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의 토종 크리에이티브

우리의 내장과 치아, 우리의 문화, 식탁은 쌀과 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린 <먹는 게 예술이다. 쌀> 프로젝트는 여느 토종 쌀 전시가 아니었다. 농부가 지켜낸 볍씨, 예술가의 창의적 발상, 요리사가 지어낸 쌀밥이 어우러져 서사가 충만한 '쌀'을 우리 몸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문화적 순환의 첫술이었다.

2017년 10월 <먹는 게 예술이다. 쌀> 프로젝트가 열린 통의동 보안여관 ⓒ이경옥

1914년 조선총독부 식산국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반도에서 조사된 토종 벼 품종은 1451종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토종 벼는 우리 땅에서 강압적으로 밀려났다.

 

1940년대 군량미 보급을 위해 전체 재배 면적의 90%에 일본 품종을 심었고, 1960년대 중앙정보부는 '식량 자급'이라는 단 한 가지 목표에 부합하도록 통일벼, 유신벼 등의 개량에 집중하며 다양성을 포기해버렸다.

 

보안여관은 이러한 식민지 정책이나 국지적인 벼 재배 환경 연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최성우 대표는 기업화된 농업과 음식이 단절시킨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할 실마리를 밥상에서 찾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새까만 까락이 흩날리는 토종 벼의 멋에 흠뻑 취했다. 오늘날 사회·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대상, 타고난 조형미를 풍기는 탐미적 대상으로 토종 벼를 이야기하게 된 이유다.

 

2016년 늦봄부터 예술가, 토종 벼 재배 농부, 도시 농부, 요리사, 연구가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모여 10차례 스터디를 진행했다. 쌀에 대한 강연을 열고, 농장을 방문해 직접 모내기하고, 15개 품종의 토종 쌀 테이스팅 워크숍을 열고, 전국 토종 벼 생산지를 찾아가 다품종 소량 생산의 토종 벼를 놓지 않는 소농들의 태도를 들여다봤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풍토, 시간, 사람'이라는
열쇳말을 찾아냈다

이를 주제 삼아 <흔들리며 서서; 교감식물> 전시를 열었다. 전시 기간 동안 좌담, 테이스팅 워크숍, 팝업 스토어, 마켓 등 맛과 멋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