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미셸 오바마 영부인의 키노트 세션에서 막 돌아온 정보라 기자의 다섯번째 메모입니다.

이제 솔직하게 얘기해야겠습니다.

출발 전, 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제가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다는 걸요. 부끄럽지만, 고백하겠습니다. 한국 기자들이 몇몇 다녀왔다는데 왜 내 눈에 뜨인 기사는 없는걸까. 게으름을 피운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아무리 돌아다녀도 SXSW의 전체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본 것보다 보지 않은 세션이 훨씬 더 많습니다.
들은 것보다 듣지 못한 게 더 많고,
만난 사람보다 만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지난 4일 동안 퍼블리 사이트에서 전한 SXSW는 제가 본, 저만의 SXSW입니다.

SXSW의 정신을 요약한 티셔츠 ⓒ정보라
Slack 창업자와 NYT 테크 칼럼니스트와의 대담 ⓒ정보라
테크 커뮤니티 Product Hunt 창업자와의 대담 ⓒ정보라

부스를 차리면 좋을까?

이건 정말 모르겠습니다. 한 자리에 서서 손님을 맞이하려면 사람들이 오게 하려고 미리 쿠폰을 뿌리거나 매체력 좋은 곳에 광고하겠지요. 아니면 '저기 가면 맥주 공짜로 준대' 같은 방법을 쓰거나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면요? 오스틴 컨벤션 센터와 힐튼 호텔에 있는 스타트업 전시 공간 바로 밖에는 흥미로운 세션, 발길을 사로잡는 공짜 선물과 공짜 서비스, 사람들에게 건물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오스틴의 햇살.

 

SXSW에서는 햇살도 스타트업의 경쟁상대입니다.

 

여기저기 열리는 해피아워의 유혹 ⓒ정보라
ⓒ정보라

시간은 정해졌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도 한계가 있으며, 쓸 수 있는 예산에 제한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함께 시간을 붙잡아야 합니다. 그건 세션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는 SXSW에 와서 부스를 차리는 게 복불복이라고 했습니다. 멋진 일이 일어날 거란 희망을 품고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짧게 '이게 뭐냐'고 묻는 사람 가운데 저처럼 기자와 투자사, 제휴처를 알아보는 기업이 섞였습니다.

 

부스를 차려도 강연과 대담 등 각종 이벤트를 보러 다니는 것 못지 않게 힘듭니다. 넋이 나갑니다. 전시장은 시끄럽고 공기는 좋지 않습니다. 아침 10시부터 소란한 와중에서 말을 하려면, 질문보다 대답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처지에서 목은 쉽게 갑니다. 질문하는 저조차 목이 버티질 못했어요.

 

아무리 점심시간이어도 부스를 비워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래서 대충 떼우거나 건너 뛰게 되는데 오후 4시가 되면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이 시각이 되면 대답을 대충하게 됩니다. 다리는 얼마나 아플까요.

한국 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파티 ⓒ정보라
한국 스타트업 직토 부스 ⓒ정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