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본 리포트에서 언급한 ZINE을 비롯한 많은 자비 출판 도서 제목의 경우,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정재혁 저자가 한글로 병기하였습니다. 단, 한국에도 출간된 경우, 번역본의 제목을 따랐습니다.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과 쉽게 마주합니다. 만화 주간지를 펼쳐놓고 넋을 잃은 청년부터 오래된 문고본을 한 손에 들고 탐독하는 나이 지긋한 노인, 그리고 트렌드와 유행을 좇는 패션지를 훑고 있는 20대 여성까지.

 

일본은 독서의 강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 위기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우리의 읽는 행위를 독점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은 우리의 쓰는 행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에서도 비슷해서 30년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인은 제가 일본을 여행하던 당시(2004년)를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출판업계는 지금 지독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신간은 매해 7만 부 넘게 발행되는데 반품률이 무려 40%나 됩니다. 신간 발행과 반품이 서로 자리를 주고받는, 출판업계에서 일종의 캐치볼 같은 상황의 연속입니다. 책은 지금 큰일 났습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봅니다. 오늘의 뉴스나 SNS 알림, 아니면 인스타그램 속 사진 캡션이라도 봅니다. 그러니까 읽고 보는 행위마저 움츠러들고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은 위기에 처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욱더 많은 걸 읽고 보며 살아갑니다. 그러니 책에 무언갈 더하거나 빼면, 아니 조금은 변형하고 바꾸어보면 살 길은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