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효율을 높이는 시작

이해진은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팀이 설계한 시스템이 아니라 서비스 개발자, 기획자 중심의 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전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일률적 인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개발, 디자인 직군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네이버는 가장 먼저 '팀제'를 폐지했다. 관리 중심 팀제를 버림으로써 빠른 의사결정과 독립적인 업무를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기존에는 최하위 조직인 '팀'에서 보고를 올리면 '실'과 '랩'에서 검토한 뒤 '센터'를 통해 '본부'로 전달되어 최종적으로 'CEO'에게 올라가는 의사결정구조를 거쳤다. 이는 전형적인 대기업식 구조였다.

팀제가 없어지자 자연스럽게 팀장이라는 직책도 없어졌다. 다만 실장, 센터장 등은 그대로 두었다. 이전까지는 팀장이 팀원을 통솔해왔는데 관리자들이 부담을 덜면서 실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본부 직속의 '셀(Cell)'이라는 신규 조직도 만들었다. 교세라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의 '아메바 경영*'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 전체 조직을 아메바처럼 잘게 나눈 뒤, 각 아메바 조직이 독립적으로 예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 회사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 경영 방식이다.


셀은 실과 랩, 센터 등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했다. 독립 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셀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구성원이 모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셀은 '사내 벤처'라 불리기도 한다.

 

셀의 책임자를 '리더'라 부르는데, 각 셀의 리더가 보고하면 본부에서 검토한 뒤 바로 CEO에게 올라간다.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화되자 과거에는 반년 이상 걸렸던 서비스 출시 기간이 1.5~3개월로 단축됐다.

당시 네이버는 웹툰과 웹소설, 동영상, 사전, 클라우드 등 6개의 셀 조직을 꾸렸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글로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조직들을 팀제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변화의 목적은 단연 속도였다. 당시 네이버 대표 김상헌이 조직 개편에 앞서 직원들에게 전한 메시지도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