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함께 소비의 중심 채널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시작되었는데요. 고객들이 SNS를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비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각국의 온라인 시장은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들보다 자국 내에서 언어, 서비스, 배송 시간 등에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온라인 기반의 대형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가장 트렌디하면서 소비가 빠른 패션 시장을 살펴볼까요? 글로벌 패션 플랫폼인 넷어포터NET-A-PORTER, 육스, 미스터포터MR PORTER, 매치스패션MATCHES FASHION, 파페치Farfetch 등을 살펴보면,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아이템들을 취급할 뿐 아니라, 대중적인 가격대부터 고가 가격대까지의 제품들을 두루 섭렵했으며, 오프라인 공간의 유지비와 유통 비용을 뺀 저렴한 가격, 그리고 아울렛 방식의 전략까지 도입했습니다.

글로벌 패션 플랫폼 홈페이지 ©마이테레사, 넷어포터, 미스터포터, 육스

이들은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얻은 이익을 통해 제품의 질적인 부분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는 동시에, 물류 창고들을 세계 곳곳에 구성하여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배송 시간도 단축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언어 서비스를 확대하고, A/S 등 서비스도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미루어 볼 때, 현재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소수 온라인 플랫폼 사이트로 통폐합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대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 필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무조건 온라인으로만 제품을 판매해야 할까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에서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충족해 준다면, 더 나아가 '바로 그 장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시간과 제한된 경험이 있는 공간'이라면, 고객은 기꺼이 오프라인 매장에도 들를 것입니다. 이번 챕터와 챕터9에서는 그 실제 사례와 자세한 설명을 다룰 예정입니다.

고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설치하는 이유

시장의 변화는 고가 브랜드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많은 고가 브랜드가 기존에는 브랜드만의 특별함과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온라인 진출을 꺼려했지만, 최근에는 달라진 양상을 보입니다. 루이비통도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지요.

 

온라인에 진출한 고가 브랜드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있던 상품 수를 줄이고 쇼케이스 공간을 늘려가는 등 매장의 형태를 바꾸는 한편, 소비자가 브랜드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의 형태로 매장을 운영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 빈 상업 공간에 몇 주나 몇 달 동안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상점

 

최근 클럽 모나코는 뉴욕의 플래그십 매장 내부에 세 가지 팝업스토어를 3~4개월마다 로테이션하여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Club Monaco turns to in store pop-up shops to diversify its retail experience (Glossy, 2018.6.5)

 

클럽 모나코 마케팅 부서의 글로벌 디렉터 케리 클락Kerri Clark은 이렇게 말합니다.

팝업스토어는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제공한다. 서너 달마다 (공간이) 교체되어 한정된 기간에만 경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이 우리 공간을 다시 방문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클럽 모나코를 언급했지만, 고가 패션 브랜드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들이 팝업 형태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특히 항상 새로움을 제시해야 하는 패션, 뷰티 분야에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이전의 팝업스토어가 신제품을 더 화려하게 보여주기 위한 쇼케이스의 한 형태였다면, 지금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적으로 또 지속해서 보여주기 위해 공간을 활용하는 최적의 방식이 된 것이죠.

 

팝업스토어 방식에서 조금 더 나아가보면, 더욱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정된 기간에만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이 장소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도 한정 판매하는 것입니다. 굳이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존 제품들은 어차피 할인된 가격에 온라인에서 판매되므로 신제품 하나에만 집중해도 됩니다.

 

또한 공간을 아주 특별하게 연출하는 것입니다. 쇼케이스처럼 꾸며도 좋지만,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형태로 꾸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때 팝업스토어로 찾아오는 소비자들은 신제품을 보는 것은 물론, 희소성 있는 특별한 경험을 위해 방문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죠.

 

기존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앞으로 팝업 스토어 형태가 다양해지고 많아질 것입니다. 고가 브랜드들이 크루즈 쇼Cruise Show를 통해서 새로운 장소를 보여주고 제시하듯 어떤 장소를 선택하는지도 하나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열린 패션쇼이자 쿠바의 개방을 상징하는 행사로 회자되는 샤넬 크루즈 컬렉션과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여행의 정취', '수려한 자연환경', '예술과의 만남' 등의 요소를 충족하는 장소인 교토 미호뮤지엄에서 진행한 루이비통 크루즈 컬렉션은 브랜드의 가치와 장소가 주는 특성이 잘 어우러진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교토 미호뮤지엄에서 열린 2018 루이비통 크루즈 컬렉션쇼 영상 ©Louis Vuitton

 

* 2016/17 샤넬 쿠바 크루즈 쇼 영상 ©Chanel

시간의 가치를 드높인 다이닝 클럽, 야쿠모 사료

그다음 살펴볼 사례는 일본의 식당 야쿠모 사료Yakumo Saryo입니다. 야쿠모 사료를 알게 된 건 일본 전통 화과자를 현대인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게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는 히가시야 긴자Higashiya Ginza를 방문하면서부터였는데요. 두 곳 모두 디자이너 오가타 신이치로Ogata Shinichiro가 만든 회사 심플리시티Simplicity가 기획한 공간입니다. 도쿄의 레스토랑 히가시야마 도쿄Higashiyama Tokyo도 심플리시티의 작품이고요.

 

오가타 신이치로는 어린 시절부터 늘 서양에 대해 동경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뉴욕, 유럽에서 20대를 보내며 일본 문화가 서양에 영향을 준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알게 된 후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일본 문화를 현대에 잘 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만든 공간이 레스토랑 '히가시야마 도쿄', 그 이후에 만들어진 곳이 마치 플래그십 매장을 연상시키는 식당 '야쿠모 사료'입니다.

 

특별히 야쿠모 사료의 공간을 언급하고 싶었던 이유는 시간별로 다른 공간을 운영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이곳의 조식이 유명한데요. 석식이 프라이빗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쉽게 경험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식이 유명해진 이유는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한 공간 구성과 연출, 그리고 요리로 이뤄진 분위기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입구에 들어서 계단을 올라가니 마치 작은 숲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히가시야의 문양이 그려진 종이 발이 내려온 문을 통과하면 잔디, 돌, 소나무로 꾸며진 정원과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점원이 나와 예약을 확인한 후 조찬을 위해 마련된 장소로 안내를 해줍니다.

야쿠모 사료 입구 ©정창윤

조식을 먹기 위해 이동한 장소에는 큰 나무 테이블 하나와 자연 풍경을 볼 수 있는 큰 유리창이 있습니다. 그 앞에 놓인 철제 주전자에서 물이 끓고 있고, 옆에는 물을 뜰 수 있는 나무 국자가 있습니다.

야쿠모 사료의 조식룸. 큰 창을 통해 햇살이 비치는 푸른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정창윤큰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왔고, 그 따스한 햇볕 위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도 보였습니다. 점원이 나무 국자로 펄펄 끓는 물을 떠서 유리로 된 찻주전자에 고이 담아 차를 우려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아침 시간에 따스함을 더해주는 햇볕과 아지랑이,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녹색 정원. 차를 우려내는 점원의 온화한 미소와 밝은 표정, 정갈한 의상이 함께 어우러진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일반 호텔에서 맞이하는 조식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죠.

 

정갈한 분위기를 만든 요소들이 계획적으로 배치되었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이들은 마치 관객이 된 것처럼 공간이 보여주는 분위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 야쿠모 사료의 조식룸 영상 ©정창윤

 

녹차와 완두콩으로 우린 차를 마시는 동안 조식이 나옵니다. 메뉴는 흰쌀밥과 죽으로 나뉩니다. 여기에 채소류와 생선 그리고 국이 더해집니다. 맛도 좋지만 균형이 잡힌 메뉴라 아침 식사로 먹기에 적절했습니다.

 

메뉴에 관해 설명해주는 점원의 차분한 목소리 또한 고요한 아침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습니다. 이런 공간과 시간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점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덕분에, 야쿠모 사료에 방문한 사람들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조식과 분위기를 즐기며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좀 더 유의미한 여가를 보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죠. 이전에는 그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카페를 찾아갔다면, 이제는 단 몇 분, 몇 시간이라도 '나만의 여유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카페를 방문한다는 것입니다.

보다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인가

이것이 소비자를 불러모으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예술욕까지 채워주는 공간, 조이시티

다음 공간은 중국 상하이의 쇼핑몰 조이시티Joy City입니다. 중국 대륙 내에서도 상하이나 베이징은 깨끗하고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초미세먼지, 황사로 뒤덮인 습한 환경이 일 년 내내 계속되지요. 그 때문에 중국인들은 새로운 제품들을 경험하고 구매하는 일보다도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에 머물기를 더욱 원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중국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또한 실내 공간에 치우칠 수밖에 없게 됐고요.

 

그 때문에 리테일 분야에서는 실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잦은 초미세먼지, 황사, 폭염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복합쇼핑몰이 활성화되는 추세입니다. 한국보다 앞서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쇼핑몰 비즈니스는 자국 내 소비중심 세력이 된 새로운 세대에 맞추어 어떤 변화를 시도했을까요?

 

상하이의 쇼핑몰 조이시티에 들어서면 사람들이 쇼핑 이외에 무언가 다른 행위를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피아노 등이 있는 악기 실습 스튜디오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끕니다.

 

여기서 중국 내 중요한 소비 세력으로 자리잡은 '바링허우(1980년대생)','주링허우(1990년대생)'의 특징 중 하나를 짚고 넘어갈까 하는데요. 바로 삶 속에서 소확행小幸福*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요리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꽃과 식물을 기르는 등의 소소한 취미생활을 통해 일상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경험하는 창신創新, Creative 활동을 지향합니다.**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바링허우와 주링허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챕터 7 중 '중국의 새로운 소비 세대의 특징' 참고

 

그런 점에서 조이시티는 중국 내 새로운 소비 세력의 특징에 부합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이시티는 비단 쇼핑뿐 아니라 취미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쇼핑몰을 방문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이죠. 호기심에 클래스를 들어보고 만족한 소비자들은 '오늘 배워보니 재미있다. 악기를 사볼까?'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방문자가 이 생각을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즉각적인 소비가 일어날 수 있도록, 바로 근처에 악기를 판매하는 점포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조이시티 내 악기를 판매하는 가게 ©정창윤단순히 패션, 라이프스타일, F&B 등의 일반적인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리테일 공간을 배치한 게 아니라, 점포 간 연계성을 고려한 배치로 자연스럽게 소비를 일으킨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쇼핑몰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층은 크래프트 층입니다. 제가 이 쇼핑몰을 방문했을 당시 가장 많은 소비자가 머무르고 있던 층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스튜디오들이 이 층에 대거 모여있는데요. 스튜디오는 목공예, 가죽공예, 금속공예, 페인팅, 요리, 종이공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 ©정창윤공예 클래스가 진행중인 공간 ©정창윤

이러한 문화시설들은 소비자가 이 공간을 자주 방문하고 오래 머무르도록 유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뭔가 재미있게 배우고 실습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나가는 소비자들도 호기심이 생기겠죠? 그런 면에서 눈 여겨볼 만한 사항을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쇼핑몰 옥상의 대형 관람 열차를 타기 위해 올라온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클래스를 진행하는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 외벽을 설치했습니다.

 

둘째, 해당 층의 출입구를 이용하려면 가장 인기 있는 스튜디오 공간을 가로질러 가는 구조로 동선을 기획했습니다.

 

셋째, 다양한 종류의 스튜디오를 배치하고, 스튜디오에서 만든 창작물들을 스타일리시하게 전시하여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일반적인 문화시설이나 스튜디오에서는 클래스 운영만으로는 수익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쇼핑몰의 대다수 스튜디오는 클래스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클래스 역시 단순히 일회성이 아니라 초급, 중급, 상급 등 여러 단계로 나누어 지속해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죠.

 

물론 조이시티가 우수한 사례이긴 하지만 그저 워크숍과 판매가 일어나는 복합공간 형태를 있는 그대로 벤치마킹하자는 의도에서 언급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과 한국의 비즈니스 상황은 분명 차이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초미세먼지나 황사 등의 환경 문제들은 한국에서도 그 심각성이 점점 커질 것입니다. 제품이나 F&B소비에 집중했던 기존 쇼핑몰에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실내 활동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방안을 더욱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