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위한 작지만 큰 배려
요즘은 카페에서 업무나 공부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완전한 침묵이 흐르는 조용한 도서관이나 독서실보다는 어느 정도의 백색소음이 있는 공간을 선호하며 이곳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카페의 창가 좌석은 거의 만석입니다. 중간중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가 자리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바로 한 사람이 여러 좌석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앉을 좌석 옆자리에 가져온 짐을 올려두는 식인데요. 그렇다 보니 한 사람이 최소 2개의 좌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상황을 두고 불편한 건 카페 주인과 자리를 찾는 다른 소비자 양측 모두입니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수용해 매상을 올리고 싶은 카페 주인에게는 한 사람이 여러 좌석을 차지하는 불편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카페를 이용하고 싶은 다른 소비자는 짐을 치워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죠.
이를 지혜롭게 해결한 아이디어를 키테 내부의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카페와 식당, 그리고 서점까지 함께 운영하는데요.
창가 자리마다
짐을 담을 수 있는 상자가
의자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상자 하나 뒀을 뿐인데, 이곳의 모습은 한국의 일반적인 카페 창가 자리와는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각자 가져온 짐을 자신이 앉은 의자 밑 상자에 넣어두니 한 자리에 한 명씩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는 고객은 내 짐을 어디다 놓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자리를 찾는 고객은 의자에 올려진 짐을 정리해줄 수 있는지 묻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작은 아이디어 하나 덕분에 평온한 카페가 되어 모두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고객을 위한 작지만 큰 배려
요즘은 카페에서 업무나 공부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완전한 침묵이 흐르는 조용한 도서관이나 독서실보다는 어느 정도의 백색소음이 있는 공간을 선호하며 이곳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카페의 창가 좌석은 거의 만석입니다. 중간중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가 자리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바로 한 사람이 여러 좌석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앉을 좌석 옆자리에 가져온 짐을 올려두는 식인데요. 그렇다 보니 한 사람이 최소 2개의 좌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상황을 두고 불편한 건 카페 주인과 자리를 찾는 다른 소비자 양측 모두입니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수용해 매상을 올리고 싶은 카페 주인에게는 한 사람이 여러 좌석을 차지하는 불편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카페를 이용하고 싶은 다른 소비자는 짐을 치워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죠.
이를 지혜롭게 해결한 아이디어를 키테 내부의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카페와 식당, 그리고 서점까지 함께 운영하는데요.
창가 자리마다
짐을 담을 수 있는 상자가
의자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상자 하나 뒀을 뿐인데, 이곳의 모습은 한국의 일반적인 카페 창가 자리와는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각자 가져온 짐을 자신이 앉은 의자 밑 상자에 넣어두니 한 자리에 한 명씩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는 고객은 내 짐을 어디다 놓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자리를 찾는 고객은 의자에 올려진 짐을 정리해줄 수 있는지 묻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작은 아이디어 하나 덕분에 평온한 카페가 되어 모두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카페 창가에 놓인 상자는 결국 짐 보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고객은 무언가를 휴대하기 원하다 보니 가방이나 종이봉투를 가지고 다니며 그 안에 물품을 넣고 다니죠. 하지만 매번 들고 다녀야 하다 보니 생활 속에서 짐이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짐으로부터 고객을 해방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디테일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플러스마이너스제로(±0)에서 만든 우산도 그중 하나입니다. 플러스마이너스제로는 일본의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이자 MUJI의 디자인 자문위원인 후카사와 나오토와 일본의 완구 업체인 다이아몬드의 합작 프로젝트로 만들어졌으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적당한 그것'을 모토로 삼아 도구와 생활의 조화를 꾀하는 브랜드입니다.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한 장우산의 손잡이를 보면 작은 홈이 파여 있습니다. 이 홈은 가방이나 비닐봉지를 걸어두는 용도로 고안된 것이죠. 사람들이 우산과 가방을 둘 다 들고 다닐 경우, 우산 손잡이에 가방을 걸친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만든 우산입니다. 장우산을 들고 외출하게 되면 가방 안에 우산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한 손에는 우산, 다른 한 손에는 가방을 들게 되는데요. 지하철 등에서 잠깐 멈춰 섰을 때 이 홈에 가방을 걸어두고 한 손으로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디자인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책상에 간단하게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가방 후크도 간편한 방식으로 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며, 인천공항이 제공하는 겨울 외투 보관 서비스도 더운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의 불필요한 짐을 줄여주기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명동에 있는 한 화장품 매장은 여행객의 캐리어를 보관해 주면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죠.
짐이 주는 귀찮음을 조금이나마 덜고 싶은 고객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일도 디테일의 격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특별한 컨셉으로 니치 타깃 공략에 나선 매장들
키테는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수두룩하다 보니 컨셉추얼 스토어가 많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스토어들이 있기 때문에 구경할만한 재미가 존재하죠. 키테에서 독특한 기획력과 컨셉으로 제 눈에 띄었던 3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장년 남성층을 핵심 고객으로
첫 번째 스토어는 컨펙트(CONFECT)입니다. 사실 밖에서 봤을 때는 여타 패션 스토어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면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가게 문 앞에 붙어있던 화보의 모델이 일반적인 패션 스토어와는 달리 노년의 남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컨펙트는 린넨 의류를 주제품으로 다루면서 일본의 20~30대 여성에게 잘 알려진 네스트 로브(nest Robe)의 남성 라인 브랜드입니다. 남성 라인의 경우 린넨 의류보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 제품이 많습니다. 또한 브랜드의 모토처럼 자연 소재와 착용감을 중요시하며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옷을 추구합니다. 즉, 입었을 때 편한 옷을 직접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선정한 2017 F/W 화보(Look Book) 모델은 바로 '노년 남성'이었습니다. 컨펙트가 메인 모델로 노년의 남성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캐주얼 의류를 좋아하는 일본의 젊은 세대 대다수보다 고령화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장년 남성층을 핵심 소비자로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매장을 둘러보면서 관찰한 소비자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실제 중년 남성이 직접 옷을 고른 후 피팅룸에서 갈아입어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점원은 중년 남성의 코디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젊은 세대가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포스터에 나온 모델을 보며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를 떠올렸을 테고, 신중히 상품을 고른 후 선물용으로 포장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는 결제와 함께 이곳의 명함을 들고 갔습니다.
중년 남성의 옷을 코디해주는 부분에서는 점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중년 남성은 머리숱이 적은 이유로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소비자를 위해 매장 내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가 준비되어 있고 얼굴형에 어울리는 모자를 함께 매칭해주고 있었습니다.
또 나빠지는 시력으로 인해 안경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다 보니 안경집 정도가 들어가는 작은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는 어르신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옷만으로 완성도 있는 패션보다 '일상생활에서 메고 다니는 크로스백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옷'을 코디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한순간의 멋진 옷보다
실생활에서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옷을
코디해주는 배려가 보기 좋았습니다
被りたくなる帽子達。#comori #Harristweed #CONFECT #東京駅 #KITTE pic.twitter.com/6Dgr6z0ibD
— CONFECT KITTE 丸の内 (@confect_kitte) October 11, 2017
* 매장 내에 구비되어 있는 중년 소비자를 위한 모자 ©CONFECT KITTE/Twitter
이 모습을 보고 '시니어를 위한 럭셔리 패션 스토어'를 오픈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는 옷은 당연히 시장 한구석에 있을 거라고 여기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 보는 시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우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고, 해당 매장의 옷을 입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 단골로 끌어오는 것이죠.
그 안에서 시니어를 위한 디테일 포인트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젊은 남녀가 아닌 실제 중장년의 모습을 본뜬 마네킹이 세워져 있다면 신선한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지만 옷만큼은 잘 입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매달 정기적으로 옷을 받아볼 수 있는 정기 구독(subscription) 제품도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효도하고자 하는 많은 자녀들이 선물용으로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과 한국 모두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경제적 능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소비의 핵심층으로 부상하면서 중장년을 겨냥한 비즈니스도 날개를 달았습니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도 지금은 젊은 세대의 방문율이 높아지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서점이 되었지만 원래의 타깃은 중장년층이었습니다. 중장년이 머물러도 어색하지 않은 문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츠타야 서점이 탄생한 것이었죠.
한국에서도 중장년을 위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요? 주목받지 못한 타깃이나 카테고리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였을 때 가장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사용 가능성의 범주를 넓혀야 하는 점도 존재하지만요.
원목의 세계는 무한하다
두 번째 매장은 원목 제품을 다루는 크래프트숍, 하코아(Hacoa)였습니다. 이곳의 모든 상품은 원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휴대폰 케이스부터 인테리어 소품, 주방 소품, 게다가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와 같은 전자기기까지도 모두 원목입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원목 향을 가득 느낄 수 있습니다. 진열된 원목 제품에서 나는 향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계산대 옆 공간에서 원목 제품을 직접 만들고 있었죠.
하코아는 원목 다듬는 현장을
고객에게 보여줌으로써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유하고
신뢰성을 높였습니다
이곳에서 발견했던 재미있는 상품은 탁상용 달력이었습니다. 벽걸이형 달력은 월이 지나가면 옆이나 뒤로 넘겨야 합니다. 해가 바뀌면 새로운 달력을 사용해야 하죠. 이런 불편을 겪으면서 저 역시 한 번 구매한 달력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했는데, 하코아에서 좋은 상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코아의 탁상용 달력은 기본적인 요일과 숫자 정보가 아크릴판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안에 들어간 흰색 종이만 양옆으로 이동하면 달력을 넘기거나 해가 바뀌어도 새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죠.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을까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고객의 불편이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이 탁상용 달력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가격은 비쌀지라도 제품의 통상적인 유효기간을 연장한다면 또 다른 구매 동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코아가 고객의 구매를 끌어내는 다른 지점은 '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 수공예로 제작하다 보니 완전히 똑같은 모양의 제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에 드는 제품이 눈에 띈다면 고객의 지갑이 쉽게 열리는 편이었습니다. 유니크한 제품이 갖는 장점이었죠.
재료가 원목으로 한정되었다는 것은 원목으로 제작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보여줄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됩니다. 원목 제품을 향한 상상력을 펼친 하코아는 매우 인상 깊은 매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양말만 공략한다
그다음은 럭셔리 양말 매장 타비오(Tabio)입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알록달록한 양말 디스플레이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사실 지하철 지하상가에 있는 양말 가게를 제외하고는 양말이라는 단일 품목으로 쇼핑몰에 입점한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양말은 패션의 부차적인 부분이자 액세서리로 분류되어 의류 매장 한쪽에서 찬밥 대우를 받는 품목입니다. 그랬던 양말이 메인 품목이 되어 고풍스러운 매장의 핵심 상품으로 바뀐 것입니다.
타비오에서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양말 마네킹이었습니다. 항상 양말을 구매하면서 '실제 발 사이즈에 맞춰 신으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양말은 일반 의류와 달리 그 자리에서 신어볼 수 없어서 디스플레이만 보고 구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집에 가져와서 신어보면 실제 생각했던 것보다 사이즈가 작은 경우도 있고, 패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으며 발과 발목의 컬러 구분이 예상과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양말이 어느 길이까지 올라오는지도 신어봐야 알게 됩니다.
이 고민을 타비오에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메인 상품의 경우, 발 마네킹이 이 상품을 신고 있어서 실제 신어봤을 때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다 남성과 여성의 발 마네킹이 각각 있어서 남성 고객이 신었을 때와 여성 고객이 신었을 때의 모습을 따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남녀 공용이라는 직원의 말에 구매했지만 실제로 남자가 신기에는 양말이 작아서 난감했던 경험이 있었는데요. 타비오에서는 이런 걱정을 미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양말을 진열대에 매달아둔 것보다 더 깊고 세심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세 매장의 공통점은
'전문화'입니다
좁은 타깃을 대상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며, 작은 분야이거나 부차적인 품목이라도 완전한 전문화로 승부를 본 것이죠. 이점은 고객에게도 매우 유효한 전략입니다. 어떤 품목이 필요해졌을 때 해당 매장을 1차 목적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은 수의 타깃이더라도 제대로 된 전문화와 컨셉만 갖춘다면, 온라인의 강세 속에서 휘청거리는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요?
생활을 관찰하면 디테일 아이디어가 나온다
남성과 여성의 수건 사용 방식을 관찰하다
키테 마루노우치점에서 더 숍(The Shop)이라는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심플하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이 많아 둘러보던 중 제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건'이었는데요. 다만 일반적인 수건과는 다르게 여성을 위한 수건, 남성을 위한 수건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굳이 비슷한 용도로 사용하는 수건을 왜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나누었을까 궁금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음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더 타월(The Towel)에서 출시한 수건이었습니다. 이 브랜드는 '수건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이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수건을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고급 소재를 사용해서 최고급 수건을 만들자는 정도에서 생각이 그쳤습니다. 그래서 수피마 코튼(Superior Pima Cotton)이라고 불리는 35mm 이상의 긴 섬유 길이를 갖는 희귀 고급 면을 사용해 부드럽고 유연하며, 흡수성이 높으면서도 아름다운 광택감을 가진 수건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소재를 선택하던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수건 사용 방식이 다르구나
여성은 피부를 먼저 생각하기에 천천히, 부드럽게 수건을 사용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수건의 감촉을 느끼면서 사용하죠. 이에 반해 남성은 빠르고 거침없이 수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수건이지만, 남성과 여성은 수건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더 타월은 하나의 수건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기에 각각을 위한 수건을 출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여성용 수건(What a wonderful towel for ladies)과 남성용 수건(What a wonderful towel for gentlemen)이 출시되었습니다.
두 가지 형태의 수건은 각각의 사용자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항상 피부를 생각하면서 수건과 피부의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여성 사용자를 위해 부드러운 실 소재를 더 함유하고 실의 꼬임 횟수를 높여 감촉을 최대한으로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천천히 부드럽게, 수건의 감촉을 느끼며 피부를 닦아내는 여성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에 반해 간단한 사용으로 끝나버리는 남성 사용자를 위해서는 쓱쓱 문질러도 단단히 수분을 닦아낼 수 있도록 일반 수건의 2배 밀도로 방직을 함과 동시에 몇 번만 닦아도 신체의 많은 부분을 커버할 수 있도록 볼륨감 있는 수건을 출시합니다. 여성과 남성의 수건 사용 방식을 자세히 관찰하여 더 좋은 수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고, 고객을 위한 한 끗 차이가 이 제품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규격화된 접착식 메모지만 사용해야 할까?
앞에도 썼듯이 저는 접착식 메모지를 자주 사용합니다. 하지만 매번 규격화된 접착식 메모지를 사용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간단히 쓰고 싶을 때는 짧게 사용하고, 쓸 내용이 많을 때는 길게 사용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출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다만 저 자신도 개선점을 찾지 못한 터라 '최대한 여러 사이즈의 접착식 메모지를 구매한 뒤 상황에 맞는 것을 사용하자'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키테의 굿 디자인 스토어 도쿄(Good Design Store Tokyo)에서 테이프처럼 끊어서 사용하는 접착식 메모지 스티키 노츠(Sticky Notes)를 발견했습니다. 이 제품을 보자마자 제가 평소에 느꼈던 불편을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을 때는 짧게, 길 때는 길게 고객이 얼마든지 조절해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쓰고 싶은 만큼 끊어서 사용하는 접착식 메모지가 더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된다면, 접착식 메모지를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하고 싶은 고객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상품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그 결과 2017년 GOOD DESIGN BEST 100에 꼽혔으며 제조 부문 디자인 특별상*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누구나 불편을 느꼈지만 적극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이를 반영한 상품이 나오자 큰 인기를 끌게 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간을 만들어 주는 세로형 각티슈 케이스
이 사진을 보더니 친구가 말했습니다.
이게 있으면, 침대 테이블을 더 넓게 쓸 수 있겠는데?
저는 침대 테이블이나 책상 위에도 가로형 각티슈를 두지 않아서 공간의 제약을 느끼지 못했는데요. 어느 날 가로형 각티슈가 의외로 공간을 차지해서 불편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각티슈는 휴지를 한 장씩 뽑아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뜩이나 좁은 곳에서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까요.
이 제품은 아오모리현에서 10년 넘은 밤나무를 활용해 목공품을 만드는 부나코(BUNACO)에서 만든 케이스입니다. 심플하면서도 꼼꼼한 만듦새, 게다가 우수한 디자인까지 갖추면서 큰 인기를 얻어 GOOD DESIGN AWARD 2009 수상작*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 관련 정보: GOOD DESIGN SPECIAL AWARD 2009 수상
사실 이 각티슈 케이스는 가로형, 세로형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로형으로 세워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다른 가로형 각티슈들과 차별화를 드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로형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 하나가 만들어낸 큰 차이입니다.
위에서 나온 사례들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이렇게는 왜 안 될까? 이런 불편이 있는데 이렇게 개선해보면 안 될까? 이 제품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사용자는 이 제품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등 깊은 고민을 불러오는 사례들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