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불러온 차선의 샛길, 자비 출판은 무엇일까

독립 출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그러니까 출판사의 도움 없이 자신의 돈을 사용해 책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간섭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간섭하는 사람이 없는 만큼 도와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유통이나 판매로 이익을 내기가 참 힘듭니다.

 

일본에선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자비 출판'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자비(自費), 즉 자신의 돈으로 출판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독립 출판보다 훨씬 이전인 1990년대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번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자비 출판은 한국의 독립 출판과는 달리 출판사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가리켜 협력 출판, 공동(共同) 출판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완성된 책을 출판사를 통해 유통·판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의 자비 출판은 1988년 신푸샤(新風舎)와 헤키텐샤(碧転舎)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초기엔 회사나 단체 등이 연혁사나 기념지를 기획 출판하거나 향토사와 개인 자서전 등을 내는 것, 그리고 동인지(同人誌, どうじんし)*에 가까운 만화 앨범과 사진집, 그리고 화집 등을 한정된 사람에게 배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 다수였습니다.

* 취미, 경향 따위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기획, 집필, 편집, 발행하는 잡지 혹은 도서 출판물을 이르는 말. 일반적으로 아마추어들이 출판하며, 실험적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출판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자비 출판은 일본 출판업계의 새로운 활로가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1990년대의 불황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2017년 일본의 출판업계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8%가 줄어 8,310억 엔(약 8조 671억 원)에 그쳤고, 그중 종이 출판물의 규모는 전년 대비 5.5%나 줄어 7,281억 엔(약 7조 682억 원)에 머물렀습니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