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팀장이 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직장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직원이 팀장으로 승진한 이후 그저 그런 중간관리자가 된 사례를 본적 있을 것이다. 이들은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며 개인 단위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내던 직원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중간관리자로 승진한 이후 팀원들을 마이크로 매니징* 하며,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악덕 팀장으로 변해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 직원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며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고 세세하게 통제하는 관리기법

 

왜 A급 직원이 중간관리자가 되고 나면 B급 또는 최악의 중간관리자로 전락할까? 이를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운 좋게 스타트업에서 좀 특이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의사로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합류하여 개인 단위 업무를 주로 수행하다가 중간관리자 역할을 거쳐 현재는 한국·일본 두 지사를 경영하는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실무자, 중간관리자, 경영자의 입장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하고 배운 내용들을 가상의 인물인 '지안' 씨를 통해 풀어내 볼 예정이다.

지안은 최근 팀원들과 대화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팀원들이 뒤에서 자신을 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점심시간에도 약속이 있다며 조금 일찍 나가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많아졌다.

 

경영진과의 조우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었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 하는 주간 회의 외에는 경영진과의 대화를 가급적 피하려고 노력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회사에 오는 것이 즐겁고 의욕 넘쳤지만, 지금은 회사에 출근하는 걸음이 너무도 무겁다.

 

지안은 더 이상 예전처럼 열심히 일할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커리어적으로 보면 대학 졸업 이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중간관리자가 되었다. 전망이 밝은 스타트업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었고 연봉도 동년배들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커리어 성장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기 힘들었다. 지안은 그간 해왔던 것처럼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성장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본인의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지금은 당장 코 앞에 닥친 문제가 너무 많았다.

 

팀의 성과도 개선시켜야 하고, 팀 운영 방식도 바꿔야 했다. 고객 문의는 계속 늘어나는데 팀원들은 자꾸 빠져나갔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는 데에도 한계를 느꼈다. 회사는 외형적으로 계속 성장하는데 자신의 팀만 뒤처지고 있는 듯했다. 본인이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가장 속이 쓰린 부분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데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지안은 B급 중간관리자다

지안은 패션 물류 스타트업의 고객지원팀 팀장을 1년째 맡고 있다. 고객지원팀은 고객과의 최접점에 있어 기업 이미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팀이다. 이 팀은 교환·환불 등의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안은 최근 경영진과 팀원 양쪽으로부터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경영진은 팀의 낮은 성과를 지적했다. 고객 불만 이슈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팀원들도 지안의 리더십과 팀 운영 방식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팀원들은 지안의 소통 부재와 마이크로 매니징을 지적했다.

지안은 회사의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다. 매일 같이 야근을 하면서 많은 양의 업무를 소화했으며 누구보다 회사의 가치를 믿고 본인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경영진의 피드백을 듣고 억울함이 들었다. 

내가 잠재운 고객 불만이 그렇게 많은데도 계속 불만이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고객이 많다 보면 이상한 고객도 있기 마련 아닌가. 

팀원들에게도 배신감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대신 커버해준 실수가 얼마나 많은데. 불합리한 경영진의 요구사항을 쳐낸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평가를 하다니….

지안의 팀은 총 5명인데, 지난 1년간 무려 10명이 퇴사하거나,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 지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고객지원팀의 업무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퇴사하는 직원들은 지안을 퇴사 이유로 지목했고, 지안 역시 인사팀을 통해 자신에게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직원들의 퇴사가 반복되자 문제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고객지원팀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서 새롭게 채용된 직원들이 업무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인수인계 단계에서 놓치는 고객 문의 건들이 많아졌다. 지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일했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불만도는 점점 높아졌고 팀의 성과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하루는 회사 대표가 지안을 따로 불렀다. 

팀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길래 이렇게 자꾸 팀원들이 퇴사를 하냐. 팀원들과 잘 소통하며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달라.

지안은 다음날 팀 주간 회의에서 팀 운영 방식과 관련해 의견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고요한 정적만 흐를 뿐 아무도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지안은 답답했다. 

팀원들이 의견을 내야 바꾸든지 할 텐데 왜 아무도 나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안은 A급 직원이었다

지안이 항상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온 것은 아니다. 지안은 회사에서 인턴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후부터 쭉 좋은 평가를 받아온 A급 직원이었다. 대학생 시절, 대기업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대기업에서 문서 복사나 회의록 작성 등 단순한 업무를 할 바에는 스타트업에서 좀 더 실무적인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업무를 시작한 첫 주부터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이후 실제 업무를 주었다. 지안의 첫 업무는 이메일로 접수되는 고객 문의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지안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일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