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가나이 후유키

책은 독서와 함께 끝나는 게 아닙니다.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은, 감상은 시간과 함께 조금은 변하기도 하고 조금은 특정한 형태의 결과로 맺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게 책의 생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HOME」, 「WAY」, 「LONG」 / 사진: 손현가나이 후유키는 최근 세 권의 진을 만들었습니다. 순서대로 하면 'Home Way Long'. 어딘가 어색한 문장입니다. 맞습니다. 이 제목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의미하는 'Long Way Home'을 반대로, 역으로 배열한 문장입니다.

 

그의 첫번째 진, 하지만 문장 순서대로라면 마지막 진을 펼쳤습니다. 방금 막 일어난 것 같은 침대의 사진이 어렴풋한 느낌으로 펼쳐집니다. 어딘가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한다면 저의 과잉 해석일까요.「HOME」 / 사진: 손현책은, 진은 크게 세 덩어리의 콘텐츠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가 진 전체를 아우르는 일러스트고, 두 번째가 레베카 브라운(Rebecca Brown)의 단편 소설 「젊음의 끝(The End of Youth)」 중 '낸시 부스-당신이 어디에 있든(ナンシーブース あなたがとこにいるにせよ)'에 나(僕)만 붙여 오마주한 「나의 낸시 부스-당신이 어디에 있든(僕のナンシーブースーあなたかどこにいるにせよ)」입니다. 세 번째는 영화 '고스트 월드'를 패러디한 만화 「홈 제나이즈드(Home-Genized)」입니다. 어느 것도, 어떤 것도 모두 가나이 후유키가 그리고 쓴 작품입니다. 가나이는 책 한 권을 홀로 만들었습니다.

 

가나이 후유키는 게이입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커밍아웃 이야기를 조금의 쑥스러움과 함께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진은, 「Home」은, 「Way」는, 「Long」은 그 자체가 커밍아웃입니다. 그는 어릴 적, 그가 열넷인가 열다섯이던 무렵 인터넷에서 알게 된 간사이(関西)의 스물다섯 살 남자와 만나 일어난, 겪은 일들을 「나의 낸시 부스-당신이 어디에 있든」에 풀어놓았습니다.

 

읽으면서 마음이 수 차례 울컥했습니다. 지금은 과거가 되어버린 사람을, 시간을, 기억을 되새기며 써내려갔을 나날이 연상되었습니다.

땀에 젖어 축축해진, 에어콘 바람에 서서히 식어가는, 그래서 미지근해진 촉감이 피부에서 느껴지면 그와 함께 보냈던 여름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