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건널목 신호등의 소소한 알림

저는 여행지에 도착하면 숙소가 있는 동네의 분위기를 최대한 이해하며 현지인처럼 살아보려고 합니다. 일명 '나만의 동네 갖기'라고나 할까요. 만약 이곳에 거주한다면, 나와 잘 맞을 수 있을지 현실적인 관점에서 체험해보는 거죠.

 

도쿄 여행 첫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도쿄 시내로 향했습니다. 이후 밤늦게 돌아온 까닭에 숙소 주변을 제대로 둘러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둘째 날 아침, 동네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숙소를 잡았던 시나가와는 번화가와는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아 크게 붐비지 않고 주민 모두 자기 일에 집중하는, 그런 여유로움이 있는 곳이었죠.

 

이 동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찻길이었습니다. 기찻길이 동네 곳곳을 가로질러서 어디서든 기차 소리가 익숙하게 들렸습니다. 시끄럽지는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이미 동네 주민들에게는 그조차도 일상이 된 것 같았습니다.

 

기차가 도로 중앙을 가로지르다 보니 건널목도 정말 많았습니다. 건널목을 지난 뒤 한 블록을 가면 또 건널목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야말로 '건널목의 동네'였습니다. 차단봉이 내려오면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하며 즐거웠던 마음도 어느새 사라지고 멍하게 기다리던 찰나, 제 눈에 띈 것이 있었습니다.

기차가 어느 방향에서 올지 알려주는
건널목 신호등이었습니다

건널목 신호등 ©생각노트

제 경험상 기차 건널목에 서 있는 경우 고개를 좌우로 저어가며 살폈던 적이 많았습니다. 어느 쪽 방향에서 기차가 오는 걸까, 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방향이 다른 2개 선로가 앞에 있다고 가정했을 때, 기차가 올 때 더 조심해야 하는 쪽이 있습니다. 내 앞에 있는 선로(내가 타야 하는 방향)로 기차가 들어온다면, 그 뒤의 선로(반대 방향)로 기차가 오는 경우보다 더 조심해야겠죠. 기차 소음에 대비해야 하기도 하고, 혹시 모를 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거리를 더 띄워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