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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7년 12월에 발간된 <창업가의 브랜딩>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본문 내용은 당시 인터뷰 기준이며, 현재는 변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인터뷰이의 소속과 직함은 인터뷰 진행 당시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스타트업에도
우리 브랜드만의 스토리와
콘텐츠가 필요할까?

당연히 그렇다. 스토리와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이야말로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이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아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입소문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타고 확산되므로 무엇보다 효과적인 브랜딩 활동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수한 제품개발과 편리한 서비스 론칭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부의 쓸 만한 콘텐츠를 제대로 발굴하지도, 알리지도 못한 채 묻혀버리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회사를 가장 빨리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창업가의 스토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라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창업자인 엘런 머스크다.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 ⓒUnsplash

그가 가장 먼저 창업한 회사인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 달러(약 2조 원)에 매각한 사업적 성공도 대단한 스토리다. 그러나 이 놀라운 이야기보다도 마블(Marvel Comics)의 히어로 캐릭터인 영화 <아이언 맨>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이야기에 귀가 더 솔깃해진다.*

* 관련 기사: ‘괴짜 아이언맨' 엘런 머스크, 세계 자동차 시장 바꾸다. (서울신문, 2016.4.6)

빠르고 효과적으로 우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리소스가 문제다. 절대 다수의 스타트업은 스토리를 발굴하고 다듬고 알릴 만한 '시간, 돈, 사람'이 충분하지 않다. 스타트업이 최소한의 자원만 들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콘텐츠 생산의 주체를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소비자로 확장한다.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드잇(Greed Eat)이 지금처럼 다양한 F&B 사업을 진행하는 푸드 미디어가 된 데는 무엇보다 월간 3억 뷰 이상을 기록하는 콘텐츠의 힘이 크다. 그리드잇은 콘텐츠를 선별, 제작하는 데 몇 가지 원칙을 두는데, 가장 먼저 타깃이 좋아할 콘텐츠인가를 판단한다.

 

'오늘 뭐 먹지?'가 원하는 타깃은 20대 초반 여성들로 음식에 가장 민감하고 바이럴 영향력도 크다. 그리드잇은 이 타깃을 잡으면 전 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최초로 도입한 것이 페이스북 사용자를 통한 제보 시스템이었다. 다른 페이지들은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불펌'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그리드잇은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많은 가입자들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듯 자신이 먹은 음식을 제보하기 시작했고 그리드잇은 'by ○○님'이라는 표기로 제보자들을 명시하기 시작했다.

 

제보는 빠르게 증가했고 많을 때는 하루 1만 건에 가까운 제보가 들어올 때도 있었다고 한다. 모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양질의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했고, 다른 페이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차별화된 콘텐츠와 빠른 정보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2. 우리가 누구인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스토리나 콘텐츠를 개발하기 앞서,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핵심을 드러내는 브랜드 슬로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실제 브랜드 슬로건을 통해 고객들의 공감을 얻고 명확한 이미지를 구축해가는 스타트업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식권대장'이라고만 하면 확실히 와 닿지 않던 개념이 '밥값 하는 직장인을 위하여'라는 브랜드 슬로건과 함께 쓰이면 '먹거리와 연관된 무언가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8퍼센트의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금융', 다방의 '나쁜 정보가 좋은 방을 구한다', 배민찬의 '모바일 넘버원 반찬가게' 등 슬로건을 통해 브랜드 네임만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업의 정체성과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 물론 브랜드 네임 자체만으로 그러한 성격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면 더욱더 효율적이겠지만.

스타트업의 스토리를 만드는 법

당신도 다음의 조언을 참조해 당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보자. 그 안에 당신이 왜 이 일을 하고자 하는지, 왜 (기존과 다른) 이러한 방식으로 하고자 하는지가 담길 수 있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 우리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무엇인지 바로 알기
  •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기
  •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일을 벌이기
  • 대단해 보이는 남의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일상생활과 연관된 소재 찾기
  • 문제를 해결한 '극복'의 소재를 추가하기
  •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 첫 번째 스토리는 창업자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하기

인터뷰: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패스트트랙아시아(Fast Track Asia)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 회사를 만드는 회사다. 특히 의식주와 관련된 사업 아이템을 찾아 자회사를 집중 설립한다. 패스트트랙아시아 창업은 2012년, 티켓몬스터의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당시 유일한 엔젤투자자였던 노정석 대표, 티몬에 투자한 한국의 스톤브릿지캐피털과 미국의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가 시작했다.

 

박지웅 대표는 스톤브릿지캐피털의 심사역으로 무수한 반대를 물리치고 티몬 투자를 결정해 1년여 만에 '티몬 3000억 빅딜' 성공신화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다. 그때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티몬과 같은 케이스가 더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만든 회사가 패스트트랙아시아다. 박지웅 대표는 이곳에서 투자와 사업을 절반씩 담당하고 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우승우, 차상우(이하 생략): 대표님은 계속 투자자의 길을 걸어왔는데, 사업가에 대한 니즈가 있었나요?

박지웅(이하 생략): 투자자는 조연이기도 하고 사실 별로 하는 일이 없어요. 초기단계 리스크, 돈을 투자한다는 것 외에는 전부 창업가의 일이거든요. 게다가 내가 의사결정하는 게 아니라 회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돈이잖아요. 그래서 다음에 뭔가 하게 되면 수동적인 투자가 아닌 다른 것을 해보자는 니즈가 컸죠.

 

실제 해보니 어떠세요? 힘든 포인트나 재미있는 포인트가 다를 것 같아요.

지금까지 느끼기엔 창업이 10배 이상 힘든데, 창업 쪽이 100배 이상 더 재미있다고 봐요. 시작해서 5년 정도 됐는데 수동적인 투자자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사업이 힘들지만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부분과 조직에 대한 부분이 궁금해요. 지금 6개의 회사를 하고 계신 거죠. 네이밍, 회사명을 짓는 방식이나 체계에 대한 기준이 있나요?

사실 대단한 생각을 갖고 회사명을 정하진 않았어요. 그냥 이건 내가 직접 해야겠다면 가급적 '패스트'란 것을 붙여서 구분할 수 있게끔 하고, 아닌 경우에는 개별 회사 대표들이 회사명을 정하거든요. 회사명에 어떤 철학이나 기준점을 두진 않아요. 회사명도 중요하긴 한데 그걸 저희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대신 저희가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 회사를 설명하는 한 줄 혹은 한 문단의 스토리예요. 이 회사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왜 시작되었고, 한 줄로 설명하면 무엇인가는 경영진에게도 직원에게도 중요하고, 잠재적 가능성이 되어줄 구직자들에게도 중요하고 투자자에게도 당연히 중요하고, 고객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어떤 점이 힘드세요? 신사업이든, 사람이든?

대개 사업은 한 사람이 하나를 하잖아요. 압축적으로 5년 동안 6개를 하다 보니 경험이 제곱으로 늘어나요. 대부분 커버 가능한 영역이긴 한데, 큰 딜레마는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것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다르다는 거예요.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잖아요. 좋은 경영자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아닌 걸 택해야 할 때가 너무 많아요. 파트너사가 해결할 수 있는 건 안 올라와요. 이 말은 곧 가장 어렵거나 답이 없거나 나쁜 선택을 해야 할 것들만 올라온다는 거죠. 그런 것들만 올라오다 보니 좋은 경영자와 좋은 사람, 양립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인지하게 됐죠.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정의가 궁금합니다.

특성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모든 포커스가 '성장'에 맞춰진다는 게 유일한 특성 같아요. 때로는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든지, 매년 5%씩 성장할 수 있는데 지금 자본으로는 안 되니까 20%씩 성장하기 위해 외부자본을 끌어온다든지,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폭의 성장이나 안정적인 수익성 등의 키워드와는 정 반대편에 있는,

단순한 성장보다는
초고속성장을 추구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거죠

네이버 사이트의 회사건 작은 기업이건 팀으로 시작했건, 어떤 조직이나 회사의 형태를 의미한다기보다는 그러한 지향점이나 특징을 가진 DNA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회사들도 성장률의 한계를 맞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경우에는 스타트업이라 하기 어려울까요?

기업의 현상태(status)를 놓고, 즉 성장세나 매출이익을 놓고 이 회사는 스타트업이다 아니다 판정하긴 좀 어렵죠. 경제학적으로 볼 때 한전은 계속 배당을 하니까 이걸 통해 성장할 생각이 많지 않다는 것이고, 구글은 한 번도 배당하지 않았거든요. 남는 돈을 다 투자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죠.

 

현상태를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숫자로 표현할 수 있고 없고)을 떠나서 뭔가 지금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경영진이나 조직, 주주, 회사, 회사 내부 사람들의 총합이 그런 성향을 띠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거나, 아니면 되게 조직이 큰데 스타트업처럼 움직인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두 개는 비슷한 거 같아요.

 

대표님에게도 브랜드가 중요한가요? 파트너사와 브랜드의 중요성도 이야기하나요?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할 때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첫 번째는 저희가 원래 시작할 때는 소위 '버티컬 인커머스(vertical incommerce)'로 시작했고 두 번째로 나왔던 게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오프라인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이었고, 그다음 생각한 게 여기에 제조시설 등 생산기반을 갖추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계해서 제공하는 것을 브랜드라고 파트너사 대표들에게 설명했어요.

 

푸드플라이(Foodfly)를 하건 스트라입스(Stripes)이건 우리는 서비스라고 말하죠. 사용자가 받게 되는 최종 형태나 제품에서 작게는 조그만 포장, 원단, 제조방식까지에 우리가 생각하는 바가 전체적으로 맞춤화되어 있는 거죠. 우리가 브랜드 사업자가 되어야 하는 거니까 우리 회사들이 신경 써야 하는 건 기존과 다른 거라고 말하죠.

 

가령 푸드플라이를 마켓플레이스라 설명하면,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식을 잘못 만든 건 마켓플레이스 사업자가 보기에 우리 탓은 아니거든요. 식당 잘못이죠. 우린 연결만 하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이걸 브랜드 사업자라 생각한다면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제품부터 상호작용하며 설계해야 해요. 그렇게 설계가 되면 그건 자연스럽게 고객에게도 인식돼 '어떤 음식점에서 주문했어'가 아니라 '푸드플라이에서 주문했어'라고 말하는 시점이 언젠가 올 거라는 거죠.

 

만일 이미 그렇게 인식되고 있다면 서비스가 많이 퍼져서이건 아니면 우리 사업적 특성 때문이건 상관없이 이미 브랜드 사업자가 되는 거고, 그 순간부터 우리를 둘러싼 포장지와 알맹이에 대해 우리 생각이 있어야 한다, 기준이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3년 전부터 저희가 만드는 건 저희가 거의 다 컨트롤해요. 그런 형태의 회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기존의 회사들도 영향을 받아서 바뀌어가고요. 사업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사업자가 진화된 방향이라고 생각하면서 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스타트업 선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아직 안 하신 분들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러한 특성을 가진 조직을 만들든지 거기서 일하든지 그런 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다음 세기의 사람들을 위한 학교라고 생각해요.

 

이미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사실은 굉장히 상투적인 응원 말고는 제가 조언할 수가 없어요. 스타트업이라 불리는 카테고리에서 창업해서 사업하는 분들이나 떡볶이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 모두 내 리스크를 걸고 내가 생각하는 뭔가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은 똑같거든요.

 

대부분 창업을 하고 나면 떡볶이집이나 김밥집 사장님이 대단해 보여요. 이게 조금 먼저 했다고 해서 조언 같은 걸 할 입장은 전혀 아닌 것 같고요. 창업이란 경험 자체는 잘되건 안 되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좋은 경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