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빠르고 경쟁적이고 냉정한 SXSW 인터랙티브 문화에 대해 정보라 기자가 풀어놓는 세번째 메모입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대국을 치르면서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저는 SXSW에 와서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습니다.

 

실상 일정은 그리 빡빡하지 않습니다. 오전 8~9시 사이에 숙소를 나와서 SXSW 행사의 본부 격인 오스틴 컨벤션 센터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에 세션 하나, 오후에 세션 하나 또는 둘. 중간에는 쉬거나 건물로 이동하고 눈길을 끄는 곳에 기웃거리기.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점심은 거르고 오후 2~3시가 되면 집중력이 흐려집니다.

 

박소령 대표와 전 유독 이 행사가 사람을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있어서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곳에서 전 'SXSW에 와서 핫한 기업을 찾아야 한다', '내가 듣는 게 인기 있는 것이어야 할텐데'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알 수 없죠. 예를 들면, 오늘 오전 11시에는 8개 건물에서 동시에 43개 세션이 열리는 걸요. 이중에서 가고 싶은 건 추리고 추려서 10개가 될 겁니다.

 

하지만 제가 갈 수 있는 건 1개 뿐입니다.

 

[셋째날 아침 보라쇼 방송 - 11분]

SXSW에 온 좀비

맞아요. 전 SXSW에 와서 3일 내내 오후는 좀비처럼 다녔습니다. 오늘은 기자실 맞은 편에서 세션이 열리는데, 저는 한 바퀴를 돌아 물어물어서 찾아갔어요. 그 세션을 듣고 나서 옆 건물로 이동해야 했는데 바로 옆 건물인 줄 모르고 (첫날과 둘째날에 가봤음에도) 헤맸어요.

 

시차 때문일 겁니다, 라고 변명하려는데 오예원 과장은 '근데 여기 온 사람들 다 그런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또 한 번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