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극성맞아도 되는 우리 쌀 그리고 식문화

일본에 가면 아코메야*라는 쌀을 테마로 한 편집매장이 있다. 우리보다 먼저 쌀 시장의 한계에 맞닥뜨린 일본이 내놓은 타계책이 집약된 공간이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단립종의 쌀을 주식으로 하는데, 아코메야는 우선 쌀 품질 자체에 비중을 둔다. 지역별로 대표 산지와 품종을 정해 계약 재배 등을 통해 관리하고, 찰기와 경도를 기준으로 산지별 쌀의 특징을 분류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가장 보편적인 특징을 가진 쌀을 아코메야라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해 소비자 스스로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쌀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연계해서 판매하기도 한다. 나아가 밥 짓는 도구와 농경문화와 결합된 수공예품까지 구비해 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산지로 확장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치밀한 전략에 일본 소비자는 물론이고 한국 소비자까지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에도 이런 매장이 있기를 바라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우리는 이제 겨우 밥맛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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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나 커피 애호가들이 유난스러울 정도로 포도나 커피 품종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 것이 아니라는, 그래서 잘 모른다는' 자각이 근저에 깔려 있어서다. 지적 호기심은 본래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발현된다.

 

이제껏 한국 쌀은 오히려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한국인은 평생을 매일같이 밥을 먹는다. 그래서 스스로 쌀과 밥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며 어떤 경우든 한국 쌀은 평균 이상의 품질이 보장된다고 믿었다.

 

이것은 착각이며 심각한 인지 부조화다. 와인과 커피에 대해서는 품종과 산지를 꿰고 있는 사람에게 쌀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지면 말문이 막힌다. 심지어 이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