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은 시원섭섭하다고 합니다. 아쉬움과 후련함을 동시에 일컫는 단어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원섭섭'이란 말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상태인지, 어떤 심경인지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저 막연하기만 합니다.
PUBLY에서 두 번째로 진행한 리포트 '쓰는 시대의 도래 - 일본의 자비 출판과 ZINE'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시원섭섭'이란 말에 시제가 있다면 지금의 저의 상태, 지금의 저의 시간, 지금의 저의 마음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시원섭섭'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진 느낌, 감정에 그 단어를 대입할 수 없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시원섭섭'이란 말은 조금 무책임합니다. 시원하다는 건 일에 이별을 고하는 태도로서, 마지막에 임하는 자세로서 불성실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섭섭이란 말을 덧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섭섭이란 말이 더해졌다고 해서 태도의, 자세의 온도가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시원섭섭이란 건 다소 일방적이고, 다소 무책임합니다.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끝이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원섭섭'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이별을, 마지막을, 끝을 고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씁니다. 쓸 얘기가 없어도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가 생겨나고 생각이 자리를 갖추어나갑니다. 근래 저의 테마는 글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주로 페이스북과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남깁니다. 물론 아무 얘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