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Z세대는 어디 가서 놀지?

공연 및 이벤트, 전시회, 패션, 컨셉 기획 등의 분야에서 기획자로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언젠가부터 국내외 다양한 공간과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지금도 매력적인 공간을 만나면 마음이 설렙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이 남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는 소규모부터 대형시설까지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은데, 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까? 왜 국내의 공간들은 다 비슷하게 느껴질까?

이런 생각이 들었죠. 물론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차츰 매력적인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요.

 

컨셉 및 브랜드 기획 이후 얼마 전까지 부동산리테일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투자사, 운용사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리테일을 바라보는 기준이 철저하게 수익성에 집중되어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고 소비가 빈번히 일어나는 명동, 강남역, 홍대 등의 주요 상권을 살펴보면 거의 동일한 국내외 유명 대기업 브랜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를 지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국내외 대기업 또는 유명한 브랜드 정도밖에 입주할 수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Ciaran O'Brien/Unsplash

이제는 밀레니얼, Z세대가 소비의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품 구매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시간을 소비하길 원합니다. 대형 상업시설이나 중심 상권에서 벗어나 아티스트, 개성 있는 작은 가게 등 고유한 색깔이 담긴 공간과 콘텐츠를 선보이는 신흥 상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익선동, 망원동, 성수동, 연남동 등과 같은 곳이 그 예입니다. 이에 더해 KTX, ITX, 셰어링카,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늘어나 전국에서 일일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상권은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새로 뜨는 상권들은 문화소비 트렌드에 기초한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물입니다.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밀레니얼, Z세대는 어디 가서 놀지?

공연 및 이벤트, 전시회, 패션, 컨셉 기획 등의 분야에서 기획자로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언젠가부터 국내외 다양한 공간과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지금도 매력적인 공간을 만나면 마음이 설렙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음 한구석엔 아쉬움이 남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는 소규모부터 대형시설까지 매력적인 장소들이 많은데, 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까? 왜 국내의 공간들은 다 비슷하게 느껴질까?

이런 생각이 들었죠. 물론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차츰 매력적인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요.

 

컨셉 및 브랜드 기획 이후 얼마 전까지 부동산리테일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투자사, 운용사 등 국내외 투자자들이 리테일을 바라보는 기준이 철저하게 수익성에 집중되어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고 소비가 빈번히 일어나는 명동, 강남역, 홍대 등의 주요 상권을 살펴보면 거의 동일한 국내외 유명 대기업 브랜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를 지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국내외 대기업 또는 유명한 브랜드 정도밖에 입주할 수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Ciaran O'Brien/Unsplash

이제는 밀레니얼, Z세대가 소비의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품 구매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시간을 소비하길 원합니다. 대형 상업시설이나 중심 상권에서 벗어나 아티스트, 개성 있는 작은 가게 등 고유한 색깔이 담긴 공간과 콘텐츠를 선보이는 신흥 상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익선동, 망원동, 성수동, 연남동 등과 같은 곳이 그 예입니다. 이에 더해 KTX, ITX, 셰어링카,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늘어나 전국에서 일일여행이 가능해지면서 상권은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새로 뜨는 상권들은 문화소비 트렌드에 기초한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물입니다.

*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

 

물론 비교적 시설이 많지 않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기존의 리테일 형태로 진출하더라도 충분히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새로운 시설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단순히 이전의 시설을 똑같이 본떠 만든 공간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화‧소비 트렌드에 기초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예측하고
따라잡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롭게 뜨는 지역이나 뜨는 콘텐츠를 지켜봐야겠지요. 그리고 그 장소에서 밀레니얼, Z세대가 어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소비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그들이 처한 환경, 기술 개발, 법제도의 변화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요. 기존의 중심상권에 있던 대형시설과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국내외 투자자, 운용사 역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들의 문화‧소비트렌드를 지켜보고 그들의 소비 욕구를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국내 리테일 비즈니스, 이대로 괜찮은가?

최근 통계 자료 등을 보면 리테일 비즈니스의 전성기를 이끌어왔던 백화점, 대형슈퍼마켓이 성장세가 꺾이는 것을 넘어 매출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SPA 브랜드 역시 그 기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하는 소규모 리테일 사업들의 폐업률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22만 명이고, 같은 해 기준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약 91만 명입니다. 즉, 하루 평균 3,300명이 자영 업체를 새로 차리지만 2,500명의 개인사업자도 매일 문을 닫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업자가 살기 어렵다고, 경기불황이다 보니 소비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합니다.

* 관련 기사: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 80만 명 넘어 (한겨레, 2017.7.3)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매년 연휴 시즌만 되면 어김없이 해외 여행객 수는 최대치*를 찍고,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들이 SNS에 올라옵니다.

 

통계청 자료를 봐도 소비지출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소비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Anna Dziubinska/Unsplash

1980~199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주어진 제품을 그저 소비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달리 없었습니다. 한정된 판매 채널에 소비가 집중됐고요.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하면서부터 소비자들이 얻는 정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저가항공의 등장으로 비용에 대한 부담이 낮아지면서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어디든 갈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열흘 이상 걸렸던 배송도 1~3일 만에 배송되고, 이전에 구매했던 같은 제품이라면 가격이 낮은 온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게 합리적인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들은 이대로 온라인 채널에 밀려날 수밖에 없을까요? 오프라인 리테일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오프라인이 제품 판매 채널의 중심이고, 온라인 채널은 홍보를 위한 부가 채널'이라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방식들이 통용되었던 시기를 시즌1이라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시즌2는 무엇일까요?

  • 온라인이 판매 채널의 중심이고, 오프라인이 부가 채널이라는 관점
  • 오프라인을 둘 다 판매 채널의 중심으로 바라보는 관점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새로운 방식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지금을 바로 시즌2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시즌1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 판매가 중심인 공간입니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제품을 어떻게 진열하고, 재고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핵심 이슈겠지요.

가로수길에 있는 탬버린즈의 플래그십 스토어 1 ©Tamburins

시즌2로 넘어오면 핵심 이슈가 바뀝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이라면 굳이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할 필요가 없거나 최소한만 보여주면 되니까요.

가로수길에 있는 탬버린즈의 플래그십 스토어 2 ©Tamburins

시즌2의 핵심 이슈는 이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새로운 제품에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을까?

그래서 시즌2의 리테일 공간에서는 새로운 제품에만 집중한 쇼케이스 공간을 구성하는 등,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O2O(Online to offline)*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이러한 공간들이 단순 마케팅용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쩌면 회사 내부에서는 이런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저 전 세계적인 이슈고 트렌드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시도만 해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핫하고 트렌디한 방식을 빠르게 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공간의 컨셉과 방향을 명확하게 구축하고 적합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시즌2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테니까요.

 

이를 위해 파리, 런던, 도쿄, 상하이 등 제가 경험했던 세계 각지의 컨셉 공간과 오프라인 중심의 리테일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비전은 무엇인지, 어떠한 배경 속에서 공간의 컨셉을 정했는지, 그 특정 컨셉을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소비자의 욕구가 공간을 바꾼다

2018년 서울 DDP에서 열린 '하우스비전-서울(House Vision 2018 Seoul')에서 무인양품(MUJ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라 켄야(HARA KENYA)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서 도시 설계가 바뀝니다. 그러니 그 욕망의 수준과 변화를 알아야 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욕구는 단순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정치, 환경 등의 각 분야에 영향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욕구는 끊임없이 변해갑니다.

디자이너 하라 켄야 강연 ©정창윤

예를 들어볼까요. 1997년 당시 한창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던 국내 시장에서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습니다. 수많은 회사가 부도를 하거나 인원을 감축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회사가 나를 언제 해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 잡았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노력하기보다 나를 먼저 신경 쓰자'는 마음은 소비의 패러다임도 바꿨습니다. 나를 먼저 생각하니 자연히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F&B(Food&Beverage) 분야에서는 '건강을 위한 먹거리'라는 의미로 웰빙이란 개념이 생겨났지요.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모바일과 SNS로 인해 정보량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소비자의 욕망을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정 산업의 카테고리만 보는 일은 무의미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중산업과 럭셔리산업 등 모든 산업이 뒤섞이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소비가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보며 소비 욕구의 변화를 파악하고, 앞으로 더욱 커지게 될 소비자의 욕구를 예상하고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