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도시

기차를 타고 뉴캐슬 어폰 타인으로 향했다. 1등칸에 앉았다. 승무원이 차와 커피 중 무엇을 마시겠냐고 친절하게 물었다. 영국에 오면 차를 맛봐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며칠간 급하게 움직였더니 차 한 잔 마시지 못했다.

 

티백을 우린 따뜻한 물에 우유를 넣었다. 홍차의 단아한 맛이 혀를 부드럽게 감쌌다. 영국인들이 왜 밀크티를 좋아하는지 이해가 갔다. 

 

기차는 2시간을 달려 뉴캐슬 센트럴(Newcastle Central)역에 도착했다. 보통 영국의 기차역 이름은 도시 안의 지명(한국의 구나 동의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이곳은 대표 기차역 이름에 '뉴캐슬'을 붙였다. 크기가 작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뉴캐슬 센트럴역 ⓒShutterstock

뉴캐슬 어폰 타인은 선박 건조로 먹고살던 작은 도시다. 영국의 조선업이 기울기 시작한 1960년대 말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간신히 회복했지만 웰빙 포 라이프(Wellbeing for Life, 더럼 시 산하 공공재단)가 인구 변화를 조사한 결과, 2037년까지 현지 주민 6만 명 이상이 도시를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캐리어를 끌고 슬슬 걸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어둑한 시간, 시내는 한산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없었다. 작은 봉투를 들고 걷는 노인이 많았다. 침체가 느껴졌다. 숙소까지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체크인 중 영국식 발음 대신 이민자 영어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숙소 옆에는 그리스 식당이 하나 있었다. 혹시 그리스 사람들이 하는 호텔일까 궁금했다. 독일 모텔 체인이었다. 방 안의 TV는 작동하지 않았다. 

한산한 거리를 걷다

전 회사 후배를 뉴캐슬 어폰 타인 대학교(University of Newcastle upon Tyne)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설계 업무 담당자였으나 퇴사 후 이곳 조선공학과에서 유학 중이었다. 전공 분야는 2010년대 조선소의 매출과 손실 모두를 책임졌던 해양플랜트, 그중 가장 어려운 엔지니어링인 배관 설계다. 북해 브렌트 유전 시추의 경험 덕분에 뉴캐슬 어폰 타인 대학은 해양플랜트 설계 부문에서 명성이 높다.
 

뉴캐슬 어폰 타인 대학 ⓒShutterstock

후배와 식당에 들어갔다.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만든 프랜차이즈 가게다. 여행 중 처음으로 매콤한 파스타를 시켰다. 가게에서 직접 만든다는 라거도 한 잔 마셨다. 타인강 조선소에 대해서 들은 게 있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