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티스트, 21세기 가장 섹시한 직업

Editor's comment
이 글은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닌 저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저는 현재 링크드인의 그로스 데이터 사이언스(Growth Data Science)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링크드인으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늘리고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프로덕트 데이터 사이언스를 담당하고 있지요.

 

웹 프로덕트를 만드는 큰 테크 회사에는 보통 기능별로 프로덕트팀이 하나씩 있는데요. 예를 들어 링크드인에는 뉴스 피드를 담당하는 피드 프로덕트팀, 회원 가입을 담당하는 온보딩 프로덕트팀, 메시징 기능을 담당하는 메시징 프로덕트팀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나누어진 프로덕트팀마다 1~2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과 팀(cross-functional team)을 이루어 일합니다. 이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해당 프로덕트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프로덕트 개발과 개선 시에 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나눠볼 수 있습니다.

  • 프로덕트팀의 평가 지표 정의 및 지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대시보드 개발
  • 새로운 제품 개발 전 데이터 분석으로 지표에 대한 임팩트 평가
  • A·B 테스팅을 정확하게 실행하기 위한 실험 계획 고안
  • 팀의 장기 전략을 위한 데이터 분석
  • 새로운 제품에 들어갈 수 있는 머신러닝 모델 개발

테크 회사에서 프로덕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어떻게 프로덕트를 잘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프로덕트의 주인이 되는 동시에, 데이터에 집중하여 프로덕트팀에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사하기 전에 생각했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책상 앞에서 데이터만 분석하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입사 며칠 만에 이 상상이 얼마나 단순하고 순진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여러 직무의 사람들과 함께 협업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다이내믹한 환경이었거든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직종입니다.

링크드인과 페이스북에서 데이터 팀을 이끌던 디제이 파틸(DJ Patil) 과 제프 해머바커(Jeff Hammerbacher)가 본인들의 일을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고안한 말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였습니다. 디제이 파틸은 2012년경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21세기의 가장 각광받을 직업(Data Scientist: The Sexiest Job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글을 써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그 중요성을 널리 알렸죠.*
* 관련 기사: 빅데이터 조직과 시스템(6) (CIO korea 2019.3.25)

테크 산업에서 처음 고안되었지만, 현재는 금융, 소비재, 헬스케어,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주목받는 직업입니다. 물론 이 이름이 등장하기 전에도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은 존재했지만, 조금 더 큰 규모의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타이틀이라고 보면 됩니다.

즉, 데이터를 이용해 인사이트를 만들고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이를 잘 전달하는 것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일입니다. 상당히 모호하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이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데이터 분석을 쉽게 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데이터 엔지니어
• 데이터를 분석하고 알맞은 시각화나 스토리텔링으로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데이터 애널리스트·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전문가
• 알고리즘과 통계적인 기법을 이용해 인사이트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예측을 하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이 중 한 개 이상의 일을 하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묶어서 부르기도 합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는 보통 통계, 컴퓨터, 경영·전문 분야 지식 세 분야의 스킬이 모두 요구되는데요.*
* 관련 기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갖춰야 할 8가지 역량 ① (매일경제, 2017.7.18)

Skill set for data science (출처: Towards data science / 그래픽: 퍼블리)하지만 세 분야를 다 잘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보통은 한 분야를 잘하는 사람이 다른 두 분야의 지식을 보완하여 일하거나, 일하면서 나머지 분야를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전공이 없는 만큼 진입하는 사람들의 배경도 다양합니다. 저희 팀에는 물리학, 통계학, 화학공학, 경영, 수학 등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공통된 분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함께 일합니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래밍 스킬이 아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제가 간절히 원하던 꿈의 타이틀이었지만, 막상 이직 기회가 왔을 때는 아주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컨설팅 회사에서 데이터 애널리틱스 컨설턴트로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으니까요.

 

토종 한국인 출신이라 영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저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서 '영어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싶었습니다. 동료 컨설턴트들은 언변이 아주 화려했고 자기 일을 잘 셀링하는 데다 네트워킹도 자연스러웠어요. 저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훨씬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진 것처럼 보였죠.

 

테크 회사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면 실리콘 밸리의 천재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테크니컬한 스킬을 배울 수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누구에게 배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입사 4년 차에 가까운 지금 돌아보면, 컨설팅 회사에서 이직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을 만큼 이곳에서도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 관련 기사: IT 직원의 '소프트 스킬'을 육성하는 방법 (CIO korea 2019.7.25)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면서도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많이 필요했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테크니컬 스킬만큼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수였거든요.

 

특히 비엔지니어 출신 파트너나 임원들에게 분석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분석이 뜻하는 바를 비즈니스 컨텍스트에 맞게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스킬'이 정말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분석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기본적인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는 미묘한 뉘앙스가 많이 필요한데, 어느 정도의 디테일을 어떤 어조로 전달할지까지 여러 가지 고민을 거쳐야 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전에는 복잡한 데이터 분석 테크닉이나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가장 어려울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하지만 가장 어렵고 중요한 부분은 '이 분석을 어떻게 전달하는가' 였습니다. 입사 후 처음 제 손으로 한 분석을 이메일로 전달했을 때, 매니저가 저를 붙잡고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나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지만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파트너들은 하나도 못 알아들을 거야. 다시 한번 잘 정리해봐.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좌절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저의 첫 데이터 사이언스 매니저가 솔직한 조언과 다양한 코칭을 해주었고, 주변 동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차차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분석 방법이나 결과물을 전달할 때 팀 동료들에게 리뷰를 많이 요청했습니다. '나는 이런 분석 방식을 생각하는데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분석 결과는 이렇게 전달하면 어때? 어떤 파트너를 상대로 언제까지 발표할 예정인데 혹시 내 슬라이드 좀 리뷰해 줄 수 있겠어?' 등등 매니저와 동료들을 많이 귀찮게 했어요.

 

하지만 모두 흔쾌히 도움을 주었고 제가 했던 분석 내용이나 전달 방식에 대해 직접적으로 코칭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동료들의 프로젝트를 최대한 참고하면서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리뷰 미팅에도 참여했고요.

 

가장 도움이 되었던 훈련법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분석 전 다양한 분석 방법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분석 결과를 전달할 때 모든 부분, 즉 그래프부터 키포인트 및 단어 선택까지 끊임없이 읽는 이의 입장에서 고민한 것이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주니어 컨설턴트로 일할 때는 뚜렷이 짜인 범위 안에서 주어진 업무를 하고, 해당 사항을 발표하면 끝이었어요. 반면 프로덕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한다는 것은 다양한 직무 담당자가 섞여 있는 정글에 던져진 느낌이었죠. 하지만 다양한 배경의 동료들과 일했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의 테크니컬 스킬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스킬, 나아가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방법까지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종일 자리를 지키는 직원 vs 임팩트를 내는 직원

잘 알려졌다시피, 테크 회사는 직원을 위한 복지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직원들이 최대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데, 그중 하나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흔한 테크 회사의 점심 디저트 ⓒ노은지제가 다니는 회사는 7시에 저녁 식사가 나오는데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열심히 일하라고 저녁도 공짜로 주는데, 왠지 이걸 먹고 저녁까지 일해야 하나' 하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저녁도 먹고, 매니저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일 열심히 하는 직원'으로 보일 것 같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피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과 팀 내에서 인정받는 것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아무리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도, 제 매니저는 그것으로 저를 평가하지 않았어요.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는 '무모한 성실성' 보다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임팩트'가 중요했습니다.

 

특히 테크 산업 분야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출퇴근하는 시간도 자유롭고, 집에서 일하거나 다른 오피스에서 일하는 부분도 (팀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지만) 굉장히 유연합니다. 입사 첫 달에 어느 엔지니어가 올린 공지를 보고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제 베개를 바꿨더니 목이 불편해서 잠을 못 잤어. 조금 더 자고 12시쯤 일어나서 일할게, 집에서.

베개를 바꿔서 회사에 못 나온다니! 30년을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하신 저희 아빠 같은 분이 듣는다면 정말 기가 찰 멘트였습니다.

 

대부분의 테크 회사는 직원이 가장 생산성 높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자율성을 보장합니다.*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정시 출근을 하는 것이 일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여기는 거죠. 어디서, 어떻게 일을 했는지보다 얼마나 좋은 퀄리티의 결과를 보여주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 관련 기사: 회사가 방해하지 않을수록 직원들은 더 놀라운 일을 해낸다 (한국경제, 2018.10.09)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하지만 이런 자율성이 마냥 달콤하지는 않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는 곧바로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본인이 한 일이 팀의 성공과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평가의 기준이 되는 임팩트의 정의는 팀마다 구체적인 지침으로 짜여 있는데요. 제가 속한 팀을 예로 들자면, 제가 담당한 프로젝트로 인해 회사가 중요시하는 지표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정량적), 프로덕트의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는지(정성적) 등으로 정의됩니다.

 

프로젝트를 고안할 때 이러한 기준에 따라 어떻게 임팩트를 낼 수 있을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원뿐만 아니라 매니저 역시 적극적으로 팀원을 도와 팀 전체가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프로젝트도, 커리어 플랜도 욕심껏

한국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친구가 휴가를 보내러 왔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요. 제가 무척 놀랐던 점이 있었어요. 일정 시점에 이를 때까지는 N 연차가 되면 당연히 다음 레벨로 승진하고, 개인의 성과와 상관없이 같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미국의 테크 회사에서는 개인이 얼마나 큰 임팩트를 불러오느냐에 따라 승진 속도도, 금전적인 보상도 아주 다릅니다. 기여도가 클수록 더 높은 타이틀을 주고, 높은 기대를 받죠. 연봉과 보너스도 직원 개인의 임팩트와 회사의 실적을 조합해 매년 다시 책정됩니다. 연봉은 일정한 상승 폭이 정해져 있지만, 주식이나 현금 보너스의 경우 전적으로 본인의 성과에 달려있기 때문에 같은 연차라도 수입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성과가 금전적인 보상과 높은 타이틀로 직결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더 큰 임팩트를 위해 일합니다. 일을 많이 하는 척하지 않고 팀과 회사의 성공을 위해, 진정한 임팩트를 가져오기 위해 많이 고민하죠.
본인의 임팩트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커리어 개발에 중요합니다

지금도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저의 임팩트를 효과적으로, 또 널리 전달하는 일인데요. '겸손이 미덕'이라고 배워온 토종 한국인인 제게 임팩트를 알리고 자랑하는 일은 왠지 부끄럽고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팀과 회사에 중요한 목표를 찾아 제 프로젝트와 연결하고, 그 결과물을 널리 알리는 것이 프로젝트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많이 고민하지만, 모두가 전속력으로 성공만을 위해 달리는 건 아니에요. 본인의 철학에 따라 조금 느긋하게 커리어 플랜을 진행하는 사람도 있고, 주변에서 그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경우 매니저에게 자신의 목표와 커리어 플랜을 정확히 전달하고, 매니저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후 그에 알맞은 프로젝트를 할당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족 계획 등 개인적인 플랜과 장기적인 커리어 플랜을 깊이 고민하고, 언제 풀스피드로 달려야 할지 아는 일이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실리콘 밸리 사람들은 회사 밖에서 어떤 생활을 즐기며 사는지, 캘리포니아의 일상을 다루는 챕터11에서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