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7월에 발간된 <그로잉 업>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차 부회장을 가리켜 흔히 '마케팅 전문가'라고들 하는데, 사실 그의 전문분야는 재무 및 회계다. 미국에서 AICPA(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를 취득해 P&G에서도 파이낸스 매니저로 인정받아 나중에 아시아 본사인 홍콩에서 CFO에까지 올랐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마케팅 전문가라 불리게 된 것 또한 꺾일 줄 모르는 엘지생건의 실적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P&G에 있을 때 차 부회장은 '광고를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는 등 유독 마케팅 부서에 챌린지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도 지적을 많이 하니 본사에서 '그러면 직접 한번 해보라'고 해서 정말 미국 P&G에 갔는데, 정작 6개월간 다른 일은 안 시키고 마케팅 교육만 시켰다고 한다. 과연 '마케팅 사관학교'다운 조치다.

 

숫자에 대한 좌뇌적 감각에 우뇌적 감성이 중요한 마케팅 역량이 더해지자 차 부회장만의 마케팅 감각이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돈 버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마지막 5%다

마케팅이란 뭘까? 각자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차 부회장이 생각하는 마케팅은 '자신의 전략과 소비자의 니즈를 효율적으로 매치시키는 일'이다. 소비자로 초점을 바꾸면서 엘지생건의 마케팅 역시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소비자 조사'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자 조사를 해야죠"라고 당연한 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엘지생건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복잡한 조사를 하지 않는다. FGI(focus group interview, 집단 심층면접)를 꽤 하긴 하지만 순수하게 소비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한다. 정량적인 조사는 아예 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7월에 발간된 <그로잉 업>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차 부회장을 가리켜 흔히 '마케팅 전문가'라고들 하는데, 사실 그의 전문분야는 재무 및 회계다. 미국에서 AICPA(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를 취득해 P&G에서도 파이낸스 매니저로 인정받아 나중에 아시아 본사인 홍콩에서 CFO에까지 올랐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마케팅 전문가라 불리게 된 것 또한 꺾일 줄 모르는 엘지생건의 실적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P&G에 있을 때 차 부회장은 '광고를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는 등 유독 마케팅 부서에 챌린지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도 지적을 많이 하니 본사에서 '그러면 직접 한번 해보라'고 해서 정말 미국 P&G에 갔는데, 정작 6개월간 다른 일은 안 시키고 마케팅 교육만 시켰다고 한다. 과연 '마케팅 사관학교'다운 조치다.

 

숫자에 대한 좌뇌적 감각에 우뇌적 감성이 중요한 마케팅 역량이 더해지자 차 부회장만의 마케팅 감각이 만들어졌다. 한마디로 '돈 버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마지막 5%다

마케팅이란 뭘까? 각자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차 부회장이 생각하는 마케팅은 '자신의 전략과 소비자의 니즈를 효율적으로 매치시키는 일'이다. 소비자로 초점을 바꾸면서 엘지생건의 마케팅 역시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소비자 조사'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자 조사를 해야죠"라고 당연한 듯 이야기한다. 그러나 엘지생건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 복잡한 조사를 하지 않는다. FGI(focus group interview, 집단 심층면접)를 꽤 하긴 하지만 순수하게 소비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한다. 정량적인 조사는 아예 하지 않는다.

 

전통적 마케팅에서 소비자 조사 의존도가 컸던 것은 소비자들이 생활용품이나 화장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보니 대중적으로 모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통할 만한 요소를 찾은 후에 TV광고를 통해 메시지를 주입하다시피 융단폭격하는 것이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의 니즈는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백이면 백 소비행태가 다 다르다. 특정 제품을 좋아하는 고객들의 이유도 한 가지로 수렴되지 않는다. 단일한 조사방식을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보다는 온라인에 올라오는 제품의 반응을 빨리 캐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마케터 본인이 써보며 제품 전문가가 되고, 소비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감각은 결국 집요함이다. 차 부회장은 아주 사소한 제품 차이로 고객을 뺏길 수 있음을 늘 경계하라며 소머리국밥집을 예로 든다. 95%의 맛을 내는 소머리국밥집은 많다. 하지만 유명한 집, 넘버원 소머리국밥집의 맛을 정하는 마지막 5%는 쉽사리 잡아내지 못한다. 화장품 시장이 커지자 많은 회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그 5%를 쫓아오지 못하고 문을 닫은 곳들이 태반이다.

 

마지막 5%를 만드는 것은 결국 집요함이다. 반복해서 제품을 써보고, 피드백을 주고, 보완하고, 개선사항을 실행하면서 장단점을 연구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그 5%의 차이로 기업이 사라질 수도 있고, 존속할 수도 있다.

 

차 부회장 역시 출시 전에 모든 제품을 반복적으로 써보고 피드백을 주며 5%를 완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이 모습에 담당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사소한 것에서 5%, 10%의 확률을 높일 때 전체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숨어 있는 소비자 기준을 찾아서 그에 부응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다. 즉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것이 마케팅의 첫 단계고, 두 번째 단계는 이것을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 침소봉대하면 안 된다. 우리 회사는 진정성 있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차 부회장이 마케팅을 대하는 자세를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소비자의 니즈를 찾아내고, 이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할 때 제품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보이려 하지 말라고 주지시킨다. 품질이 100인 제품을 150인 것처럼 광고하여 소비자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 과장된 표현을 과감히 빼면 당장은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소비자들이 진심을 알고 신뢰하게 된다면 미래를 위해 이보다 더 큰 투자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 마케팅 활동의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를 예민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CPA 출신의 차 부회장이 수익성을 매우 중시하는 CEO라는 특성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수익을 따진다고 해서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이 시작되었다.

C.E.O. Message - 디테일에 강해집시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먼 곳에 있는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신발에 있는 작은 모래 몇 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온 진정한 질 중심의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① 품질에 대한 세심한 관리, ② 고객만족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 정신, ③ 신속한 행동력을 갖추기 위한 부단한 노력, ④ 고객관점에서 티가 될 만한 요소들의 확실한 제거 등 고객가치 향상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디테일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경쟁사 대비 진정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① 우리의 목표가 경쟁업체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만족시키고, ② 고객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기대를 세심한 부분까지 만족시켜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디테일을 강화할수록 고객만족은 완벽에 가까워집니다.

의사결정의 기준은 소비자

일전에 그룹 내 비즈니스 케이스를 발굴하기 위해 가톨릭대학교의 이동현 교수가 차 부회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부회장님, 하루에 수십 명씩 만나러 오고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신다고요. 하루에 10개도 의사결정하기 힘든데,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하실 수 있습니까?" 그런데 차 부회장은 힘들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을 결정할 때 '이게 소비자에게 가치 있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생각하면 금방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지생건이 14년 넘게 성장한 밑바탕에는 소비자 중심주의라는 강력한 원칙이 존재한다. 최근 어느 기업에서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고객 중심' 혹은 '소비자 중심'이라는 말이다. 너무 흔해져서 하나마나 한 구호가 된 느낌마저 있다.

 

그런데 차 부회장은 막연하기만 한 고객의 개념을 재정의함으로써 실제 의사결정의 원칙으로 작동하게 했다. 고객을 대하는 생각이 달라지니 기존의 마케팅 공식도 변하기 시작했다. 제품을 제값 받고 파느냐 할인해주느냐, 품질의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맞출 것이냐 등, 경영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소비자 중심'이라는 원칙 아래 정해진다.

 

이는 필연적으로 실용주의와 연결된다.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관습을 버리게 된다. 예를 들어 A제품은 마트에서 팔리는데, 이런저런 요소 때문에 고정비가 있으니 가격은 얼마였으면 좋겠고, 디자인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고…. 이런 문제들을 다 따지다 보면 복잡성이 올라간다. 한 가지 이슈에 대해서도 영업과 마케팅, 생산의 역할이 다 달라서 접근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그럴 때마다 담당 부서가 모여 '내가 소비자라면…'을 서로에게 묻고 토의한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이 이걸 사겠냐'는 기준을 놓고 보면 의사결정이 한결 쉬워진다. 그 기준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방식은 엘지생건의 새로운 핵심가치(core value)에도 담겨 있다. 기존 핵심가치는 'Customer Focus, Speed, Innovation, Professionalism' 4가지였는데, 차 부회장이 온 직후 한 가지가 바뀌었다. 'Customer Focus(고객 중심)'를 'Consumer Focus(소비자 중심)'로 구체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고객 중심'을 더 많이 쓰지 않나 의아해할 수도 있다. 애초에 '고객 중심'을 핵심가치로 정할 때에는 '우리의 고객은 소비자만이 아니다. 이해관계자가 다 고객이다. 밸런싱을 고려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차 부회장도 이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고객의 범주에 너무 많은 대상이 포함되다 보니 초점이 흐려져서 정작 중요한 소비자를 놓치고 있다며 이를 'Consumer Focus'로 명확히 한 것이다.

 

고객(customer)은 소비자뿐 아니라 주주, 협력업체, 유통업체,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자사 직원도 물론 포함된다. 그에 비해 소비자(consumer)는 명확하게 우리의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고객 그리고 잠재고객만을 가리킨다. 유통업체 등 이해관계자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이 반영되어 있다.

 

단어 하나 바꾼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업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훨씬 근본적이다. 이를테면 영업에서 어떤 정책을 쓰고 싶다고 했을 때, 그 정책이 유통업체의 배를 불리는 것인지 소비자에게 가격의 메리트나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제안인지를 우선 판단한다. 전자라면 당연히 아웃이다.

 

생활용품이나 음료는 대부분 대리점이나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영업하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잘해주면 영업이 수월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유통업체를 상대로 할인정책을 쓰고 접대를 하는 영업방식도 매출만 올린다면 오케이였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왜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체를 상대로 영업을 하느냐"며 이 구조를 모두 뜯어고쳤다.

 

시장의 트렌드나 사람들의 소비 패턴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과 투자자의 신뢰, 어떤 일도 되게 만드는 경영자의 능력, 그리고 세상을 읽는 역량이다. 이 모든 것이 모여서 소비자에게 가 닿는다. 그러한 힘을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엘지생건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마케팅은 소비자 접점에서 완성되며, 화려한 기법이 아니라 원칙에 기초한 실행이 답이었던 것이다.

감과 촉을 갈고닦는다

앞서 강조했듯이 마케팅 환경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매체의 다양성이다. 매체의 영향력이 계속 옮겨 다니고 있기 때문에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미디어 믹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빠르게 캐치해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는 것은 순전히 감각의 문제다.

 

특히 리더의 감각이 중요하다. 현장 실무자가 아무리 새로운 흐름을 간파해 마케팅 제안을 해도 의사결정자가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시도하기 위해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찾아다닌다.

 

차 부회장의 퇴근시간은 항상 오후 4시다. 퇴근 후에는 회사 사람은 물론 업계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그 흔한 친목모임도 없다. 대신 어디든 돌아다닌다. 매장이든 백화점이든 길거리든, 소비자가 있고 아이디어가 있을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화장품은 물론이고 패션 아이템도 유심히 본다.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나리타공항에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한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 말 그대로 면세점만 '찍고' 돌아오는 것이다. 사람들의 취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고서로 받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실감하려는 노력이다.

 

유행을 파악하기 위해 패션잡지도 쌓아놓고 보고, TV도 열심히 본다. 특히 차 부회장은 <6시 내 고향>의 열혈 팬이어서 임직원들에게도 권하는데, 슈퍼푸드도 나오고 소비자 동향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도 챙겨본다. 드라마도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라 20대를 겨냥한 드라마를 본다. 빠르게 돌려보기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앉아 공감해가며 찬찬히 본다. 그러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놓치지 않고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그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가 뜰 것 같으니 빨리 중국시장 광고모델로 쓰자" 같은 제안을 한다.

 

가끔 잡지의 사진이나 기사를 찢어다 관련 임직원에게 건네는 걸 보면, 별의별 잡지를 다 보는 것 같다. 또 전시회란 전시회는 다 보러 다니는지 전시회 얘기도 자주 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랫말이 좋으면 기억해둔다. 나중에 제품이나 광고 컨셉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생활용품 마케팅이라고 해서 마트에서만 아이디어를 얻는 게 아니다. 오히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혹은 백화점을 다니다가 "이거 생활용품에 해보면 어떨까?", "이런 게 있는데 음료로 해보면 어떨까?"라고 접목시키는 것이다. 주말 동안 이런저런 스터디를 많이 하고 각종 제안을 쏟아내는 통에 월요일이면 임원들이 긴장해야 할 정도다.

 

한 번은 "임원들 차를 빼앗아야 한다. 임원들이 승용차 받아서 집이나 왔다 갔다 하지, 현장을 나가지 않는데 어떻게 개선이 되겠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농담처럼 한 말이지만, 뼈가 있다. 두 발로 걸어다니면서 많이 보고 경험해야 감이 잡히는데 승용차 안에만 있고 소비자가 있는 현장에 나가지 않으니 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엘지생건은 빠르게 변화하는 입소문의 진원지를 뒤처지지 않고 포착해가고 있다. 2018년에 온라인에서 크게 입소문을 탄 엘지생건의 세제 광고가 있다. '반도의 흔한 애견샵 알바생'이라는 크리에이터가 작업한 것으로, 육두문자가 나오고 아마추어가 만든 듯 유치해 보인다. 기성세대 눈에는 '저게 뭐야' 할 법한데, 20대 사이에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으로 엄청난 바이럴이 일어났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임직원들이 당혹스러워한 이 광고를 차 부회장이 승인했다는 것이다. 대기업 이미지를 생각하면 못할 것 같은데, 온라인 세대의 호불호를 캐치해 유연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 엘지생건의 세제 광고 ©엘지생건

 

이 광고의 매출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한다. 세제의 타깃은 젊은 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확은 있었다. 소비자들이 광고를 보며 '엘지생건이 이렇게까지 오픈된 회사였나?' 하고 생각하게 해, 엘지생건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C.E.O. Message - 촉이 살아 있는 회사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를 보면, 가만히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문 앞으로 갑니다. 그러면 영락없이 가족이 문을 열고 들어오곤 합니다. 우리에겐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데, 강아지들은 주인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기 1~2분 전부터 알고 기다립니다. 짐승들은 모두 촉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진이 나려고 하면 두더지 떼가 움직이고, 쥐 떼가 이동합니다.

클래식 CD 파는 코너를 방문하면, 같은 곡을 연주한 음반이 200개가 넘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구분하지 못하지만 200개 모두 지휘자나 연주가, 악기가 다른 음반입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소리에 정말 민감한 촉을 지니고 있어서 200개 중 자신이 원하는 단 한 장의 음반을 찾아서 구매합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장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제품들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촉이 생긴 소비자와 우리는 각기 다른 화장품을 사고 팔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촉을 지니기 시작한다면 경쟁사들이 절대로 우리를 당해낼 수 없게 됩니다. 경쟁사들이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본능적인 촉이 필요합니다. 그런 촉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촉이 100년 200년 쌓이면, 경쟁사가 이를 따라오기까지 또한 100년에서 200년이 걸리는 법입니다. 그만큼 앞서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