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에서 벗어나 고객을 향하여

도쿄의 길가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했습니다. 일본도 다른 나라와 같이 휴대폰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공중전화 부스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공중전화 부스를 무심코 지나가다가 익숙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띄어 다시 돌아보았는데요. 이어서 공중전화 부스 안에 설치된 간이 의자를 발견했습니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 설치된 의자 ©생각노트

전화를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통화가 길어질 때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계속 선 채로 전화를 받아야 하고, 지금까지 그게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표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공중전화 부스 안에 앉아서
전화하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 작은 의자가 통화 중 다리가 아프면 앉을 수 있고, 반려동물이 있으면 잠시 목줄을 묶어둘 수 있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다니. 또 한 번 일본의 디테일이 가진 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앉는 공간'을 거리에 잘 활용한 예는 오모테산도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별도의 벤치가 없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화단 옆에 있는 설치물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는데요. 이 설치물은 화단의 난간 역할을 하는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 역할도 했습니다.

오모테산도 거리에 있는 설치물 ©생각노트

이 설치물은 자전거를 묶어둔 채 볼일을 보러 가는 사람에게도 유용합니다. 봉과 봉 사이에 가로 형태의 봉을 별도로 설치해서 자물쇠로 묶어둔 자전거를 가져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관리와 청소도 비교적 쉬운 구조였는데요. 일반적인 벤치는 앉는 면적이 넓고 그 밑으로 쓰레기가 모이면서 청소가 필요한 영역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 설치물은 걸레로 봉을 한 번 닦아주면 청소가 끝나죠. 하나의 설치물을 여러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서도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 방법입니다.

 

또 다른 공공장소인 화장실에서도 디테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손을 씻은 후 손을 말리려고 핸드 드라이어로 돌아서는 순간, 아이용 세면대를 발견했습니다.

공중 화장실에 있는 아이용 세면대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