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과 성실이 성공의 키워드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7월에 발간된 <그로잉 업>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19.12.04]

 

홍성태(이하 생략): 제 주변에서야 엘지생건의 성과를 부러워하고 부회장님에 대해 궁금해하죠. 그런데 제가 2030 청년들 가르치는 일을 하잖아요. 그 친구들은 부회장님도 잘 모르고, 엘지생건을 치약 파는 회사 정도로나 알지 잘 몰라요.

차석용 부회장(이하 생략): 저는 그런 점이 아주 좋아요. 아침이면 신문에 난 업계 소식이 편집되어서 이메일로 와요. 그런데 기사가 가장 많이 나는 회사라고 제일 잘되는 회사는 아니에요.

 

저는 평생 그런 걸 아주 많이 봤습니다. 밖에 알리는 것, 남에게 보이는 걸 신경 쓰는 회사는 내실이 적어요. 왜냐하면 캐파시티(capacity, 역량)를 100이라 볼 때, 굉장히 많은 기업은 120, 적은 기업은 80을 쓰는데, 그 역량을 회사 알리는 데 쓰면 정작 내실에는 못 써요. 내실에 쓰는 기업은 그럴 시간이 없고요.

 

궁극적으로는 내실이 있어야 하고, 내실이 있어서 오래 가면 알리지 않아도 스미듯 알려지게 되죠. 개인적으로도 저는 알려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고, 지금 갖고 있는 자유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요즘 이런 것도 있잖아요. 건물도 멋지게 만들고 문화적인 소양이라든지 문화적인 가치를 보여주면 그것 때문에 그 회사의 가치도 올라가지 않나요?

제가 P&G에 채용 인터뷰 갔을 때 깜짝 놀랐어요. 네덜란드 인(Netherlands Inn)이라는 비싸지 않은 모텔에 저를 재우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나를 뭘로 보길래 이런 데서 재우나' 했죠. 다음 날 인터뷰를 하러 갔더니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도 옛날식이고 라디에이터에서 '치익~' 하고 스팀이 나와요. 그런 데서 인터뷰하고 일을 하더라고요.

 

내실과 성실이 성공의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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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2019년 7월에 발간된 <그로잉 업>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19.12.04]

 

홍성태(이하 생략): 제 주변에서야 엘지생건의 성과를 부러워하고 부회장님에 대해 궁금해하죠. 그런데 제가 2030 청년들 가르치는 일을 하잖아요. 그 친구들은 부회장님도 잘 모르고, 엘지생건을 치약 파는 회사 정도로나 알지 잘 몰라요.

차석용 부회장(이하 생략): 저는 그런 점이 아주 좋아요. 아침이면 신문에 난 업계 소식이 편집되어서 이메일로 와요. 그런데 기사가 가장 많이 나는 회사라고 제일 잘되는 회사는 아니에요.

 

저는 평생 그런 걸 아주 많이 봤습니다. 밖에 알리는 것, 남에게 보이는 걸 신경 쓰는 회사는 내실이 적어요. 왜냐하면 캐파시티(capacity, 역량)를 100이라 볼 때, 굉장히 많은 기업은 120, 적은 기업은 80을 쓰는데, 그 역량을 회사 알리는 데 쓰면 정작 내실에는 못 써요. 내실에 쓰는 기업은 그럴 시간이 없고요.

 

궁극적으로는 내실이 있어야 하고, 내실이 있어서 오래 가면 알리지 않아도 스미듯 알려지게 되죠. 개인적으로도 저는 알려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고, 지금 갖고 있는 자유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요즘 이런 것도 있잖아요. 건물도 멋지게 만들고 문화적인 소양이라든지 문화적인 가치를 보여주면 그것 때문에 그 회사의 가치도 올라가지 않나요?

제가 P&G에 채용 인터뷰 갔을 때 깜짝 놀랐어요. 네덜란드 인(Netherlands Inn)이라는 비싸지 않은 모텔에 저를 재우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나를 뭘로 보길래 이런 데서 재우나' 했죠. 다음 날 인터뷰를 하러 갔더니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도 옛날식이고 라디에이터에서 '치익~' 하고 스팀이 나와요. 그런 데서 인터뷰하고 일을 하더라고요.

 

나중에 회사에 입사해서 왜 그러는지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은 가식이 없어요. 보이는 걸 굉장히 싫어하고, 신문에 기사 나면 야단맞아요. 그런 회사가 지금 180년 가는 거예요.

 

회사는 결국 직원들에게 잘해야 하고, 주주들에게 잘해야 하고, 소비자들에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잘하려면 예산과 리소스의 낭비가 너무 크죠. 그래서 저는 보여지는 데 신경 쓰는 것에는 철학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건 본질에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구성원들에게 전문성 키우라는 말씀 많이 하시잖아요. 전문성이 어떻게 키워져요?

P&G에서는 "여기서 평생 다니다 은퇴하려 생각한다면, 여기는 좋은 직장이 아니다. 빨리 배워서 나가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합니다. 왜냐면 회사 구조가 피라미드이기 때문에 몇몇 사람만 위로 올라가고, 결국은 잘려서 나가니까요. 다 진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있을 동안 빨리 많이 배워서, 다른 데 가서 자리 잡으라고 해요.

 

그리고 다른 회사 간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어디 가냐고 묻고 좋은 데 간다면 가라, 두 번 말을 안 합니다. 탁탁 보냅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나는 여기서 꼭 성공하지 않아도 되고, 여기서 많이 배워 밖에 나가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요.

 

그렇기 때문에 회사 안에서 절대로 비굴하게 하지 않습니다. 비굴하게 구는 건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겁니다. 언짢은 이야기를 들어도 꾹 참고, 비리를 봐도 꾹 참고 '나는 못 봤다' 이러는 건데, P&G에서는 봤으면 봤다고 하고 나는 나간다고 하고 나가요. 저는 엘지생건도 그런 회사가 되면 좋겠어서 구성원들이 배울 수 있는 대로 많이 배우면 좋겠어요.

 

온더잡(on-the-job training, 현장 학습)에서 배우란 말씀이군요.

온더잡에서 배워야죠. 그리고 자기가 찾아서 배워야죠. 일을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찾아서 배운 다음 여기에만 머물지 말고 다른 데 가서도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는 아주 많이 합니다.

 

P&G에서 항상 그랬어요. "너 월급 받으려고 다니려면 다니지 말고, 배우려고 다니려면 다녀라." 이런 말을 저희 보스들이 정말 많이 했어요. 우리 회사도 그런 회사면 좋겠어요.

 

미국에서도 정시퇴근을 장려하는데,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집에 안 갑니다. 배울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집에 안 가죠. 하긴 저도 그랬어요. 저도 미국에 있을 때 새벽 4시에 출근했고, 밤 10시 전에는 퇴근한 적이 없습니다. 왜 10시에 퇴근하냐면, 그때 회사가 문을 닫기 때문이에요. 문을 열고 문을 닫을 때까지 엄청나게 배울 게 많았죠. 지금도 젊은 사람들 중에 욕심 있는 사람들은 일을 찾아서 엄청나게 배웁니다.

 

엘지생건은 직원들이 6시에 퇴근하는 게 일찍이 습관화되어 있던데, 퇴근 후에 임직원들이 뭘 하기를 바라세요? 내 취미 살리고 놀고 편하게 지내면 시간이 흐지부지되잖아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고객가치를 최대한 창출할 수 있는 신제품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것은 과학적인 작업이 아닌 예술가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에게 왜 이런 음악이나 그림을 만들었는지 물어보면 설명을 잘 못하죠. 그저 자기가 좋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은 매우 주관적이고 예술가적인 것이겠죠.

 

우리 회사의 제품 대부분은 이런 예술가적 안목이 매우 중요해요. 이런 안목을 키우기 위해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회사 밖에서 창의적인 시간을 가지라는 겁니다. 회사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과 씨름한다고 해서 이런 안목이 생기지는 않겠죠.

 

업무시간에는 최대한 성과가 나도록 점심 먹을 시간도 잊을 만큼 집중적으로 일하되 업무가 끝나면 일찍 퇴근해서 책도 읽고, 이런저런 방송도 보고, 거리를 다니며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또 무슨 영화를 보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창의적인 안목을 업그레이드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이런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목이 높아지고, 그런 예술가적 안목과 마인드가 모일 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회사를 만들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엘지생건은 예전부터 워라밸을 자연스럽게 맞춰왔잖아요. 워라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현실적이지 않을지 몰라도 저의 바람은 이래요. 직장생활 오래 하다 보면 직장밖에 없어요. 가족이 없어요. 친구도 없고요. 그런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결국 남는 건 가족하고 친구거든요. 가족하고도 시간을 많이 보내서 부모 역할도 하고, 배우자 역할도 하면 좋겠다. 은퇴했을 때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친구가 유지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요즘 스타트업들 많은데 선배 경영자로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이런 것 좀 주의하라든지, 이런 걸 챙겨야 한다거나.

긴 호흡을 가지면 좋겠어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몇백 억원을 투자받았느니 하다가 엑시트(exit)*하고 즐거워 보이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즐겁냐고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곤 해요. 왜 그러냐면 일하는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잖아요. 일은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이기도 하니까요.

* 투자후 출구전략. 투자자의 입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어떤 책에서 보니까 미국 원주민들이 소멸한 이유가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미국 사람들이 대륙을 정복하고 원주민들이 머물 장소를 지어주고 충분한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그게 그들을 멸종시켰다는 거예요. 일을 안 해도 살게 만들었기 때문에 100년도 안 되어서 멸종했다는 거예요.

꿩 잡는 게 매

막연한 질문 할게요. 마케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뭘까요.

제 보스가 이야기해준 건데요. 많이 팔고 돈 많이 버는 게 마케팅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P&G에서는 마케팅에서 상 받아오지 말라고 해요. 상 안 받아와도 좋으니까 물건 많이 팔라고요.

 

조용히 엄청나게 많이 팔리는 광고가 있는가 하면, 광고가 멋져서 미디어에 많이 오르고 상까지 받았는데 제품은 안 팔리는 광고가 있습니다. 그런 마케팅은 빵점짜리라고 생각합니다. 비결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매출이 나고, 이익이 올라가는 마케터가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회사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말수는 별로 없는데 그들이 손대서 비즈니스가 안 된 게 없어요.

 

그분들의 숨겨진 장점은 뭘까요?

내공이 장점이죠. 손을 대서 뭔가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그게 마케터거든요. 그게 사업가고.

 

'생활의 달인' 있잖아요. 그런 사람은 뭐 만들려고 하면 가위를 갖고 와서 착착착 잘라서 붙이니까 물건이 딱 됐는데, 어떤 사람은 자로 가로세로 재고 컴퍼스로 그려서 해도 잘 안 돼요. 이게 차이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느냐, 못해요.

 

언젠가 강의하실 때, 마케팅이 차별화 게임이라고 하신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말씀드린 것이 'different, better, special'이었죠.

 

기존의 것과 달라야(different) 하는 건 분명합니다. 다른 건 사람들이 항상 신선하게 보니까. 넥타이도 두꺼워졌다 얇아졌다가 바지통도 넓어졌다 좁아졌다가 치마 길이도 길어졌다 짧아졌다가, 다른 것들을 추구해야 팔리거든요. 사람들 눈에 달라야 하고.

 

그런데 다르다고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다르면서 더 좋아야(better) 하겠죠. 기존 것보다 좋아야 하거든요. 이 두 가지는 필수요소인 것 같아요. 사업을 하는 데 기존 제품과 뭐가 다르냐, 기존 제품보다 더 좋으냐 이런 것들은 기본이죠.

 

그러다 이제 특별한(special) 관계로 엮이는 거죠. 다르지도 않고 낫지도 않지만 내 배우자이고 내 애인이니까, 즉 특별하니까 계속 같이 사는 것과 같죠. '후' 같은 브랜드가 다른 화장품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2조 원 매출*이 나는 건 아닐 겁니다. 스페셜한 관계로 묶이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걸 자꾸 쓰면서 거기에 익숙해지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것이 나의 화장품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겠죠.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브랜드 파워가 되는 것이고요.

* 관련 기사: 첫 2兆 매출…후의 히스토리, 화장품 역사 됐다 (한국경제, 2018.12.28)

 

벤치마킹하고 싶은 회사가 있으신가요?

화장품 회사 중에서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 같은 곳은 굉장히 벤치마크하고 싶어요. 그런 회사들은 오래되고 굉장히 잘되는 회사인데도 계속 새로운 것들을 낼 수 있는 능력을 잘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오래된 회사나 잘되는 회사들은 대개 배부른 돼지가 되잖아요.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라고 이야기했죠. 'stay foolish'도 크게 공감하는데, 자기가 많이 안다고 생각하면 그다음부터 교만해지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아직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하고, 또한 여전히 배고프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회사가 100년 넘게 저렇게 최고의 위치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내왔고, 그 직원들도 지금의 제품에 상당히 익숙할 텐데, 거기서 또 다르고 더 좋은 제품들을 계속 내는 것을 보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런 데서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가 가장 궁금해요.

 

우리 회사도 가장 걱정인 게 뭐냐면 직원들이 어느 정도 위치에 가면 '우리가 경쟁사보다 낫다, 우리가 더 많이 안다, 나는 그렇게 배고프지 않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에요. 그러면 배고픈 사람에게 지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들이 새로움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을 유지시키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서양식 사고방식으로 굉장히 차갑게 평가해서 'dead wood(죽은 가지)'를 쳐내며 새순을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한국은 그런 기업문화는 아니거든요.

사업은 바둑 9단들의 게임이다

슬기롭게 경영한다는 말이 한마디로 무슨 말일까요?

바둑 9단 되려면 일단 머리가 좋아야 해요. 바둑 두다 보면 1단, 2단은 노력으로 되지만 비상한 머리가 없으면 9단까지 못 갑니다. 사업이 9단 바둑의 세계거든요. 전부 다 세계적인 기업들이에요. 최고 고수인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 두는 거예요. 그래서 똑똑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헤드들이 똑똑해야 경영을 잘하죠.

 

CEO가 의사결정하는 비중이 굉장히 중요한데 제가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 '결국은 결정의 과학'이라는 겁니다. 하루에도 백번 천번 결정을 하는데, 결국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1 아니면 0인 것처럼 리더들도 예스 아니면 노의 결정을 계속해야 하는 거예요. 그걸 매일 비교적 맞게 결정하는 사람과 오늘 30% 덜 맞게 결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이 쌓일수록 결과로 나타나지 않겠어요? 바둑하고 똑같다고 봐요. 한 수 한 수 놓지 않습니까. 그 한 수가 판을 전부 좌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머리 좋으면서 나쁜 사람들이 많잖아요. 머리 좋은 사람들이 나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진짜 나쁜 사람 되거든요. 머리 좋고 정직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기업이 섭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 하는데요. 막상 정말 당연한 그 기준에 맞춰보면 그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CEO가 꽤 많습니다.

 

아툴 가완디(Atul Gawande)라는 인도 의사가 있는데 그 사람은 책을 정직하게 써요. 자기가 정말 믿는 이야기,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데, '좋은 의사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 몇 가지 있다. 환자 보기 전에 손 씻어라. 성실하게 환자 봐라. 정말 헷갈리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라.' 책 한 권 읽으면 그게 메시지의 전부예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훌륭한 의사예요. 이번에 아마존과 버크셔해서웨이, JP모건이 공동 설립한 헬스케어 합작사 '헤이븐(Heaven)'의 CEO로 모셔갔더라고요. 결국 가장 훌륭한 의사가 되는 법이 손 씻어라, 성실해라, 체크리스트 만들어라, 그런 게 정말 진실이라고 봅니다.

 

수술하는 사람이 손 안 씻는 바람에 감염돼서 죽은 환자가 한두 명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성실하지 않아서 사람 죽인 게 한두 명이 아니랍니다. '체크리스트가 왜 필요해? 내 머릿속에 다 있는데' 이런 거죠. 아툴은 그거 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중간 의사는 될 수 있다. 제 생각에는 경영자를 선택할 때의 기준도 그만큼 단순하다는 거죠. 똑똑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

 

제가 하는 이야기도 너무 뻔해서 아무도 책을 안 살 겁니다. 하하.

 

아니 왜요, 그래도 임원들이 좋은 이야기를 실감나게 많이 해주셨어요.

기업처럼 사람의 역량도 거의 비슷하다고 봐요. 100 하고 80 하고 120 이야기했잖아요. 120 정도면 굉장히 파워풀한 겁니다. 80~100을 오가는 사람과 120을 유지하는 사람은 장기적으로 보면 매우 다르죠. 그래서 똑똑한 것도 얘기하는 것이고, 성실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성실해야 한다는 것은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써야 한다는 거죠. 예컨대 회의를 계속 늘어지게 하고서 '다음 보고는 다음 주에 하자'고 하면 일주일 동안 또 기다리잖아요. 그런 것보다 박진감 있게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게 저는 성실한 거라고 봐요.

 

부회장님에게는 일하는 게 즐거움이고 재미인 것 같습니다. 그럼 휴식은 언제 취하세요?

잘 때요, 확 잘 때. 저는 정말 환상적으로 너무 잘 자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