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연대의 시대, 왜 불매 운동은 더 강력해졌을까?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10월에 발간된 <라이프 트렌드 2020>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본문에 등장하는 '나'는 저자인 김용섭('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입니다.

나는 아직도 남양과 피죤 제품을 사지 않는다. 이들의 갑질 문제가 이슈가 된 지 벌써 6년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 제품에 손이 가지 않는다. 나의 불매 리스트에는 이들 기업 외에도 여럿이 더 들어 있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남들에게 굳이 얘기하지는 않는다. 내가 이런 기업을 불매하고 있으니 너희들도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꺼내지 않는다.

 

불매에 동참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는 없다. 남들이 불매를 하건 말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남들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판단해서 불매를 결정한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불매가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것이다.

 

과거와 달리 불매 운동의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소비자 단체가 주도하는 조직적 운동이 아니라 개개인의 의사 표현이자 소비자 행동으로 확대됐는데, 조직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다 보니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한번 머릿속에 '나쁜 기업'이라는 인식이 들어서면 평생 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많은 기업이 불매 운동을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더 지려 한다.

 

2010년대 들어서 갑질로 도마에 올랐던 기업들이 꽤 있다. 이들 모두 불매 운동으로 타격을 받았는데 그걸 극복하고 불매 전 매출로 회복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아예 회사 이름을 숨기고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신사업을 벌이기도 하는데, 한번 찍히면 오래 간다는 걸 알게 된 기업들이 짜낸 아이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