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산업과 조선업의 종주국
영국은 근대 산업의 틀을 만든 나라다. 과학기술로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엔지니어의 힘으로 19세기 말까지 전 세계 GDP의 10% 이상을 창출했다. 또한 1800년대부터 리벳 공법(강철판을 겹친 뒤 구멍을 뚫고 굵은 못인 리벳을 꽂아 접합)으로 철선을 만들고 1960년대까지 조선업을 주도했다.
조선업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여객선 중 하나는 북대서양 빙산과 충돌하여 세계 최대의 해난 사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이타닉(Titanic) 호. 영화로도 유명하다.
- <타이타닉>
산업사나 노동사 자료를 펼치면 그 시절의 풍경이 흐른다. 리버풀, 맨체스터, 글래스고 근처 조선소 야외 작업장에는 늘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레인이 선체를 구성하는 대형 블록을 들어 내리며 부딪히는 과정에서 나는 소리였다.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하기 위해 세워진 독(Dock)에선 꽝꽝 대는 소리가 가득 찼다. 글래스고로 출장을 자주 다녔던 회사 동기는 영국인들이 그 시절의 자부심을 여전히 느끼며 산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러나 영국은 더 이상 제조업의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청산에 가깝게 제조업을 정리했다. 20세기 중반까지 영국의 제조업은 노동 인구의 약 40%를 고용했으나 1970년대를 거치면서 고용률은 급감했다. 현재는 19% 정도다. 이후 영국의 지배 산업은 80%의 고용을 책임지는 서비스업이 된다. 산업의 종주국이라는 과거의 호칭이 무색할 정도다.
조선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조선소들이 급부상했다. 1960년대 말, 일본 조선업이 치고 올라왔다. 부와 고용을 창출하던 영국의 조선소들이 휘청대기 시작했다. 기계공업 분야도 1970~80년대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비틀스(Beatles)의 페니 레인(Penny Lane) 가사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노동자 마을이 나온다. 이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많은 영국 영화가 이 과정을 조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