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이 보고 싶은 별난 여행객

글래스고 퀸 스트리트(Glasgow Queen Street)역에 내려 곧바로 우버를 불렀다. 기사는 유대인이 쓰는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글래스고의 역사를 들려줬다.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애덤 스미스가 입학한 글래스고 대학이 있는 곳. 글래스고는 2012년 기준 영국에서 4번째로 부유한 도시다. 에든버러, 런던, 브리스틀 다음이다.
 

글래스고 퀸 스트리트역(좌)과 그 앞에서 본 도시 전경(우) ⓒ양승훈첫 목적지는 클라이드 강(River Clyde) 근처였다. 리버사이드 박물관(Riverside Museum)과 페어필드 조선소(Fairfield Shipyard)가 있다.

 

조선소의 독에 간다고 하니, 기사는 흉물스러운 풍경을 왜 보러 가냐고 말했다. 희한한 사람이라고 혀를 찼다. 글래스고에서 봐야 하는 것은 아름다운 건축물과 웨스트사이드의 풍경, 글래스고 대학, 성당 등이라고.

 

흥한 동네 대신 망한 동네를 보겠다니, 별난 여행객으로 보였을 것이다.

클라이드 강변의 영예, 조선업

클라이드 강변은 15세기에 보트가 건조된 이후 수백 년간 세계 조선업의 요람이었다. 19세기 이후 고반 조선소(Govan Shipyard)와 데니 조선소(Denny's Yard) 등이 세계 최대 조선소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래스고는 풍요로워졌다. 리버사이드 박물관의 전시품이 과거의 풍요로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버사이드 박물관 ⓒShutterstock19세기 글래스고는 여객선부터 전함까지 모든 종류의 배를 짓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공업 단지였다. 데니 조선소는 1844년부터 1963년 사이 1,500척의 선박을 건조했고 190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 선박 생산 중 1/5을 담당했다. 최초로 선박에 터빈 엔진을 탑재했고, 디젤 엔진을 상용화했다.

 

클라이드 조선소(Clyde Shipbuilding) 엔지니어 로버트 네이피어(Robert Napier)는 수많은 후배를 양성했고 클라이드 조선업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다. 클라이드 강변 조선소들은 영국 해군의 군함까지 건조할 수 있는 최고의 조선소로 자리매김했다.
 

조선소 노동자들의 공구(좌), 선박 항행 장비(가운데), 내연기관(우) ⓒ양승훈공구와 선박 엔진 전시품에서 클라이드 강변의 영화로운 시대가 느껴졌다. 20세기 초중반 당시 가장 큰 크레인, 피니스톤(Finnieston)이 독에서 블록을 조립하는 광경은 글래스고 사람들 자부심의 원천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