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서비스 비즈니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입니다.
통신사에서 일하기 전,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 대다수가 자동차 외형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에는 3D 도구, 클레이로 자동차 형태를 만드는 디자이너 외에도 여러 종류의 디자이너가 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동차를 디자인한다.
나는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 중에서도 '서비스'를 디자인했다. 여기서 서비스란 차량에 대한 상품 정보를 얻는 온라인 채널, 차량을 만져보고 오감으로 성능을 체험하는 시승, 모터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체험형 쇼룸, 마지막으로 일상 속 차량 관리를 포괄한다.
서비스 디자이너의 역할은 제품을 통해 벌어지는 모든 상황 안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체감하도록 경험을 꿰는 것이다. 네 가지 채널에서 고객이 경험하는 동시다발적 상호작용은 브랜드에 대한 인식(Brand Perception)을 형성하고 구매 의사를 좌우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상이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기준으로 네 가지 요소를 관리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하나의 브랜드에 얽힌 경험이다. 코카콜라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든, 편의점에서 마시든, 1.5L 페트병으로 마시든, 캔으로 마시든 고객에게는 그저 '코카콜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니오(NIO)는 도심 곳곳에 니오 하우스(NIO House)를 운영한다. 니오 하우스는 자동차만을 전시하는 쇼룸이나 단순한 A/S 센터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라운지를 지향하는 멤버십 공간*이다. 회의실, 도서관, 카페, 전문 교사가 상주하는 유치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니오에서 근무하는 타오딩(Tao Ding)은 "니오는 베이징, 선전에 이어 연말까지 중국 전역에 스무 개의 니오 하우스를 오픈할 예정"이라 말했다.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서비스 비즈니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입니다.
통신사에서 일하기 전,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 대다수가 자동차 외형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자동차 회사에는 3D 도구, 클레이로 자동차 형태를 만드는 디자이너 외에도 여러 종류의 디자이너가 있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자동차를 디자인한다.
나는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 중에서도 '서비스'를 디자인했다. 여기서 서비스란 차량에 대한 상품 정보를 얻는 온라인 채널, 차량을 만져보고 오감으로 성능을 체험하는 시승, 모터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체험형 쇼룸, 마지막으로 일상 속 차량 관리를 포괄한다.
서비스 디자이너의 역할은 제품을 통해 벌어지는 모든 상황 안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체감하도록 경험을 꿰는 것이다. 네 가지 채널에서 고객이 경험하는 동시다발적 상호작용은 브랜드에 대한 인식(Brand Perception)을 형성하고 구매 의사를 좌우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상이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기준으로 네 가지 요소를 관리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하나의 브랜드에 얽힌 경험이다. 코카콜라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든, 편의점에서 마시든, 1.5L 페트병으로 마시든, 캔으로 마시든 고객에게는 그저 '코카콜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스타트업 니오(NIO)는 도심 곳곳에 니오 하우스(NIO House)를 운영한다. 니오 하우스는 자동차만을 전시하는 쇼룸이나 단순한 A/S 센터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라운지를 지향하는 멤버십 공간*이다. 회의실, 도서관, 카페, 전문 교사가 상주하는 유치원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니오에서 근무하는 타오딩(Tao Ding)은 "니오는 베이징, 선전에 이어 연말까지 중국 전역에 스무 개의 니오 하우스를 오픈할 예정"이라 말했다.
* 차량 구매 시 제공받는 멤버십 포인트로만 이용할 수 있으며, 포인트를 추가로 얻기 위해서는 니오 공식 계정의 뉴스를 SNS에 공유하거나 친구에게 추천해야 한다. 차량 구매 고객이 아닌 경우 투어를 신청해 방문할 수 있다.
심도 높은 고객경험 디자인을 위해서는 브랜드, 상품, 서비스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세 명의 선수가 팀을 이루어 함께 달리는 쇼트트랙 팀 추월 경기처럼, 어느 하나만 잘 돼서는 시장에서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고객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결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기업이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카드가 선구자 격이다. 금융회사로서는 처음으로 디자인, 여행, 요리, 음악을 아우르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시리즈를 선보였다. 라이브러리가 성공적인 반응을 얻자 서울우유, 이디야 등 식음료 기업도 복합문화공간 사업에 뛰어들었다.
* ©Hyundai Card/Instagram
이 흐름은 자동차, IT, 리테일, 교육까지 뻗어 나갔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기업 수에 비해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며 대부분 고객의 삶을 겉돌다 사라진다.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로 인기를 얻은 아이리버 역시 음악과 패션, 커피를 함께 즐기는 스트라디움(STRADEUM)을 열었다. 스트라디움은 고품질 음원 출력 하드웨어인 아스텔앤컨(Astell&Kern)의 판매를 증진하기 위한 공간이자, 음악을 밀도있게 경험하는 장소로 포지셔닝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1년 5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왜 어떤 라이프스타일 공간은 살아남고, 또 살아남지 못할까?
표준화된 상품을 만들며 세계 곳곳에서 삶에 녹아든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동안
국경을 초월해
단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리저브(취향에 따른 원두, 추출방법 맞춤형 추천), 커피 세미나(매장 단위로 단골과 커피를 음미하는 방법 교육), 애플은 애플뮤직(선호 아티스트, 장르 기반 음악추천), iCloud(클라우드서비스), 앱스토어 등 서비스업으로 비즈니스 비중을 17.9퍼센트까지 확장했다.*
* 관련 기사: APPLE EARNINGS Q3 2018 (AVORY&CO, 2018.8.1)
단골이 늘면 팬덤이 형성되고, 팬덤이 형성되는 순간 브랜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매장 안에 체류하는 것만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것은 서비스 디자이너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이자 꿈이다.
무지는 2001년 자동차 'MUJI Car 1000'를 만들고 판매했다.* 1000대 한정으로 생산한 이 자동차는 닛산(NISSAN)의 모델인 March(해외판매명: Micra)를 플랫폼으로 활용했고, 홈페이지를 판매 채널로 이용했다.
* 관련 기사: Nissan Once Made An Unbranded Generic Car (GIZMODO, 2018.5.23)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브랜드 로고가 없는 자동차. 당시로서는 전례없는 모험이었지만 판매는 흥행했다. 가격은 91만 엔(한화 990만 원, 2001년 1월 한국은행 환율 기준)으로 March 보다 2만엔 저렴했다. 범퍼, 사이드미러, 문손잡이 도색 공정을 생략하고 꼭 필요한 것만 남긴 덕분이다.
무지가 자동차를 만들기 전, '로고'를 빼고 자동차를 말할 수는 없었다. 무모하게 보였던 이 도전은 브랜드가 사라지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 여겨지던 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그때부터 무지는 내게 사심이 잔뜩 섞인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무인양품의 첫 번째 호텔
무지가 서비스 디자이너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업을 정의하는 방식과 영속성에 있다. 무인(無印: 도장이 찍혀있지 않은, 즉 브랜드 마크가 없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 양품(良品: 좋은 제품)이라는 이름이 곧 그들에 대한 정의이다.
무지의 사업 범위는 의·식·주를 넘나든다.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을 판매하고, 공간을 삶의 패턴에 맞게 꾸미는 인테리어 컨설팅을 한다. 일부 매장에서는 집을 살 수도 있다.* 무지는 이 모든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 관련 글: 맥락은 확산을 위한 설계다 (맥락을 팔아라 - Book curated by PUBLY, 2018.9)
하지만 호텔 비즈니스는 의·식·주를 포괄할 뿐만 아니라 제조판매업이 아닌 임대업이다. 동시에 제한된 시간 동안 물건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과 달리 24시간 내내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응해야 하는 서비스업이기도 하다. '가지 않은 길'을 걷는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무지가 이름을 내걸고 처음으로 시작한 호텔 비즈니스라면 인적자원을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 선정하는 것이 마땅해 보였다. 무지는 2014년부터 중국 비즈니스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상하이와 청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그러나 무지 호텔(MUJI HOTEL)이
선택한 곳은 선전이었다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도시이다. 길 위에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이 다니며, 위챗(WeChat)을 서비스하는 텐센트(Tencent)가 태동했다. 선전의 빌딩 숲을 지나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평일 오후 2시 30분. 짐을 내려주는 직원 대신 로비에 두 명의 호텔리어가 있었다.
체크인하며 "무지 호텔을 보기 위해 선전에 왔다"고 말하자, 호텔리어는 내게 투어를 제안했다. 다섯 개 타입의 방을 둘러보고 내가 묵을 공간을 직접 정할 수 있는 것이다. 투어는 신청자가 있을 경우 오후 4시경에 약 1시간 코스로 슈퍼바이저가 진행하는 무지 호텔 공식 프로그램이다. 놀랍게도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투어를 기다리며 로비를 둘러보았다. 처음 들어섰을 때 마주친 건 5.5미터 높이로 탁 트인 공간과 나무, 사람이었다. 비어있어도 무지스러웠다. 자세히 살펴보니 벽면을 장식한 나무 조각은 각기 다른 모양에 저마다 상처가 있었다.
어촌마을이었던 선전은 빠르게 발전하며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높은 빌딩을 쉬지 않고 올렸다. 무지 호텔은 이 과정에서 버려진 나무를 가공해 로비에 사용했다. 도시의 역사를 견고하게 담아낸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간 것에도 의미가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무지 호텔은 무인양품이 가진 79개의 표정*을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일지도 몰랐다.
* 무지 호텔의 객실 수