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이룬 '덕업일치'

[콘텐츠 발행일: 2016.09.01]

 

언제부터였을까. IT를 마냥 좋아하는, 이른바 '덕후'였다. 그런 내가 어쩌다 보니 최근 테크 업계에서 일어났던 그 급격한 변화들의 복판에 있을 수 있었다. 돌아보건대 운이 참 좋았다.

 

2009년 삼성전자에 입사할 때에는 2NE1이 롤리팝을, 손담비가 아몰레드 노래를 TV에서 부를 때였다. 우리는 PDA폰과 스마트폰을 구분하지 못했고, 핸드폰 업계의 황제 노키아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는 피쳐폰에서 노키아를 무너뜨렸고, 스마트폰에서 블랙베리와 아이폰을 차례로 추월하며 절대적인 패자의 위치에 올랐다.

 

2013년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카카오게임 열풍으로 뜨거웠다. 이듬해에는 카카오와 다음이 세기의 합병을 단행했다.

 

본디 '공짜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던 메신저 카카오톡은 어느덧 모바일의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수익모델을 걱정하던 스타트업 카카오는 분기 매출이 3,700억 원을 넘는 코스닥 시총 2위의, 정부마저도 인정해주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09년부터는 삼성전자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을 고민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에, 2013년부터는 카카오의 전사 전략을 고민하는 전략팀에 있다가 2015년 카카오톡팀으로 옮겨왔다. 'IT덕후'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축복받은 경험을 한 셈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분에 넘치는 행운을 누렸는지, 짧게 설명할 길이 내겐 없다.

 

마냥 호기심 많은 역덕후(역사매니아)

 

언제부터였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난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아이였다.

 

되돌아보면 뭐 저런 게 다 궁금할까 싶은 것들을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알아내고 자랑하는 일련의 과정을 재미있어했던 것 같다. 그 호기심이 학업으로 이어졌다면 더 좋았으련만. 오히려 학업과는 관계없는 관심사들로 호기심은 옮겨갔다. 적지 않은 책을 읽었고, 그 책에서 소개된 또 다른 책을 읽기를 반복했다.

특히 매료되었던 분야는
역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