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친숙함과 신기함의 균형

이태원뿐 아니라 한남동, 가로수길, 홍대, 망원 등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에서 에스닉 식당(ethnic restaurant)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에스닉 식당을 좋아하시나요? 태국 식당? 중동 식당? 그리스 식당?

 

같은 질문을 1997년, 2007년, 2017년의 고객에게 던진다면 모두 다른 답을 할 것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입맛도 변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고객들이 인식하는 '친숙함'과 '신기함'의 정도에 의한 것임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국적인 에스닉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에스닉 레스토랑 ©Paradigm Insight/남민정먼저 '에스닉 푸드(ethnic food)'라는 용어를 잠시 짚고 넘어가 볼까요? 사전에서는 타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특색을 지닌 음식을 뜻합니다. 즉, 사회에서 익숙하고 흔한 음식보다는 생소하고 이질적으로 여기는 음식, 그 사회 소수 민족의 고유한 음식이라는 의미이죠. 그 때문에 시대나 국가에 따라 에스닉 푸드는 달라집니다.

단순히 외국 음식이라고 해서
에스닉 푸드가 아닙니다

에스닉 푸드는 일찍이 외식산업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발달한 미국에서 주로 쓰이던 용어입니다. 미국은 수많은 민족이 섞여 생활하는 멜팅팟(melting pot)인 만큼 매우 다양한 종류의 민족음식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미국 음식'이라고 하면 주로 스테이크, 파스타, 감자 등 미국의 주류 사회를 지배하던 백인들의 음식이 떠오르죠. 즉, 주류사회 백인들의 음식을 제외한 다양한 타민족의 음식들은 에스닉 푸드로 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타민족의 음식이라고 무조건 에스닉 푸드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중국 음식 같은 경우 1980년대에 통조림 형태의 가공품이 나왔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친숙한' 음식이 되었습니다. 특히 오늘날에는 미국화 된(Americanized) 메뉴와 배달식 등의 형태로 낮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죠. 중국 음식은 이제 더 이상 에스닉 푸드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더는 신기하거나 이질적인 음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지 살펴볼까요. 서두에 던진 '어떤 에스닉 레스토랑을 좋아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중식당이나 피자집이라고 답한 독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한때는 중식당, 피자집도 에스닉 레스토랑이었을 텐데 말이죠.

에스닉 레스토랑에
해당하는 식당은
꾸준히 사라지고
꾸준히 생겨납니다

왜 소비자들은 에스닉 레스토랑을 찾을까요?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최적자극 수준(Optimal Stimulation Level)'과 '신기성 욕구(novelty)'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적정한 자극을 원하는 소비자

우리가 외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밥하기 귀찮아서'도 있지만 '집밥이 지겨워서'도 있습니다. 우리 집 식탁 말고 바깥 식당에서 별식을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지요. 즉, 외식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은 것입니다. 반면 요 며칠 계속 외식을 했다든지 온종일 밖에서 시달렸거나 매우 피곤한 날은 집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더 이상의 외부 자극은 싫은 거죠.

 

이런 행동은 Zuckerman이 제시한 최적자극 수준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은 '자극 수준'을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동기가 부여되고,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 자극 수준은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간혹 주변에 보면 외식을 싫어하고 집밥만 좋아하거나 늘 같은 식당에서 같은 메뉴만 주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늘 새로운 식당에 가보고 싶어 하고 도전적인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자는 최적자극 수준이 낮은 사람으로 변화와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 후자는 최적자극 수준이 높은 사람들로서 모험을 즐기고 위험을 감수하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종류의 중식당을 주로 이용하시나요? 저렴하고 익숙한 동네 짜장면집부터, 최고급 호텔 중식당, 대만식 국숫집, 사천음식점, 홍콩 딤섬집 등 수많은 다양한 식당 중 끌리는 식당이 나의 최적자극 수준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시추안하우스 홈페이지시추안하우스는 국내 최초의 사천요리 전문점으로 중국 사천지방의 매운 요리들이 메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붉은색 고추가 인테리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중식은 사실상 한국의 식문화에 맞게 개량된 중식으로써 시추안하우스의 사천식은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에스닉 음식입니다.

매운 것을 먹지 않는 사람은 혁명을 말할 수 없다. - 마오쩌둥
용감하게 매운 입맛을 가진 사천 사람들처럼 매운 요리를 먹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시추안하우스 웹사이트 첫 화면에 쓰인 브랜드 광고 문구인데요. 보기만 해도 입이 얼얼한 매운 메뉴를 판매하는 에스닉 중식당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 방문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우리에게 익숙한 전형적인 한국식 중식당으로 발길을 돌리고 싶어 지시나요? 만일 이곳에 가고 싶어 진다거나, 이미 이곳의 단골이라면 당신은 감각 추구자(sensation seeker)입니다.

 

시추안하우스는 새롭고 아주 매운 사천 음식에 대한 모험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에스닉 레스토랑입니다. 유난히 이런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늘 먹던 음식들보다는 늘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최적자극 수준이 높은 감각 추구자입니다.

예측 가능한 위험은
매운 칠리가 주는
자극적인 경험과 같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Paul Rozin은 매운 음식 소비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요.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 즉, 통증이며 이러한 통각을 즐기는 사람은 감각 추구자로서 위험한 질주와 변화를 추구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따라서 시추안하우스처럼 새롭고 도전적인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라면 감각 추구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 판매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감각 추구자들은 싫증을 잘 내고, 다양성을 추구하고, 위험을 즐기는 특성이 있습니다. 기존에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에스닉 식당을 찾아다닐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기도 하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신기함을 찾아서

신기성이란 말 그대로 신기하고 이색적인 것으로 친숙함이나 지루함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소비자들이 떠올리는 에스닉 푸드의 실제 메뉴가 시대에 따라 달라지듯 신기성이라는 것도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인식됩니다. 톰양쿵이라는 태국식 수프나 베트남 짜죠가 누군가에게는 신기한 음식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완전히 친숙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이국적이고 신기한 경험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관광자들신기성은 호기심이라는 인간 내면의 강력한 힘을 자극하기 때문에, 모든 산업에서 중요한 소구 역할을 하는데요. 새로운 음식부터 해외여행, 최신형 핸드폰 구매 등 다양한 소비 활동에서 신기성 니즈는 빠질 수 없습니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은 관광지에서 이국적이고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적정한 자극을 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국적인 에스닉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에스닉 레스토랑 ©블로거 설탕가루(ino111)에스닉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동기도 비슷합니다. 최근에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식 에스닉 레스토랑을 흔히 볼 수 있죠. 정통적인 태국 식당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그곳에서 일상적 식사와는 다른 신기함을 기대할 것입니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떠나지 못하는 대신 태국 식당을 방문함으로써 이국적인 공간과 동남아 향신료가 가득 들어간 음식을 누리는 것이죠.

한국 에스닉 레스토랑 시장

2000년대만 해도 한국 고객들의 입맛은 지금과 달랐습니다. 2005년경 제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향이 강한 태국 음식이 특식으로 나왔는데 대부분의 직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먹기 꺼렸던 기억이 납니다. 직원식에 손도 대지 않고 밖에 나가서 다른 음식을 사 먹은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룹 입장에서는 계열사가 태국음식점을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직원들을 위해 특식을 제공한 셈이었는데, 너무 시기상조였던 것이죠.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동남아 음식은 한국의 고객들에게 생소했습니다. 따라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에스닉 식당들은 한국인 입맛에 친숙하게 음식 맛을 조절하고 인테리어도 적당히 이국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추구했습니다. 동시대에 한국식으로 변형한 음식을 칭하는 '퓨전'이라는 용어도 유행처럼 사용되었죠.

 

이처럼 '한국화 된' 에스닉 레스토랑 브랜드들은 외식상권이 발달한 압구정동, 청담동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늘어났고 덕분에 고객들은 에스닉 음식과 조금씩 친숙해졌습니다.

 

같은 시기에 이태원에서는 현지 맛에 가까운 '이국적인' 정통 에스닉 식당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식당들은 한국인 보다는 이민자들 혹은 해외 관광객을 타깃으로 했습니다. 그 당시 한국 사람들에게 외국 음식이란 중국 음식, 피자, 일식우동, 미트소스 스파게티 정도였기 때문에 태국음식, 베트남 음식 같은 에스닉 푸드들은 생각조차 않았을 겁니다.

어느 국가든
초기의 에스닉 외식시장은
내국인이 아닌 이민자를
대상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조금씩 대중화되면서
주류사회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죠

뉴욕의 한식당의 경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32번가 코리아타운의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뉴욕시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한식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말이죠.

 

한국의 경우도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고 에스닉 푸드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면서 정통 에스닉 푸드에 대한 니즈가 점점 높아졌습니다. 그 영향으로 내국인 소비자들은 정통 에스닉 식당이 많은 이태원 상권에 모여들었고, 정통 에스닉 식당은 기존 타깃이었던 외국인 이민자뿐 아니라 내국인 고객들에게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이태원을 중심으로 에스닉 레스토랑 시장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요즘에는 이태원뿐 아니라 연남동, 망원동 등지에서도 현지식 메뉴와 이국적인 인테리어로 본토 그대로의 식문화를 누릴 수 있는 식당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동남아 음식이 어느덧 내국인들에게 친숙한 음식이 되었고, 그 결과 오히려 향신료가 강한 정통식을 원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툭툭 누들 타이는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태국 음식점 중 하나입니다. 메뉴판에 적힌 태국어가 눈길을 끌고, 현지 입맛에 가까운 정통식 태국 음식들을 제공하는 이곳은 인테리어마저 현지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합니다. 바로 이런 이국적인 모습들이 수많은 고객을 식당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매장 정문에서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태국 오토바이 툭툭 ©블로거 설탕가루(ino111)툭툭 누들 타이와 같은 계열사인 쏘이연남 한남동점에 방문했을 때 이런 현상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젊은 남녀뿐 아니라 가족 단위, 편하게 마실 나온 듯한 50대 부부 등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줄지어 좌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향신료 냄새 가득한 정통 동남아 식당이 다양한 연령대의 내국인 고객들로 북적이는 것이 더는 낯설지 않고 익숙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한국형 쌀국수집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

동남아 음식에 많이 들어가는 고수(cilantro)라는 향신료를 아시나요?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식재료에서는 비슷한 향기와 맛을 찾기 어려운데요. 그 생소함이 싫어서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불과 십 년 전만해도 고수 때문에 동남아 음식을 피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외식 소비자들은 현지 향이 약한 한국형 체인 식당보다 이국적 향이 강한 정통식 에스닉 식당을 더 선호합니다.

 

저 역시 과거에 신나게 즐겨 먹던 한국형 베트남 쌀국수 체인을 이제는 찾지 않습니다. 음식 맛에서도 매장 분위기에서도 좀처럼 베트남을 느낄 수 없으니 재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에 가본 적도 없고, 정통 쌀국수 맛도 몰랐던 과거에는 한국형 쌀국수집이 가장 이국적인 맛이라고 생각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 자체가 다릅니다.

우리는 베트남 음식의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이 고객들이 원하는 적정수준의 신기성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제 한국형 체인 레스토랑은 고객들이 에스닉 레스토랑으로부터 갈구하는 신기성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수 없게 됐다는 뜻이죠. 고객들은 신기성과 친숙함을 동시에 원하기 때문인데, 이를 바로 '잡식성 파라독스(omnivore's paradox)' 라고 합니다.

신기성과 친숙함을 모두 원하는 잡식성 파라독스 / 그래픽: 김영미마냥 친숙하면 재미없고, 너무 신기하면 피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은 신기성을 추구하면서(Neophylia) 동시에 위험을 회피하고 싶어 하기(Neophobia) 때문입니다. 뭔가 모순적이죠?

 

그 모순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대상에는 새로운 위험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객들은 본능적으로 신기하면서도 친숙하길 바라는 모순된 니즈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이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잡식성 파라독스에 비춰본 에스닉 식당 / 그래픽: 김영미음식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 니즈 사이의 긴장은 여행지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납니다. 여행지는 우리의 친숙한 일상을 벗어난, 자체로 신기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관광지가 아프리카처럼 우리에게 아주 낯선 곳인 경우에는 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가 높게 증가하는 한편, 일본처럼 비교적 익숙한 관광지일 경우에는 이러한 공포감이 덜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낯선 관광지에서 만나면 반가운 맥도널드 ©맥도널드관광객들이 관광지에서 맥도널드와 같은 글로벌 체인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식문화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관광객들은 친숙한 글로벌 패스트푸드점을 선호합니다. 글로벌 체인들은 전 세계 어딜 가도 메뉴나 서비스가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과 환경을 제공합니다. 저도 2000년도에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 맥도널드를 참 많이 찾아다녔죠.

 

사회학자 Cohen과 Avieli는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친숙함을 '환경적 거품(environmental bubbl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신기성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니즈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친숙함(bubble)이 있어야만 새로운 대상에 호기심을 느끼고 경험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따라서 대부분 사람에게 태국, 베트남 음식이 낯설었던 시절에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함이라는 거품을 만들어주기 위해 '한국화'가 필연적이었을 겁니다.

친숙함을 넘어서면 중요해지는 정통식

고객들이 한국형 레스토랑으로부터 점차 현지식에 가까운 정통식 레스토랑을 찾게 되는 현상을 통해 '고객은 식문화에 충분히 친숙해진 후에 정통성(authenticity)*을 찾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한국식 레스토랑이 친숙함에 가까워지면서 최적자극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게 되었고, 정통 에스닉 레스토랑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된 것입니다.

* 가짜가 아닌 진짜. 고유성 혹은 정통성 등으로 표현됨

최적자극 수준 / 그래픽: 김영미2000년대 초에 오픈한 강가(Ganga)라는 인도 식당은 친숙성과 신기성을 동시에 균형 있게 전달해준 예입니다. 당시 국내에서 생소하던 인도식 커리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절하고, 한국인 직원들이 보통의 식당처럼 편리하게 서비스함에 따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만약 당시 미지의 세계였던 인도 음식을 인도인 직원이 완전 현지식으로 서비스했다면 그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고객들이 바라는 최적자극 수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대에는 타깃 고객들이 원하는 정도의 적절한 신기성, '딱 그 정도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에스닉 레스토랑 경영주들의 과제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나라의 음식이라면 더 정통한 음식과 인테리어를 갖추는 반면 생소한 국가의 음식이라면 한국식으로 변형하여 친숙함을 전달할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현명하겠죠?

 

후자의 예로 이태원에 위치한 중동 식당인 할랄가이즈(halal guys)가 있습니다. 할랄가이즈는 중동 현지의 문화를 맘껏 풍기는 정통식 식당과는 상반되는 패스트푸드형 식당입니다. 중동은 아직은 생소한 지역으로, 대부분의 고객들이 중동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친숙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적절한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태원의 중동음식점 할랄가이즈 ©Paradigm Insight/남민정한데 이론적으로는 적절한 조화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음식은 괜찮은데, 매장이 너무 패스트푸드점 같아."라는 평도 꽤 들립니다. '이태원에 위치한 중동 식당 할랄가이즈를 찾아가는 고객'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면, 중동 음식에 대한 친숙도나 신기성 니즈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뉴욕 맨하탄 푸드트럭의 정취를 가져올 수 없었다면, 중동 분위기를 살짝 더 입혀 신기성을 가미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몇 년 후에는 중동식에 대한 신기함과 친숙함의 정도도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잡식성인 에스닉 레스토랑 고객들의 구미에 딱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자료

  • 양윤, 「소비자 심리학」, 학지사 (2014)
  • 멜라니 뮐, 다이나 폰 코프, 「음식의 심리학」, 반니 (2017)
  • Cohen, E. & Avieli N.,「Food in tourism: attraction and impediment」, Annals of Tourism (2004)
  • Zeng, G., Go, F., & Vries, H. J.,「Paradox of authenticity versus standardization: expansion strategies of restaurant groups in China」, International Journal of Hospitality Management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