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1%의 토종 크리에이티브
우리의 내장과 치아, 우리의 문화, 식탁은 쌀과 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린 <먹는 게 예술이다. 쌀> 프로젝트는 여느 토종 쌀 전시가 아니었다. 농부가 지켜낸 볍씨, 예술가의 창의적 발상, 요리사가 지어낸 쌀밥이 어우러져 서사가 충만한 '쌀'을 우리 몸으로 다시 받아들이는 문화적 순환의 첫술이었다.
1914년 조선총독부 식산국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반도에서 조사된 토종 벼 품종은 1451종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토종 벼는 우리 땅에서 강압적으로 밀려났다.
1940년대 군량미 보급을 위해 전체 재배 면적의 90%에 일본 품종을 심었고, 1960년대 중앙정보부는 '식량 자급'이라는 단 한 가지 목표에 부합하도록 통일벼, 유신벼 등의 개량에 집중하며 다양성을 포기해버렸다.
보안여관은 이러한 식민지 정책이나 국지적인 벼 재배 환경 연구에만 머물지 않았다. 최성우 대표는 기업화된 농업과 음식이 단절시킨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할 실마리를 밥상에서 찾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새까만 까락이 흩날리는 토종 벼의 멋에 흠뻑 취했다. 오늘날 사회·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대상, 타고난 조형미를 풍기는 탐미적 대상으로 토종 벼를 이야기하게 된 이유다.
2016년 늦봄부터 예술가, 토종 벼 재배 농부, 도시 농부, 요리사, 연구가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모여 10차례 스터디를 진행했다. 쌀에 대한 강연을 열고, 농장을 방문해 직접 모내기하고, 15개 품종의 토종 쌀 테이스팅 워크숍을 열고, 전국 토종 벼 생산지를 찾아가 다품종 소량 생산의 토종 벼를 놓지 않는 소농들의 태도를 들여다봤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풍토, 시간, 사람'이라는
열쇳말을 찾아냈다
이를 주제 삼아 <흔들리며 서서; 교감식물> 전시를 열었다. 전시 기간 동안 좌담, 테이스팅 워크숍, 팝업 스토어, 마켓 등 맛과 멋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