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즐길 수 있는 메뉴

단돈 만 원으로 만족스럽고도 특별해 보이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누군들 마다할까요. 고가의 파인다이닝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식당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싸고 과시욕을 불러일으키는 식당에 가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만 원짜리 냉면 한 그릇을 파는 허름한 식당에 특별한 정취를 느끼고자 방문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소비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과시적 소비의 시대가 끝났다.
-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17」

현대의 소비자들은 이처럼 단순히 고가의 사치품이 아니라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즉,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김난도 교수는 이를 'B+프리미엄'이라 칭하며 탁월한 가치를 제공하는 중가 제품들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초고가 상품을 누리는 것으로 일부 상류층이 높은 지위 욕구를 충족했다면 B+ 상품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지위보다는 나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가졌거나 나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즉, '나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여 더욱 실질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인 것이죠.  

평양냉면 전성시대

외식산업을 꾸준히 관찰하며 요즘 유난히 '신기하다'고 느낀 것은 평양냉면의 유행입니다. 최근 몇 년 간 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음식 사진 중 하나가 평양냉면입니다. 언제부터인지 갑작스레 평양냉면이 화젯거리인 아이템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이 평양냉면 사진을 열심히 찍어서 SNS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에 평양냉면의 인스타그램 태그 수가 함흥냉면의 7배나 달했고, 가공품으로까지 출시가 되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제로 어마어마합니다.

2017년 9월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대략 13만 5천여 건의 사진이 평양냉면 해시태그로 올라와 있다. 참고로 함흥냉면 해시태그는 2만 4천여 건이다. ©Instagram

아버지 고향이 이북인 저는 어렸을 때부터 평양냉면을 접했는데요. 당시에는 이북 출신 어르신들 외에는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던 실향민의 음식이었습니다. 평양냉면을 파는 식당도 을지로, 충무로 등 강북의 핵심 지역 주변에만 있었고, 불과 7~8년 전만 해도 손님 중에서 제가 제일 어린 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