서 자연을 셀프 수확하기

흥겨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자리에 앉아 테이블을 보니 개인별로 배치된 냄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냄비 하나를 공유해 함께 훠궈를 먹던 기존 방식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훠궈가 든 냄비가 개인별로 배치된 테이블 모습 ⓒ김지선요즘은 국내에서도 개인용 냄비로 훠궈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생겼지만,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설거짓거리도 늘어나는 데다 기계 설치부터 준비해야 하는 육수의 양까지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고객 입장에서 보면 개인용 냄비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청결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고요. 이 역시 '건강을 위한 공간'이라는 치민의 공간 컨셉에 부합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뉴를 주문하니 종업원이 음식과 함께 가위와 비닐장갑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어서 버섯이 붙어 있는 나무토막 하나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았습니다. 손수 나무줄기에서 버섯을 채집하는 모습 ⓒ김지선

이 나무토막을 가져온 이유는, 유기농 방식으로 기른 식재료를 소비자가 직접 셀프 수확(self harvest)하여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소비자는 예쁘게 디자인된 가위로 직접 버섯을 채집할 수 있습니다. 신선하고 깨끗하게 보관된 식재료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도시 생활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특별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셀프 수확이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의 경험 욕구를 충족하고
원재료에 대한 신뢰도까지 올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입니다

이렇듯 치민의 공간 구성을 살펴보면서 고객들이 자연주의유기농을 단순히 음식으로만 경험하는 게 아니라,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 재료를 먹는 방식, 이벤트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즐겁고 스타일리쉬하게 만끽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공간과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들이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건강을 제공한다'는 하나의 맥락 안에서 각각의 의도와 역할을 가지고 운영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사례: 상하이의 복합쇼핑몰 K11

바링허우의 관점에 따라 기획된 또 다른 공간을 살펴볼까 합니다. K11은 기존 쇼핑몰과 달리 예술 중심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쇼핑몰입니다. 갤러리와 쇼핑몰을 결합한 문화적인 명소로 K11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에이드리언 챙입니다. 에이드리언 챙은 홍콩에 기반을 둔 뉴월드그룹을 경영하는 쳉 가문의 인물로, 바링허우 세대이기도 하지요.

 

에이드리언 챙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모아 K11 컬렉션을 구성하고, 자연주의 인테리어로 편안한 휴식처 느낌을 강조했는데요. 특히 상하이 지점은 '예술, 사람 그리고 자연'이라는 K11의 모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지점으로 꼽힙니다.

 

연출적인 요소를 먼저 살펴볼까요. 벽면을 따라 수직으로 설치된 푸른 식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비 등의 조형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고, 보리밭길을 형상화한 작품도 보입니다. 이렇듯 공간 곳곳에 식물들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자연주의 라이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충족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K11 쇼핑몰 내 정원 ©정창윤

이곳에서는 도시농장도 운영 중입니다. 직원들이 전체적인 관리를 하고, 쇼핑몰 인근 유치원이나 인근 거주민들과 협업하여 실제로 식용 가능한 식물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식물 옆 푯말에는 그 식물을 맡아 키우는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도시에서 자라 흙을 만져볼 기회조차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겠지요. 아이들의 부모들로 하여금 K11의 이미지를 보다 자연적이고 건강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K11 내 도시농장 ©정창윤도시농장에서는 쇼핑몰 인근 유치원, 혹은 거주민이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정창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아기 돼지를 키우는 작은 농장도 있습니다. 농장을 경험해본 적 없는 아이들로서는 돼지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학습 현장인 셈입니다.

K11 내 미니 농장 ©정창윤

입점한 식당에서도 '자연주의 라이프'라는 공간의 큰 맥락이 느껴집니다. 가령 유기농 버섯 식당 'The Urban Harvest G+'는 버섯과 각종 채소 등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들을 매장 바깥에서 볼 수 있게 배치된 식료품실에서 수확합니다. 다른 매장과 차별화된 공간 구성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론, 신선하고 청결하게 유지 및 보존되는 상태를 보여줌으로써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줍니다.

식당 The Urban Harvest G에서 쓰는 식재료를 수확하는 식료품실 ©정창윤식당을 찾은 이들이 식료품의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정창윤

비단 음식뿐 아니라 분위기, 재료를 먹는 방식,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도 '자연주의‧유기농'을 만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치민 식당, 그리고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자연' 관련 공간과 콘텐츠를 방문객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쇼핑몰 K11까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도 F&B는 물론 화장품, 패션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해 원료, 생산 및 유통과정,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심을 가지고 소비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자연주의를 다각적으로 풀어낸 해외의 리테일 공간을 살펴보면서 국내 리테일 공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