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을 느껴라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6월에 발간된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이해진은 오사카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대지진의 여파는 진앙에서 한참 먼 오사카마저 뒤흔들었다. 눈앞에 있는 빌딩이 흔들릴 정도였다. 이해진은 당시 '꼼짝없이 죽는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지진을 겪고 난 이해진은 일본에 상주하는 임직원들의 안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고 일본에 남아 있는 한국 직원들이 자택에서 대기하며 회사와 편리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해서 생각해낸 서비스가 바로 메신저였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때는 스마트폰이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앱과 메신저 앱이 태동하던 때였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전화 통화보다 인터넷 기반 SNS가 상대적으로 잘 작동된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일본인들은 얼굴도 모르는 다수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SNS보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에 대한 니즈가 더 컸다.

이해진과 네이버 임직원들은 곧바로 메신저 서비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라인'이다. 2011년 4월부터 서비스 기획에 들어가 불과 2개월 만에 완성되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메신저를 출시했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임직원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이 나라에서 10년 넘게 인터넷 서비스를 해왔는데 일본 네티즌들은 왜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을까?

실패를 인정한 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해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이자카야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에게 라인을 설치해달라고 읍소했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맨땅에 헤딩하기'는 계속되었고, 라인을 설치한 고객들에게는 꼭 재방문해 불편한 점을 알려달라고 했다.

 

네이버 직원들의 '들이대기'에 당황스러워하던 일본인들은 차츰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연락처 교환 기능이 간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들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곧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졌고, 라인은 차츰 '일본인에게 적합한' 메신저로 변화해가기 시작했다.

성공하는 서비스에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절박함도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